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사진 속 김 여사의 행보를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비판하면서 여야의 공방이 시작됐죠. 국민의힘은 “표현 자체가 인격 모욕적이고 반여성적”이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여당은 더 나아가 지난 16일 오후 장 최고위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가 담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외면한 채 ‘포르노’라는 선정적인 단어에만 집중해 왜곡된 논쟁을 벌인 정치권이었습니다.
|
발단은 지난 14일 장 최고위원의 발언이었습니다. 한국-아세안(ASEAN)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을 생략하고 따로 비공개 일정을 진행한 김 여사에 대해 “외교적 결례”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여사는 지난 12일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취재진 동행 없이 방문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그 전날 김 여사가 현지 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참석하려던 아동이 건강문제로 오지 못해 김 여사가 아동을 직접 찾아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동을 안고 있는 사진 5장, 김 여사가 울고 있는 아동의 어머니를 위로하는 사진 4장을 공개했습니다. 이 사진은 과거 소말리라의 유니세프 급식센터를 방문한 배우 오드리 헵번을 연상하게 한다는 평도 이어졌죠.
장 최고위원의 언급에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두둔에 나섰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장 의원 징계를 민주당에 요구했고 이어 여성 의원 일동 명의로 장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당 차원에서는 윤리위에 국회법 제25조(품위유지의 의무) 위반 등으로 제소했죠.
|
김 여사의 행보에 평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야 모두 ‘포르노’라는 집중해 감정싸움만을 이어간 것이라는 점입니다. 표현 사용의 의도성 진위 여부부터 사전 등재 여부를 따지며 단어의 통용 정도를 두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국민의 정서와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국회의원의 품격을 따지기도 했습니다.
여권에선 장 최고위원의 표현이 ‘의도적’이라 파악했습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계획적으로 단어를 선택해 결과적으로 유사 성희롱을 했다”고 맹폭했습니다. 그는 “‘포르노’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퍼셉션(인지)과 겹쳐서 나중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다만 핵심은 정치권이 ‘포르노’라는 점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정 단어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해 ‘빈곤 포르노’의 실질적인 문제 의식을 사회적 공론장으로 이끌고 가지 못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에서 포르노에 꽂힌 분들은 이 오래된 논쟁에 대해 한 번도 고민 안 해본 사람임을 인증한 것. 이성을 찾자”고 여야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장 최고위원의 의도와는 별개로 ‘빈곤 포르노’를 여성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 의도적으로 정쟁으로 몰고 가며 표현을 두고 설전만 벌인 정치권의 행태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표의 지적처럼 표현에 앞서 김 여사의 행보가 아픈 아이의 모습을 통해 휴머니즘적 이미지를 얻기 위한 행동이었는지, ‘빈곤 포르노’의 현주소에 대해 논해야 마땅할 정치권은 또다시 그 역할을 져버린 모양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