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브레이너드' 연준 전면에…물가 잡기 속도 올린다(재종합)

바이든, 차기 연준 의장에 제롬 파월 의장 지명
정책 연속성 방점 찍어…인플레 대응 최대 과제
차기 부의장에 '금융 규제론자' 브레이너드 낙점
"바이든 정치 운명, 연준 인플레 대응에 달렸다"
금리·달러값 폭등, 증시 약세…요동친 금융시장
  • 등록 2021-11-23 오전 6:32:30

    수정 2021-11-23 오후 10:19:34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지명된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왼쪽)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의장에 지명된 라엘 브레이너드 현 연준 이사.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이변은 없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제롬 파월 현 의장을 지명했다. 코로나19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책 연속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그와 경합했던 라엘 브레이너드 현 이사는 연준 부의장에 지명 받았다.

다만 그의 추후 4년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1980년대 초 수준으로 치솟은 초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완화할 지가 최대 과제다. ‘파월-브레이너드’ 조합이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는 이유다. 이에 미국 국채금리가 폭등하면서 뉴욕 증시는 약세 압력을 받았다.

‘정책 연속성’ 방점 찍은 파월 연임

22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경제를 더 잘 재건할 필요가 있다”면서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박사가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고 완전 고용을 이루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미국 경제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만들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줄곧 차기 1순위로 주목 받았다. 연준 의장은 통상 연임이 관례인 데다 연속성이 중요한 통화정책 전환기라는 점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 카드를 꺼낸 건 이 때문이다. 연준은 ‘역대급’ 양적완화(QE)를 통해 푼 돈을 거둬들여야 하는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더 나아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해야 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떨어뜨리는 악재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2%로 나타났다. 월가에서는 이미 7%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는 1982년 2월(7.6%) 이후 볼 수 없던 레벨이다.

파월 의장은 이를 의식한듯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이 특히 음식, 주택, 교통 같은 필수품의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 타격을 준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우리의 수단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둘기(통화 완호 선호)로 불렸던 그가 매파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파월 의장은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8년 2월 첫 임기를 시작했으며, 의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내년 2월부터 다음 임기를 개시한다.

그는 이례적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가 없는 연준 수장이다. 1953년 2월 미국 워싱턴DC 출생으로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각각 졸업했다.

금융계에 처음 발을 들인 건 1984년 투자은행 ‘딜런 리드 앤드 코’에서 일하면서다. 그는 이후 7년간 파이낸싱, 종합금융,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으며 부사장까지 올랐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 때인 1990년에는 재무부에서 일했다. 파월 의장은 칼라인그룹 파트너, 글로벌인바이런먼트펀드 매니징 파트너까지 지내며 월가를 주름 잡았다. 그가 임기 내내 금융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었던 건 이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가 연준에 합류한 건 2012년이다. 연준 이사로서 벤 버냉키 전 의장, 재닛 옐런 전 의장(현 재무장관)과 함께 일했다.

‘파월 카드’는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 역시 있다. 민주당 외에 공화당 내에서 그를 지지하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월가도 그의 연임을 내심 바라 왔다.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시장은 그의 소통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고 전했다.

긴축 속도내나…요동친 금융시장

브레이너드 이사가 부의장으로 지명 받은 것도 파월 의장만큼이나 주목할 만하다. 그는 내년 2월부터 부의장직을 수행하며 은행 감독을 사실상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파월 의장 이상의 비둘기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강력한 금융 규제론자라는 점에서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그간 너무 풀린 유동성 때문에 헤지펀드, 가상자산, 기업공개(IPO) 등이 과열돼 있다고 지적해 왔다. 아울러 지난해 6월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 당시 이를 총괄했던 랜달 퀄스 전 부의장이 “은행들의 자본력은 양호한 상태”라며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을 때, 브레이너드 이사는 별도 성명을 통해 “은행들이 현재 수준의 배당을 줄 수 있도록 한 건 은행 자본 완충력을 고갈시킬 수 있는 조치”라며 비판했다.

브레이너드 이사가 앞장서 은행의 대출과 배당을 조이기 시작하면 시중 유동성은 쪼그라들 수 있다. 테이퍼링,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금융권 규제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중앙은행 전략 헤드는 “브레이너드의 부의장 지명은 연준의 핵심에 그를 앉힌다는 것”이라며 “추후 잠재적인 연준 의장 혹은 재무장관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레이너드의 ‘무게감’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연준의 추후 4년 최대 과제는 단연 인플레이션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달려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파월-브레이너드 조합이 물가 잡기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날 금융시장은 하루종일 요동쳤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634%까지 폭등했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이날 96.55까지 치솟으며 1년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 증시는 약세 압력을 받았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32%,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26% 각각 떨어졌다. 두 지수는 장중 신고점을 갈아치울 정도로 고공행진을 했으나, 이내 하락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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