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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형 상생방역의 일환으로 노래연습장 등 유흥시설에 자가진단키트를 시범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검사 정확성과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 대신 학교와 종교시설에 진단키트 도입을 추진키로 했으나 이 역시 교사와 학부모들의 반대로 무산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편의성과 신속성이 장점으로 꼽히는 자가진단키트는 왜 현장 도입 전부터 곳곳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걸까요.
자가진단키트는 의료진이 아닌 개인이 코나 목구멍에서 스스로 검체를 채취,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도구입니다. 해외에서는 약국과 마트 등에서 판매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습니다.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3~6시간이 걸리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달리 15~30분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점이 최대 장점입니다.
미국·영국·독일·체코·오스트리아 등에서는 이미 영업현장에 접목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기존 PCR 검사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서울시의 설명에도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한국과 사정이 판이하기 때문이죠. 1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수는 미국 7만8134명, 독일 2만9426명, 체코 3723명, 영국 2491명으로 파악됐습니다. 16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가 652명으로 해외와 비교하면 적게는 3.8배, 많게는 120배 가까이 차이를 보입니다.
이들 국가는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일일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검사 역량이 충분하고, PCR 검사 결과도 대부분 24시간 안에 확인할 수 있어 도입할 이유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13일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가검사키트는)유럽이나 미국처럼 방역에 실패한 나라들이 보조적인 방법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확진자가 매일 수천 명, 수만 명씩 나오는 대규모 유행 상황에서 확진 검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보조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용해서 선별 검사로 사용하는 것에는 적당치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역시 “자가진단키트는 임상연구도 없었고, 업체에서 민감도가 90%라고 주장은 하지만 이는 바이러스 농도가 진한 검체로 한 결과다. 실제 상황에서는 40%이하가 될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서울교사노조는 최근 반대 성명을 통해 “자가진단키트는 정확도·민감도가 낮아 음성이라 할지라도 감염자가 아니라고 배제하기 어렵다”며 “음성 결과를 믿었다가 교내로 전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방역에 혼란이 가중되기에 안전성과 실효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학교에 자가진단키트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측도 ”학교의 안전을 강화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도입 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할 것“이라며 “키트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방역당국의 실효성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가 방역당국과의 논의를 거쳐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요청해 올 경우 검토는 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19일 오세훈 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첫 대면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