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신세계·GS·롯데…자본시장 큰손들 자금 베팅 ‘3색 대전’

올해 M&A 시장서 대기업들 광폭 행보
회사별 자금 베팅하는 스타일도 차이
신세계 '가격 중요치 않아' 단독 인수
GS는 컨소시엄, 롯데는 앵커투자 선호
"오너 스타일 엿볼 수 있는 대목" 평가
  • 등록 2021-10-14 오전 5:30:00

    수정 2021-10-14 오전 7:44:17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이 열기를 뿜어낸 데는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참여를 빼놓을 수 없다. 현 시점 M&A에 가장 적극적인 곳을 꼽으라면 신세계와 롯데 GS그룹이 대표적이다. 시장에 나온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매물에 속속 거금을 베팅하면서 올해 자본시장 ‘3대 큰 손’으로 떠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자본을 투자하는 방식이 회사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가 단독 인수에 집중했다면 GS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짝을 이루는 ‘컨소시엄’ 방식을 즐기고 있다. 롯데는 새 주인이 가려진 뒤에 앵커(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자본시장을 바라보고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는 회사별 스타일이 묻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신세계·GS·롯데…자본시장 큰손들의 자금 베팅 ‘3색 대전’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신세계 “가격은 중요치 않아” 과감 행보

M&A 시장에서 신세계의 행보는 연초부터 숨가빴다. 올해 1윌 SK텔레콤(017670)이 소유하던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1352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4월에는 이마트(139480) 자회사인 SSG닷컴이 국내 온라인 편집샵 2위인 더블유(W)컨셉을 2650억원에 인수하며 열기를 지폈다.

상반기 마감을 얼마 남기지 않은 6월 24일에는 이커머스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 체결을 알리며 상반기 피날레를 장식했다. 세 차례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풀어낸 돈만 4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신세계는 ‘선택과 집중’ 내지는 ‘과감’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당장의 지출보다 향후 이 지출이 얼마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당시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인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반면 ‘아니다’ 판단할 때는 과감하게 발을 빼기도 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확정 엿새만인 지난 6월 30일 인수 유력 후보로 꼽히던 배달앱 서비스 요기요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알리며 매각 측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신세계가 상반기 M&A 시장을 주도했다면 GS그룹은 세 건의 M&A에 이름을 올리며 뜨거운 3분기를 보냈다. 신세계와의 차이를 꼽자면 PEF 운용사와 팀을 꾸려 인수에 나섰다는 점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GS는 ‘컨소시엄’ 롯데는 ‘앵커 투자’ 즐겨

GS그룹은 지난 8월 PEF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IMM인베), 아시아 헬스케어 전문 투자 펀드 CBC 그룹,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와 컨소시엄을 꾸려 휴젤 새 주인에 올랐다. 계열사인 GS리테일(007070)은 같은 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배달 앱 ‘요기요’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지난 7월 GS리테일은 IMM PE와 함께 반려동물 전문몰 ‘펫프렌즈’를 공동 인수하기도 했다.

GS그룹은 단독 참여에 대한 리스크를 철저히 차단하는 스타일이다. M&A 과정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PEF 운용사에 맡기는 한편 사업 추이를 지켜보다 추후 잔여 지분을 살 수 있는 구조를 짠 점도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에 적극적인 타입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롯데그룹은 새 주인에 오른 PEF 운용사들이 조성하는 인수 목적 펀드에 투자하는 형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언뜻 GS그룹과 유사한 스타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펀딩(자금 조성)에만 참여한다는 점에서 간접적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롯데쇼핑(023530)은 지난달 10일 한샘 새 주인에 오른 PEF 운용사 IMM PE가 조성하는 인수 펀드에 299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앞선 3월에도 유진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오퍼스 프라이빗에쿼티(PE)가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로 참여하며 같은 방식을 썼다. 전체 거래 금액 약 1150억원 가운데 롯데쇼핑이 약 3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며 주요 투자자로 올라섰다.

롯데처럼 인수가 결정된 이후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법은 직접 M&A에 참여하는 것과 비교해 안전하게 접근하려는 스타일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보다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전략에 방점이 찍혔다는 설명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그룹별 자금 활용법은) 어떤 방법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각 회사 오너들이 자본시장이나 M&A를 바라보는 스타일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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