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점은 자본을 투자하는 방식이 회사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가 단독 인수에 집중했다면 GS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짝을 이루는 ‘컨소시엄’ 방식을 즐기고 있다. 롯데는 새 주인이 가려진 뒤에 앵커(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자본시장을 바라보고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는 회사별 스타일이 묻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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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시장에서 신세계의 행보는 연초부터 숨가빴다. 올해 1윌 SK텔레콤(017670)이 소유하던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1352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4월에는 이마트(139480) 자회사인 SSG닷컴이 국내 온라인 편집샵 2위인 더블유(W)컨셉을 2650억원에 인수하며 열기를 지폈다.
상반기 마감을 얼마 남기지 않은 6월 24일에는 이커머스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 체결을 알리며 상반기 피날레를 장식했다. 세 차례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풀어낸 돈만 4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신세계는 ‘선택과 집중’ 내지는 ‘과감’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당장의 지출보다 향후 이 지출이 얼마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당시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인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신세계가 상반기 M&A 시장을 주도했다면 GS그룹은 세 건의 M&A에 이름을 올리며 뜨거운 3분기를 보냈다. 신세계와의 차이를 꼽자면 PEF 운용사와 팀을 꾸려 인수에 나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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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은 지난 8월 PEF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IMM인베), 아시아 헬스케어 전문 투자 펀드 CBC 그룹,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와 컨소시엄을 꾸려 휴젤 새 주인에 올랐다. 계열사인 GS리테일(007070)은 같은 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배달 앱 ‘요기요’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지난 7월 GS리테일은 IMM PE와 함께 반려동물 전문몰 ‘펫프렌즈’를 공동 인수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새 주인에 오른 PEF 운용사들이 조성하는 인수 목적 펀드에 투자하는 형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언뜻 GS그룹과 유사한 스타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펀딩(자금 조성)에만 참여한다는 점에서 간접적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롯데쇼핑(023530)은 지난달 10일 한샘 새 주인에 오른 PEF 운용사 IMM PE가 조성하는 인수 펀드에 299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앞선 3월에도 유진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오퍼스 프라이빗에쿼티(PE)가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로 참여하며 같은 방식을 썼다. 전체 거래 금액 약 1150억원 가운데 롯데쇼핑이 약 3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며 주요 투자자로 올라섰다.
롯데처럼 인수가 결정된 이후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법은 직접 M&A에 참여하는 것과 비교해 안전하게 접근하려는 스타일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보다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전략에 방점이 찍혔다는 설명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그룹별 자금 활용법은) 어떤 방법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각 회사 오너들이 자본시장이나 M&A를 바라보는 스타일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