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왜 대기업 물류시장 개방 칼 빼들었나

삼성, 현대차 롯데 등 대기업 계열사가 물류시장 장악
공정위 "물류업체 총수 지분 높아..진정성 의심"
대기업 “외부에 물류 개방시 비효율..보안문제 걱정"
공정위 자율준수 가이드라인…무늬만 자율 우려도
  • 등록 2021-06-22 오전 12:00:00

    수정 2021-06-22 오전 12:22:59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한광범 기자] 급식, IT서비스 업종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물류시장은 몇몇 대기업 물류 계열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지텍, 현대글로비스, 판토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다. 대체로 그룹 계열사가 맡긴 화물을 실어나르면서 함께 성장한 업체들이다.

국내 주요 화주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롯데쇼핑 등 이다보니 이들 기업이 성장할수록 대기업 물류계열사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대규모 물량을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자체 물류망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게 대기업들의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물류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상당하다. 삼성의 경우 물류관리 대행 전문인 삼성전자로지텍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9년 기준 92.19%에 달하고, 판토스(계열분리로 현재는 LX그룹 계열사)의 내부거래비중도 66.28%였다. 현대글로비스(21.57%), 롯데글로벌로지스(36.67%)의 내부거래 비중도 못지 않다. 다른 업종의 통상적인 내부거래 비중(12.0%)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대기업 “외부에 물류 개방시 비효율..보안문제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이 물류시장을 독점하다 보니 한국에서 DHL과 같은 전문 물류기업이 등장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나 현대글로비스 등은 총수일가 지분율(29.99%)이 상당히 높다는 것도 문제로 보고 있다.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보다는 총수일가 승계를 위한 자금마련 창구로 활용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들의 입장은 정반대다. 꿩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지만, 대기업들은 국내에서 대규모 물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문 물류업체가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내부 물류회사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물류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속하게 맞춤형으로 물류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지속 가능한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IT와 결합한 스마트물류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쿠팡이 빠르게 유통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도 ‘로켓배송’이라는 자체 물류망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자칫 제3자에게 일감을 나눴을 경우 사고가 터질 우려가 있는 등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재계는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일감개방’은 시장 상황과 역행하는 ‘탁상공론’이라고 꼬집는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어떤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해 어떤 업체에 공급한다는 정보는 기업입장에서는 기밀이다”면서 “신속하게 물류가 이뤄져야 하는데 제3자 물류에서 사고가 나 반도체나 차량부품 공급이 안될 경우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물류업체 관계자는 “일감을 개방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충분히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다른 대기업 계열사나 외국계 물류회사밖에 없다”면서 “전문 물류업체를 키운다는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자율준수 가이드라인…무늬만 자율 우려

물론 공정위도 무작정 칼을 휘두르지는 않는다. 과거처럼 물류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거나 법 개정을 추진하기보다는 물류 일감개방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은 만들어서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일감 개방’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은 △객관적 합리적 절차에 따라 거래상대방 선정 △독립·전문 물류기업과 직접 거래 확대 △기존 관행보다 효율성 제고 △계열·비계열사 간 거래조건 차등금지 △자율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등 원칙이 담길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표준계약서 등을 도입할 경우 향후 공정위 직권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들은 공정위가 법개정 대신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한발 물러선 것에 안도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정부가 가이드라인 준수를 강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엔 급식시장처럼 어느 정도 물량을 중소업체에 개방하지 않을 경우 어떤 형태로든 압박이 가해질 것이란 우려다.

또 다른 대기업 물류업체 한 관계자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IT기업이 결합돼 스마트물류산업 육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마냥 중소기업에 일감을 개방할 경우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면서 “단순히 일감개방 차원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물류시장 선진화 차원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한 뒤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그룹 시너지 차원에서 대기업 물류업체가 필요하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총수일가가 굳이 지분을 보유해 일감을 일방적으로 몰아주는 것은 설명되기가 어렵다”면서 “물류업체 시장을 고려해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일감을 개방을 개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지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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