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총소득은 3% 증가에 그쳤다. 성장률 4%보다 낮았다.
올해는 성장 경로가 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 지속, 높은 물가상승률, 중국 경기 둔화 등 악재가 산적해 있다. 연초부터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고 있지만 정부 재정으로 얼마나 성장률을 보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중국 등 세계 성장률은 물론 우리나라 성장률도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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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에 따르면 작년 성장률은 4.0%로 이데일리가 증권사 애널리스트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평균 3.9%를 예상한 것을 웃돌았다.
작년 전체 성장기여도를 살펴보면 민간이 3.2%포인트, 정부가 0.7%포인트로 민간 주도의 성장세가 이뤄졌다. 내수가 3.1%포인트,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기여도가 0.8%포인트로 주로 민간소비 등 내수가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설비투자는 8.3% 증가, 2년 연속 늘어났다.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년(16.5%) 이후 4년래 최고 증가율이다. 건설투자는 1.5% 감소해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4분기엔 민간과 정부에서 건설투자가 모두 증가(2.9%)했는데 정부 쪽에선 도로 등 SOC 투자, 토목건설이 증가했다”며 “설비투자는 4분기 감소세(-0.6%)를 보였지만 정부가 학교에 PC 등을 공급하면서 감소폭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4분기 성장률 1.1% 중 정부 기여도는 0.7%포인트(소비 0.2%포인트, 투자 0.5%포인트)에 달했다. 저성장을 고민했던 2019년 4분기(0.8%포인트) 이후 가장 높았다. 실제 정부는 작년 50조원 추경을 편성했고 120조원 가까운 빚을 냈다.
GDP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분기를 100으로 봤을 때 102.8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었고 수출도 108.5로 회복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4% 성장에도 민간소비는 99.4 수준으로 아직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코로나 확산과 거리두기 강화가 반복되면서 대면서비스 소비가 덜 회복된 영향이다. 4% 성장률에도 유가 상승 등 교역조건이 나빠지고 원화 가치도 하락해 실질 국내총소득(GDI)가 성장률보다 낮은 3.0% 증가에 그쳤다. 2017년(3.3%) 이후 4년 만에 최대 증가이지만 성장세에 비해 들어오는 소득은 적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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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IMF는 오미크론, 공급망 차질, 고물가, 중국 경제 추가 둔화, 미국의 돈줄 죄기 등을 주요 리스크로 언급하면서 올해 세계 성장률을 0.5%포인트 하향 조정한 4.4%로 낮췄다. 우리나라 수출 규모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성장률도 각각 1.2%포인트, 0.8%포인트 내린 4.0%, 4.8%로 전망했다. 우리 성장률도 3.0%로 0.3%포인트 낮췄다. 정부(3.1%), 한은(3.0%) 전망과 유사하지만 하방 위험이 큰 만큼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올해 수출보다는 민간소비 중심의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지만 코로나 확산, 높은 물가 상승률 대비 덜 오르는 임금 상승률, 우리나라 및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하면 소비 여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로 인해 정부는 1951년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새해 첫 달부터 14조원의 추경 편성에 돌입했고 3월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추경 추가 편성 및 규모 확대 등이 거론될 수 있지만 정부 재정으로 이뤄낸 성장률에 박수를 보내긴 어렵단 평가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수출,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데 두 달째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있고 민간소비가 중요한데 코로나 이전 만큼 기여도가 높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추경을 계속하면 성장률을 맞출 수는 있겠지만 국가 채무는 늘어나고 물가는 더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도 “작년 상반기까지 투자, 수출 쪽에서 성장기여도가 높았다면 앞으론 소비, 건설투자에서 끌고 가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설비투자의 경우 미래를 대비해서 늘리는 것이니 작년 만큼 늘릴 유인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