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아졌다는 대한민국 군대가 여전한 것 아닌가 의심케 하는 소식이 이번 주 있었습니다.
경기도 소재 한 공군 부대에서는 한겨울 난방도 안되고 물도 안들어오는 폐건물에 코로나19 의심 사병들을 사흘이나 격리했습니다. 육군의 한 부대에서는 휴가 후 집단 격리하는 병사들에게 반찬을 담다 만 듯한 부실 도시락을 제공해 논란을 겪었습니다.
전쟁기 포로수용소에서나 받을 법한 대접이 현역 병사들에게 돌아가는 이유는 ‘그들에게는 그래도 된다’는 군조직의 낮은 인권 감수성이 여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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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질문의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다만 2항에서 “제1항에 따른 권리는 법률에서 정한 군인의 의무에 따라 군사적 직무의 필요성 범위에서 제한될 수 있다”고 해 기본권을 필요에 따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제한되는 권익의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제한에 따른 적절한 보상조차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원래 의무는 반대급부 없이 주어진다는 점을 특징으로 합니다. 즉 의무를 다한다고 무언가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의회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국가가 무작정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가 토지 개발을 위해 사유지를 활용해야할 경우 무상 몰수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보상 하에 수용하는 것이 한 예입니다. 같은 이유로 징병제를 도입한 대부분 현대 국가에서는 징병된 군인에게 현실적인 급여 지급 등 보상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유독 이 나라에선 모든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징집 병사들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부리면서도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 권리를 크게 제한합니다. 심지어 위에 나온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는 ‘영내대기의 금지 조항’이 규정돼 있음에도 장교나 부사관과 달리 병사들은 휴식 시간에도 근무지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을 이유로 휴가기간을 제외하면 이동의 자유마저 제한받는 징집병들을 도무지 ‘국민’으로 취급해야 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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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이 순식간에 답변 기준선인 20만 참여를 넘어서는 것은 ‘나라에서 하라니 그냥 해야지’ 식의 논리가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지난 수십여년 우리는 이같은 불합리를 별다른 질문 없이 받아들여 왔습니다.
국가에 대한 그 질문에 익숙치 않았기 때문인지, 적절한 제도를 마련하는 데 실패한 국가가 소환되어야 할 자리에 남성과 여성이 군복무의 형평성을 두고 다투는 일이 지리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역 육군 병장이 여전히 최저임금에 턱도 없이 부족한 월 50여만원을 받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이 논쟁이 끝날 일은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