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까지 나서 국내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최근 1~2년간 진행된 ‘아낌없이 주는 투자’ 기조는 바뀔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자칫 ‘선택과 집중’ 전략마저 실패할 경우 장기 침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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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는 지난해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 국내 최대 OTT인 티빙은 지난해 영업 적자가 1191억원으로 전년(-782억원)보다 56%나 늘었다. 웨이브도 영업적자 12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558억원) 대비 적자 폭이 두 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 555억원을 기록한 왓챠는 매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존폐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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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시장이 OTT 투자에 속속 나섰던 이유는 한번 터지면 큰 수익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넷플릭스가 9부작인 ‘오징어 게임’에 투자한 금액은 200억~25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오징어게임의 경제적 수익이 9억달러(약 1조2천억원)가 된다는 분석이 나오자 60배 가까운 손익계산서가 머리를 스쳤다.
같은 기간 코로나19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OTT 시청 시간이 줄기 시작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물가가 뛰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하는 OTT 1~2개로 선택폭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같은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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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중요한 것은 본질적인 콘텐츠 경쟁력이다. 속된 말로 오징어게임에 필적하는 흥행작이 한두개 쯤은 나왔어야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징어게임 수준의 성과를 낼 작품으로 ‘오징어게임 시즌2’를 꼽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국내 OTT·콘텐츠 업계 활성화를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15일 IBK기업은행, 인터넷 TV업계 등과 함께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총 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OTT 업체와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점이다. 올해 적자폭이 더 커지기라도 하면 당장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잠재력을 보고 투자한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들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자칫 투자 규모를 줄이기라도 한다면 앞선 투자가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없는 자금을 계속 끌어모아 현상유지를 이어가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 OTT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제작 단계부터 흥행이 점쳐지는 작품에는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상대적으로 덜한 작품에는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이 먹힐지도 의문이지만, 결과적으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스타 감독이나 스타 작가가 추진하는 작품에는 자본이 몰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에는 투자가 줄 게 뻔한 것 아닌가”라며 “사실상 기존의 제작 환경으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