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오징어게임이 없다’…위기에 몰린 K콘텐츠

[마켓인]
국내 OTT 적자 '껑충'…위기 봉착
'투자만 하면 잘될 것' 예상 빗나가
투자 줄이자니 앞선 투자 물거품 우려
현상 유지도 버거운 '딜레마' 본격화
선택과 집중?…결국 과거 회귀 지적도
  • 등록 2023-06-28 오전 5:00:58

    수정 2023-06-28 오전 7:39:32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불붙었던 국내 콘텐츠 시장이 위기에 봉착했다. 자본만 투입하면 황금알을 계속 낳을 것 같았던 예상이 빗나간 여파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외국계 OTT가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밀어붙이는 사이 국내 자본력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까지 나서 국내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최근 1~2년간 진행된 ‘아낌없이 주는 투자’ 기조는 바뀔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자칫 ‘선택과 집중’ 전략마저 실패할 경우 장기 침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국내외 흥행 이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사진=이데일리 DB)
◇ 투자하면 될 줄 알았는데…대박 콘텐츠 부재


국내 OTT는 지난해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 국내 최대 OTT인 티빙은 지난해 영업 적자가 1191억원으로 전년(-782억원)보다 56%나 늘었다. 웨이브도 영업적자 12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558억원) 대비 적자 폭이 두 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 555억원을 기록한 왓챠는 매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존폐기로에 서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내 OTT의 적자 증가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자본공세를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도 투자만 활성화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거액을 쏟아부었다. 티빙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4000억원,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오징어게임 흥행의 잔상이 여전한 시기였다.

국내 자본시장이 OTT 투자에 속속 나섰던 이유는 한번 터지면 큰 수익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넷플릭스가 9부작인 ‘오징어 게임’에 투자한 금액은 200억~25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오징어게임의 경제적 수익이 9억달러(약 1조2천억원)가 된다는 분석이 나오자 60배 가까운 손익계산서가 머리를 스쳤다.

투자만 하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쏟아낼 것이란 예상은 적중하지 못했다. 물론 ‘더 글로리’ 같은 작품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이마저도 넷플릭스가 제작한 작품이었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작품별 투자금액은 껑충 뛰었는데, 그에 걸맞은 흥행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기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OTT 시청 시간이 줄기 시작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물가가 뛰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하는 OTT 1~2개로 선택폭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같은 시기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투자 늘리지도, 줄이지도 못하는 딜레마 봉착

더 중요한 것은 본질적인 콘텐츠 경쟁력이다. 속된 말로 오징어게임에 필적하는 흥행작이 한두개 쯤은 나왔어야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징어게임 수준의 성과를 낼 작품으로 ‘오징어게임 시즌2’를 꼽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국내 OTT·콘텐츠 업계 활성화를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15일 IBK기업은행, 인터넷 TV업계 등과 함께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총 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인 상황에서 5000억원도 넉넉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공교롭게도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에 4년간 3조3000억원(연평균 825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 비교가 되기도 했다.

국내 OTT 업체와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점이다. 올해 적자폭이 더 커지기라도 하면 당장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잠재력을 보고 투자한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들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자칫 투자 규모를 줄이기라도 한다면 앞선 투자가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없는 자금을 계속 끌어모아 현상유지를 이어가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 OTT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제작 단계부터 흥행이 점쳐지는 작품에는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상대적으로 덜한 작품에는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이 먹힐지도 의문이지만, 결과적으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스타 감독이나 스타 작가가 추진하는 작품에는 자본이 몰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에는 투자가 줄 게 뻔한 것 아닌가”라며 “사실상 기존의 제작 환경으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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