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정책 홍보를 조금 쉬어가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사전투표가 시작된 뒤 “버려도 될 권리란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 지사는 “낮은 투표율, 뿌리 깊은 정치불신과 무관심은 이내 정치권의 긴장도를 낮춰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로 이어졌다”며 이번 재보선에 꼭 투표해줄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투표는 재보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2018년 지방선거나 지난해 총선에 비해 크게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껏 재보선은 별도의 공휴일 없이 치러졌고, 선거 사유도 선출직 공무원 비위에 따른 궐위인 사례가 대부분이라 선거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를 더욱 부추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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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수치를 보면 과연 1인 1표 투표권을 바탕으로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이 나라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시민의 절반도 안되는 이들만이 투표를 해 선출된 사람이 모든 시민의 삶을 좌지우지할 정책 결정권한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의무투표제는 많은 국가에서 시행 중입니다.
2017년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발간한 ‘World Factbook’에 따르면 모두 31개 국가에서 의무투표제(compulsory voting, mandatory voting)를 시행 중입니다.
투표를 권리로 이해하는 우리가 보기에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벌을 주는 것은 불합리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제를 해서라도 투표를 하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의 올바른 운영을 보장한다는 것이 이들 나라의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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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볼 때 개헌 없이 의무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선거원칙’에 대해서 “유권자의 투표행위가 국가나 사회로부터의 강제나 부당한 압력의 행사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자유롭고 공개적인 의사형성과정에서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즉 투표 자체가 외부의 압력이 아닌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표를 강제하고, 심지어 불이행시 벌을 가하는 것은 이같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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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년 후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지만 각 인구 약 1000만명, 350만명 거대도시의 대표자를 뽑는 권리를 포기하는 건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될 것입니다. 누구를 찍든 7일 투표에 더 많은 시민들이 투표장을 찾아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