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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5년 5월 B씨에게 대부업체 채무 4000만원에 대한 연대보증을 서 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당시 이미 월급에 압류·추심 중인 채권액 4억6500만원을 비롯해 수억원대의 빚을 지고 있어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었지만, B씨에겐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 배려해주던 동료를 범행 표적으로
A씨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B씨에게 돈을 빌렸다. 2015년 11월 빌린 5000만원은 B씨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A씨에게 빌려준 것이었다. 당시 A씨는 그 대가로 B씨가 대출을 위해 개설한 통장에 원리금 명목으로 매월 100만원을 입금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A씨는 세달 후부터 약속한 원리금 입금을 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B씨에게 추가적으로 400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청해, B씨는 2016년 5월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A씨에게 빌려줬다. A씨는 이번엔 앞선 대출금 부분을 포함해 매월 200만원을 원리금으로 입금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속된 돌려막기의 한계로 A씨는 2017년 3월부터는 원리금 입금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 B씨가 입금을 재촉하자 50만원만 겨우 입금했지만 나머지 150만원을 입금하지 못했다. 당시 이미 재정파탄 상태였던 A씨는 월급날 이후에도 결국 15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당시 남은 채무만 1억 1000만원이 넘었다.
B씨의 계속된 배려에도 A씨가 원리금을 지급하지 않자 B씨도 더 이상 참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엔 갈등이 격화됐다. B씨는 2017년 4월 초 A씨에게 저녁식사를 제안했고 식사 후 A씨 집으로 이동해 대화를 나누던 중 금전문제로 언쟁을 벌이다가 몸싸움을 벌였다. 몸싸움에서 B씨를 제압한 A씨는 B씨로부터 금품을 빼앗고 살해했다. 평소 돈관리에 철저한 B씨가 신용카드와 통장 등을 지니고 다닌다는 것을 노린 것이었다.
A씨는 살해 후 완전범죄를 꿈꿨다. 그는 환경미화원 신분을 이용해 시신을 쓰레기 소각로를 통해 완전히 소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대용량 쓰레기봉투에 시신을 담은 후 늦은 밤 쓰레기집하장에 유기했다가, 다음날 새벽 자신의 근무시간에 사체를 쓰레기수거용 화물차에 실은 후 소각장에 보내 소각되도록 했다. 동료 환경미화원들도 이 같은 A씨의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용돈까지 보내…연락 못받은 부친이 실종신고
그는 B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허위의 서류를 제출하거나 B씨 흉내를 내는 수법으로 구청에 B씨 병가를 신청해 승인받았다. 가족들에겐 분기마다 일정한 생활비를 보내 B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A씨의 범행은 B씨 아버지가 2017년 11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며 발각됐다. A씨는 B씨 자녀들에겐 거짓으로 메시지 등을 보냈으나, B씨 아버지에겐 연락하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B씨가 단순 실종이 아니라고 판단한 후, B씨 휴대전화 등을 사용하고 있던 A씨를 붙잡아 살인을 자백받았다.
B씨 행세를 하며 1억 6000만원이 넘는 돈을 강취한 A씨는 경찰에 붙잡인 후 금품을 노린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 모두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A씨를 강도살인과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법정에서도 “피해자와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죽였을 뿐이지, 금품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강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A씨 주장을 일축했다.
1심은 “범행이 용의주도하고 대담했으며 피해자의 귀중한 생명을 빼앗은 범행을 뉘우치거나 후회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피해자는 고통 속에 생일 마감했고 유족들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불복해 상소했지만 대법원은 2019년 4월 형을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