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에게 묻는다 8] 장성호의 '3할타자로 사는 법'

  • 등록 2007-07-31 오전 11:13:03

    수정 2007-07-31 오후 12:20:50



[이데일리 정철우기자] KIA 장성호(30)는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10년 연속 3할타자’라는 타이틀이 그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공식 시상 부문은 아니지만 그 의미는 허투루 볼 수 없다. 훌륭한 타자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3할타율을 10년 동안 빠짐없이 채워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부상과 슬럼프의 벽을 넘어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비결을 들어봤다.

▲3할타율? 얼마나 간절히 원했나요.
"후배들에게 늘 말합니다.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고 있느냐고. 그만큼 집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변함없는 3할타자로 살 수 있는 법을 묻자 장성호가 한 말이다.

솔직히 장성호에게서 이런 답을 듣게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보여지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의 겉모습은 ‘집중’이나 '노력' 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성호는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여지는거야 성격상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속까지 헬렐레 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난 수비도 별로고 잘 뛰지도 못한다. 살 길은 오로지 방망이 하나 뿐이었다. 그래서 죽을 힘을 다해 잘 치려고 노력했다. 노력 없인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다들 2스트라이크 되면 스트라이크존을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난 반대다. 오히려 좁힌다. 공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마음만 급해져 아무 공에나 손이나가다간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그럼에도 삼진이 적은 편이다. (장성호는 30일 현재 삼진 22개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이종렬(21개)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1위는 심정수의 78개) 선구안이 특별히 좋다기보단 그만큼 순간적으로 정신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슬럼프가 오면 많이 뛴다. 타격은 결국 타이밍과 밸런스 싸움이다. 그러려면 일단 디디고 있는 다리에 힘이 있어야 한다. 나는 외다리 타법이라 하체가 더욱 중요하다. 런닝을 많이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어릴땐 술을 먹는 등 다른 쪽으로 풀었지만 이젠 뛰면서 땀 흘리는걸로 대신하고 있다."

▲타격폼의 변화
장성호는 외다리 타법을 쓰는 타자다. 외다리 타법은 정확성 보다는 거포형 타자에 어울린다. 힘을 싣기 좋은 대신 선구안이 나빠지고 타이밍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3할타율 유지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성호는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단점을 보완해왔다.

"신인때 워낙 못 쳤다. 감독님(현 김응룡 삼성 사장)이 기회를 엄청 많이 주셨는데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년차 중반쯤 됐을 때 김성한 코치님(전 KIA 감독)이 다리를 한번 들어보자고 하셨다. 워낙 타구에 힘이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스타 브레이크때부터 준비해 후반기부터 다리 들고 쳤다. 그전보다 1.5배 정도는 힘이 붙는 느낌이었다.



한참 잘 나갔는데 문제가 생겼다. 타이밍 잡기가 힘들어진 거였다. 투수별로 공 던지는게 다 다르다 보니 다리를 언제 내려놔야 할지 헷갈렸다. 그때부터는 스윙을 많이 하는 것 보다는 투수별로 다리 드는 방식을 바꾸는 연습을 많이 했다. 투수별로 폼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스윙의 궤적도 한차례 변화가 있었다. 다운 스윙에서 레벨 스윙으로의 변화가 그것이었다.

"시드니 올림픽(2000년)을 다녀왔는데 왼 팔꿈치가 너무 아팠다. 결국 수술까지 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찍어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땐 공까지 최대한 짧게 가는데만 집중했었다. 수술 후 조금 뒤에서 돌아나오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전보다 대응 시간은 좀 늦어졌지만 공에 힘을 싣는데는 더 유리해졌다. 늦어진 시간은 다리를 빨리 들었다 내리며 타이밍 잡는 걸로 보완했다." 장성호는 이젠 몸쪽공만 찍어치는 스윙을 하고 있다.  

▲변화구 공략법
변화구를 제대로 치지 못하면 3할타자가 될 수 없다. '2000안타의 장인(匠人)' 양준혁(삼성)은 달인에게 묻는다 1회때 "모두 직구라고 생각하고 나가다가 변화구에 대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장성호도 그 기사를 봤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노려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구를 노리고 들어가다 대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직구를 잘 안던지는 투수들도 많다. 직구는 보여주기로만 쓰는 투수를 상대로 직구 타이밍을 잡고 있다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난 처음부터 끝까지 노려서 간다."

노림수엔 그만큼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상대 투수의 성향과 당일 컨디션까지 계산에 넣어놓고 있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장성호의 답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년 투수들에 대해 체크하고 정리해두며 자신만의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스물네살 정도까진 매일 경기 후 나만의 노트에 볼카운트별 공략 등을 정리해뒀다. 요즘은 여기에 전력분석팀의 자료를 더해 준비한다. 매년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이젠 노림수가 그만큼 잘 맞아들어간다.

이론상 볼카운트 1-2에선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올 것이다. 1-0,2-1,2-2에선 스윙유도가 많다. 이때 상대 투수가 지금 어떤 공이 좋은지, 지난번 승부에선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둬야 한다.
 
2-3가 재밌다. 스트라이크 잡으러 들어올수도 있고 아님 말고 식으로 유인구가 들어올 수 있다. 투수 성향과 경기 분위기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나한테 맞으면 끝이다 싶을땐 아무래도 유인구가 많지 않겠나.

예전에 김수경(현대)이 한참 좋을 때 볼카운트 0-2에서 슬라이더 노려쳐서 홈런을 친 기억이 있다. 그때 김수경 슬라이더는 말 그대로 예술이었다. 그의 자신감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 좋은 타구를 만들었다. 반대로 작년에 (손)민한이형 상대로 2-3에서 스플리터에 삼진 당한 적이 있다. 머릿속으론 생각하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스윙하고 말았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해서다. 확신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하고 준비해둬야 한다."

▲변화? 솔직히 두려웠다.
장성호는 분명 좋은 선수다. 그러나 '최고'가 된 적은 많지 않다. 2002년 타격왕과 출루율1위를 차지한 것이 전부다. 늘 잘했지만 정상과는 조금씩 거리가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나요." 그의 시원시원하게 답했다. 그러나 그렇게 봐서일까. 왠지 좀 슬퍼보이기도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변화가 솔직히 두려웠다. 외다리 타법을 버린다거나 지금의 레벨 스윙을 교정해 장타력을 올리거나 하는 시도를 해본 적도 있지만 얼마 안가 포기하곤 했다. 10년 연속 3할타율이란 훈장이 내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꼭이루고 싶은 분명한,또 소중한 목표가 있었기에 바꾸는게 쉽지 않았다.

'타격왕을 해보겠다'거나 '3할5푼을 쳐보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최근 몇 년간 겨우 3할을 넘기는게 고작이었다. 승엽이형도 홈런 50개 치고도 변화를 택했고 양준혁 선배도 그랬다. 양준혁 선배는 나와 비슷한 스윙 궤적이 있었던 적도 있지만 이젠 팔로 스루를 크게 퍼올리는 V자형 스윙으로 바꿔 홈런을 많이 치고 있다. 미친 듯이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힘도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10년째를 채우고나면 정말 모든 걸 걸고 다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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