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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이제껏 드러나지 않은 행적이 밝혀졌다. 구체적으로는 일제강점기 막바지, 흔히 ‘박수근의 춘천·평양시절’이라고 말하는 1935년부터 해방 이전까지다. 그간 박수근에 관한 작가연구가 수없이 이뤄졌고 작품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일대기가 정리·발표돼 왔으나 얼버무리듯 건너뛰었던 춘천과 평양에서의 활동이 최근 한 연구에서 파악된 것이다. 문제는 그간 놓쳤던 혹은 이미 알려진 기록을 바로잡는 데에서 나아가 ‘친일’을 의심케 하는 행적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 데 있다.
친일로 볼 만한 박수근의 행보 중 시선을 끄는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평양에서였다. 1940년 평남도청 서기로 취직돼 평양으로 이전한 뒤에 수행했던 업무가 중일전쟁(1937년 발발) 시기 농어촌주민을 대상으로 ‘종이연극’(가미시바이)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렸던 일이다.
박수근의 이 같은 행적은 근대미술사를 연구하는 배원정 홍익대 미술사학 박사(41·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최근 발표한 논문 ‘신예 화가 박수근의 등단: 춘천과 평양에서의 초기 미술활동을 중심으로’(‘미술사논단’ 제54호 2022·상반기)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수근은 김환기(1913∼1974), 이중섭(1916∼1959)과 더불어 한국근현대미술에서 반드시 꼽아야 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특히 ‘국민화가’란 애칭에 실어냈듯 박수근을 향한 관심과 애정은 여느 화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일례로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연 박수근의 대규모 회고전 ‘봄을 기다리는 나목’(2021년 11월 11일∼2022년 3월 1일)을 둘러본 관람객은 11만 4000여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시국과 맞물려 사전예약으로 관람객 수를 제한한 상황에서도 그랬다. 소장자도 다르지 않다. 특히 이건희(1942∼2020) 회장의 박수근 사랑은 남달랐다. 지난해 ‘이건희컬렉션’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박수근미술관에 나뉘어 기증된 소장품 수만 유화·드로잉 등 총 33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