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브로드컴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7% 가까이 하락했다.
브로드컴은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적은 선방했다. 브로드컴의 3분기 매출은 130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고, 예상치인 130억3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순손실 규모는 18억 8000만 달러로 1년 전 33억 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그러나 4분기 실적 전망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 브로드컴은 오는 10월 말까지 이어지는 4분기 매출이 약 1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LSEG가 조사한 분석가들의 매출 예상치인 140억4000만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브로드컴은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와 같은 AI 애플리케이션에서 방대한 데이터 처리를 돕는 첨단 네트워킹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다. AI 수요 급증으로 인한 수익 증대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메인프레임, 네트워크 장비 등 비(非) AI 제품군의 매출이 둔화돼 전체적인 실적에 부담으로 이어졌다.
브로드컴은 AI 관련 제품에서 올해 전체 매출 120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인 118억 달러를 웃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는 2분기 호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7% 급락했다. 이어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현지시간)에도 약 6% 급락하면서 종가 기준으로 12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하루에만 시총 1980억 달러가 증발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6월 한때 미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라섰고 장중 주가가 140달러를 넘기도 했지만, 이날 종가는 107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린 이후 현재 시가총액(2조6299억 달러)은 3조 달러 아래로 떨어져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총 2위 자리를 다시 내준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주가하락은 월가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 발표에도 시장의 더 높은 기대 심리를 충족하지 못해서다.
엔비디아는 지난 2분기 매출(300억4000만 달러)과 주당 순이익(0.68달러)은 모두 월가 예상치를 넘었다. 3분기 예상 매출(325억 달러)도 월가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던 매출 폭이 이전 실적보다 줄어들고 3분기 매출 총이익률이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
AI 버블(거품)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AI 수혜주들의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헤지펀드 엘리엇은 최근 고객들에게 엔비디아 주가는 버블 상태이며 AI 붐은 과장되어 있다는 평가를 했다. 엔비디아를 두고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계속 대규모로 구매할지 회의적이며, AI 사용이 기대되는 분야 중 상당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거나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로드컴의 경우 최근 AI 관련 매출 급증으로 인해 기대가 높아졌지만, 비AI 부문의 성장 둔화가 부각되며 기대와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전체적으로 우리는 비(非) AI 시장에서 바닥을 쳤고, 4분기에는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며 “AI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다”고 언급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에 대한 열정은 거품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1년 반 정도 미국 주식을 상승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거품은 결국 꺼질 것이며, 이후 미국 증시는 상당히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