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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남정민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 곳곳 굵직한 공공건축 설계공모에서 해외 유명 건축가들을 지명·선정하는 사례가 빈번한 데 대해 이같이 작심 비판했다. 그는 2018년 ‘젊은건축가상’ 등 다수 수상 경력과 더불어 현재 순천시 총괄건축가이자 서울시 공공건축가를 맡은 국내외 잘 알려진 공공건축 전문가다.
남 교수는 “해외 건축가들이 우리나라 공공건축 설계를 많이 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건축문화가 성숙하고 설계와 시공 여건이 좋아져 해외 건축가들이 이곳에서 본인의 설계를 펼쳐보려고 애를 쓰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남 교수는 “해외 건축가들을 초빙하는 국제지명공모의 경우 국내 대비 해외 건축가에 주어지는 초청 설계비가 더 많았다는 얘기는 이미 업계 파다하다”며 “여기에 제한된 공사비에 맞춰 설계를 해야하는 국내 건축가와 달리 초빙 해외 건축가에겐 공사비 인상뿐 아니라 감리도 할 수 있게 따로 계약해주는 상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건부터 해외 건축가들에 특혜가 주어지는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긴 어렵단 얘기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 해외 건축가를 초빙하기 위해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점을 두고 남 교수는 “설계는 잘하지만 고유의 스타일이 정해져 있는 외국 건축가들만 골라서 지명하는 것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찾아서 발굴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증명되고 성향이 뚜렷하며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고가의 명품을 수집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 세금으로, 공공의 자산으로 지어지는 공공건축의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고 설계 품질이 좋더라도 이같은 해외 유명 건축가를 초청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가령 제한된 공공의 비용으로 용도에 맞춰 모두가 쓸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의 가방을 산다고 하면 이미 스타일이 정해진 비싼 명품가방보다 튼튼하고 기능적이면서 좋은 디자인의 저렴한 가방이 무엇인지를 함께 검증하고 고르는 게 적합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