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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머니 공습]②`크로스보더` 넘어 `보더리스`로
-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글로벌 인수·합병(M&A)시장에서 왕성한 식욕을 뽐내온 차이나머니가 한국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을 분기점으로 중국자본은 특정한 업종과 영역만 고집하지 않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경간 거래를 뜻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딜’를 뛰어 넘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의 M&A, 즉 ‘보더리스(borderless) 딜’(국경없는 거래)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첨단IT부터 육아용품까지...中 자본 무차별 공습최근 들어 게임, 정보통신(IT), 반도체, 영화·엔터테인먼트, 화장품·쇼핑, 육아용품까지 중국 `왕서방`의 먹성은 놀라울 정도다. 이렇다보니 국내 주식시장은 그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가 됐고 그 자리를 `차이나 프리미엄`이 대체했다.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중국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사 위주의 국내 쉘컴퍼니(shell company·기존 회사 외형은 그대로 둔 채 기업 성격을 완전히 탈바꿈시킨 업체)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주주가 바뀔 때 공개 매수를 강제하지 않는 등 유연한 한국 자본시장과 외환 규제로 인해 국내 유망 쉘컴퍼니들은 중국의 좋은 투자처가 되고 있는 것. 중국 게임사인 룽투게임즈가 지난해 4월 국내 온라인 교육업체인 아이넷스쿨(현 룽투코리아(060240))을 인수한데 이어 중국 모바일게임 개발회사인 로코조이가 5월 코스닥 무선통신업체 이너스텍(현 로코조이(109960)인터내셔널)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 기업이 그들 제품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테스트베드 플랫폼으로서 국내 쉘컴퍼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투자에 따른 자본이득을 노릴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로 꼽히고 있다.인구소득 측면에서 소비의 주축이 되는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변수가 되고 있다. 늘어나는 중산층은 가격보다는 제품의 질이나 안전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재의 경우 품질 개선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적절치 않은 만큼 질 좋고 깨끗한 이미지의 한국 소비재 브랜드를 직접 사들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온라인쇼핑몰업체인 주메이와 홍콩 유통업체 뉴월드그룹은 국내 화장품업체 잇츠스킨(226320)에, 중국 의류기업 썬마는 온라인쇼핑 전문업체 아이에스이커머스(069920)에 각각 투자했다.◇中 정책 변화...M&A 전방위 영향 미쳐 중국정부의 정책 변화도 M&A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일PwC 회계법인 중국팀에서 중국 인수·합병(M&A)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중국인 양판씨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아래에서 중국 기업들은 해외 투자에 있어 큰 동기부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뜻하는 21세기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다. 양판씨는 이어 “지난해 중국 몇몇 기업들에서 신물질, 신기술 관련한 한국 기업들에 투자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는데 이는 중국의 제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11~2015년)에서 신에너지, 신물질 산업들이 장려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이 ‘중화인민공화국 영화산업촉진법(초안)’을 발표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영화산업을 적극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 박스오피스는 오는 2017년 11조원 규모로 세계 1위인 미국 박스오피스를 제치고 새롭게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맞춰 중국의 막대한 자본이 한류 열풍을 타고 국내 영화·엔터테인먼트 회사들에 대한 투자 행렬에 가담하고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 소후닷컴 운영사인 소후닷컴은 자회사인 폭스비디오를 통해 지난 2014년 8월 배우 배용준씨가 대표로 있는 연예기획사 키이스트(054780)에 150억원을 투자하며 배씨에 이어 단숨에 이 회사 2대 주주(6.23%·2015년 9월 30일 기준)가 됐다.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화책미디어는 국내 영화배급사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160550))에 투자했고 중국 미디어 그룹인 DMG는 TV방송용 드라마를 주로 제작하는 콘텐츠 전문 업체인 초록뱀(047820)미디어를 품었다. 완다그룹과 레전드홀딩스그룹은 시각특수효과(VFX) 전문업체 덱스터(206560)에, 쑤닝유니버설은 ‘뽀로로’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콘과 3D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업체 레드로버(060300)에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했다. `1가구 1자녀` 정책 폐기, 자동차 블랙박스 의무장착 추세 확산에 따른 유아관련 업종 및 블랙박스 업체 등도 중국의 투자 수혜를 입고 있다. 브랜드 ‘블루독’ 등을 보유한 유아복업체 서양네트웍스가 홍콩 리앤펑에 팔렸고 국내 최대 육아용품업체 아가방컴퍼니(013990)는 중국 랑즈그룹에 팔렸다. ‘또봇’으로 이름난 완구 제조업체 영실업은 홍콩계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에 매각됐고 블랙박스 전문업체 미동전자통신(161570)도 중국계 신세기그룹 산하 펀드에 팔렸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헬스&바이오, 반도체,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형태의 서비스), 통신 등 분야로도 중국발 M&A 트렌드가 옮겨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O2O 커머스 플랫폼업체 얍(YAP)이 홍콩 뉴월드그룹으로부터 220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중국 O2O시장의 급속한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룽투코리아, 저소득층 위한 온라인 수강권 제공☞롱투코리아, 120억원 단기차입 결정
- [마켓in][차이나머니 공습]②`크로스보더` 넘어 `보더리스`로
-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글로벌 인수·합병(M&A)시장에서 왕성한 식욕을 뽐내온 차이나머니가 한국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을 분기점으로 중국자본은 특정한 업종과 영역만 고집하지 않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경간 거래를 뜻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딜’를 뛰어 넘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의 M&A, 즉 ‘보더리스(borderless) 딜’(국경없는 거래)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첨단IT부터 육아용품까지...中 자본 무차별 공습최근 들어 게임, 정보통신(IT), 반도체, 영화·엔터테인먼트, 화장품·쇼핑, 육아용품까지 중국 `왕서방`의 먹성은 놀라울 정도다. 이렇다보니 국내 주식시장은 그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가 됐고 그 자리를 `차이나 프리미엄`이 대체했다.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중국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사 위주의 국내 쉘컴퍼니(shell company·기존 회사 외형은 그대로 둔 채 기업 성격을 완전히 탈바꿈시킨 업체)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주주가 바뀔 때 공개 매수를 강제하지 않는 등 유연한 한국 자본시장과 외환 규제로 인해 국내 유망 쉘컴퍼니들은 중국의 좋은 투자처가 되고 있는 것. 중국 게임사인 룽투게임즈가 지난해 4월 국내 온라인 교육업체인 아이넷스쿨(현 룽투코리아(060240))을 인수한데 이어 중국 모바일게임 개발회사인 로코조이가 5월 코스닥 무선통신업체 이너스텍(현 로코조이(109960)인터내셔널)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 기업이 그들 제품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테스트베드 플랫폼으로서 국내 쉘컴퍼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투자에 따른 자본이득을 노릴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로 꼽히고 있다.인구소득 측면에서 소비의 주축이 되는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변수가 되고 있다. 늘어나는 중산층은 가격보다는 제품의 질이나 안전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재의 경우 품질 개선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적절치 않은 만큼 질 좋고 깨끗한 이미지의 한국 소비재 브랜드를 직접 사들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온라인쇼핑몰업체인 주메이와 홍콩 유통업체 뉴월드그룹은 국내 화장품업체 잇츠스킨(226320)에, 중국 의류기업 썬마는 온라인쇼핑 전문업체 아이에스이커머스(069920)에 각각 투자했다.◇中 정책 변화...M&A 전방위 영향 미쳐 중국정부의 정책 변화도 M&A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일PwC 회계법인 중국팀에서 중국 인수·합병(M&A)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중국인 양판씨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아래에서 중국 기업들은 해외 투자에 있어 큰 동기부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뜻하는 21세기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다. 양판씨는 이어 “지난해 중국 몇몇 기업들에서 신물질, 신기술 관련한 한국 기업들에 투자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는데 이는 중국의 제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11~2015년)에서 신에너지, 신물질 산업들이 장려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이 ‘중화인민공화국 영화산업촉진법(초안)’을 발표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영화산업을 적극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 박스오피스는 오는 2017년 11조원 규모로 세계 1위인 미국 박스오피스를 제치고 새롭게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맞춰 중국의 막대한 자본이 한류 열풍을 타고 국내 영화·엔터테인먼트 회사들에 대한 투자 행렬에 가담하고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 소후닷컴 운영사인 소후닷컴은 자회사인 폭스비디오를 통해 지난 2014년 8월 배우 배용준씨가 대표로 있는 연예기획사 키이스트(054780)에 150억원을 투자하며 배씨에 이어 단숨에 이 회사 2대 주주(6.23%·2015년 9월 30일 기준)가 됐다.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화책미디어는 국내 영화배급사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160550))에 투자했고 중국 미디어 그룹인 DMG는 TV방송용 드라마를 주로 제작하는 콘텐츠 전문 업체인 초록뱀(047820)미디어를 품었다. 완다그룹과 레전드홀딩스그룹은 시각특수효과(VFX) 전문업체 덱스터(206560)에, 쑤닝유니버설은 ‘뽀로로’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콘과 3D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업체 레드로버(060300)에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했다. `1가구 1자녀` 정책 폐기, 자동차 블랙박스 의무장착 추세 확산에 따른 유아관련 업종 및 블랙박스 업체 등도 중국의 투자 수혜를 입고 있다. 브랜드 ‘블루독’ 등을 보유한 유아복업체 서양네트웍스가 홍콩 리앤펑에 팔렸고 국내 최대 육아용품업체 아가방컴퍼니(013990)는 중국 랑즈그룹에 팔렸다. ‘또봇’으로 이름난 완구 제조업체 영실업은 홍콩계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에 매각됐고 블랙박스 전문업체 미동전자통신(161570)도 중국계 신세기그룹 산하 펀드에 팔렸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헬스&바이오, 반도체,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형태의 서비스), 통신 등 분야로도 중국발 M&A 트렌드가 옮겨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O2O 커머스 플랫폼업체 얍(YAP)이 홍콩 뉴월드그룹으로부터 220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중국 O2O시장의 급속한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룽투코리아, 저소득층 위한 온라인 수강권 제공☞롱투코리아, 120억원 단기차입 결정
- [원숭이띠 경제리더]56년생 권선주·함영주 '금융혁신' 깃발 들다
- [이데일리 이성기 함정선 장종원 기자]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원숭이띠의 해다. 12지(支) 가운데 아홉 번째 동물인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동물로 꾀가 많고 천부적인 재질을 지니고 있다. 또 자식과 부부 간의 사랑이 극진해 민속에서는 원숭이를 장수와 가족애의 상징으로 여겼다. 창자가 끊어질 정도의 지극한 모정을 의미하는 ‘단장(斷腸)’ 고사 역시 원숭이에서 유래했을 정도다. 특히 2016년은 60갑자상 ‘붉은 원숭이의 해’로 강하게 뻗어가는 기운과 열정을 상징하고 있어 그만큼 새해는 모든 면에서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0갑자상 한 바퀴를 돌아 내년에 환갑을 맞는 56년생 CEO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인터넷은행 출범 등 격변의 금융권 인터넷은행 출범 등 내년 격변의 시기를 맞는 금융권에서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대표적인 원숭이띠 CEO다.지난해 9월 통합은행 출범과 함께 통합은행 초대 행장에 오른 함 행장은 취임 당시 ‘중앙 무대 경험이 없다’는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통합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맨’ 출신답게 직접 현장을 누비며 영업에 나서는 등 영업 중심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힘썼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적 금융전문지 ‘더뱅커(The Banker)’가 영국 런던에서 주최한 ‘올해의 은행’ 시상식에서 ‘아시아 태평양 최우수 은행’ 상과 ‘대한민국 최우수 은행’ 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도 올렸다. 특히 노사상생 선언을 도출하면서 모범 인수합병(M&A) 선례를 만든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2016년 글로벌 100대 은행 진입’이란 비전을 내세운 권 행장은 남성 위주의 금융권에서 ‘국내 최초 여성 행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수익성 향상과 중소기업금융 지원, 핀테크 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15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 기업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국내 여성 기업인 중 권 행장을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3명만 포함됐다. SGI서울보증에서 친정인 KB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김옥찬 KB금융 사장 역시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됐다. 2년 만에 사장직을 부활시킨 윤종규 KB금융 회장에게 김 사장은 비은행 부문 강화 등 ‘하나의 KB, 모든 부문 1등 KB’를 만들기 위한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윤 회장이 그룹 총괄 및 은행 경영을 맡고 김 사장은 KB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역할 분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 측은 “비은행 부문 강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점에서 조직 안정화 및 인수합병(M&A) 등 그룹 최대 이슈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라이벌 삼성·LG 전문 경영인에 다수 포진 새해에 환갑을 맞는 산업계 총수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1996년부터 코오롱그룹을 이끌어 온 이웅렬 회장은 그동안 꾸준한 사업 다각화로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힘써왔다. 화학소재 바이오, 건설·레저 서비스, 패션·유통 등 크게 3개 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키워낸 이 회장은 최근 바이오, 수처리, 연료전지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한창이다. 재계 라이벌인 삼성과 LG의 핵심 전문 경영인에도 원숭이띠 CEO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삼성그룹에는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 사장을 비롯해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정유성 삼성SDS 사장,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신 사장은 삼성전자 휴대폰·스마트폰 사업을 이끌며 최고 연봉 샐러리맨에 오른 성공 신화의 대표적 인물이다. 최근 삼성인사에서 겸직해 온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후배 고동진 사장에게 물려주면서 중장기 사업전략 구상 및 신규 먹거리 발굴 등에 전념하는 임무를 맡았다. 삼성SDS 대표이사에 오른 정유성 사장은 삼성전자 인사팀장과 삼성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삼성종합화학 대표 등을 역임한 인물로 전문성을 살려 인적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면서 삼성SDS가 글로벌 ICT 기업으로 도약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LG그룹에는 하현회 LG 사장,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 사장 등이 원숭이띠 CEO다.조성진 사장은 세탁기 분야 최고 전문가로 지난해 세탁기 두대를 결합한 ‘트윈워시’를 개발하는 등 LG전자 생활가전 글로벌 경쟁력을 드높인 1등 공신이다. 최근 LG그룹 인사에서 부문별 책임경영제가 강화되면서 역할이 더욱 강화됐다. 이우종 사장은 LG그룹의 핵심 미래 먹거리인 전장부품사업을 맡고 있다. 특히 구본준 부회장이 지주사인 LG의 신성장산업추진단장으로 이동하면서 자동차 부품 등 그룹 차원의 미래성장사업을 집중 지원할 예정이어서 이 사장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김동수 대림산업 사장,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강석희 CJ헬스케어 사장, 한상호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오세영 KTH 사장, 윤기수 세아베스틸 사장, 박용환 한온시스템 사장 등도 원숭이띠 전문 경영인이다.◇유통업계, 전문 경영인 맹활약유통업계는 2016년 ‘붉은 원숭이’들이 중심에 선다. 공교롭게도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가 주요 기업들의 수장들이 모두 1956년생 동갑들이다.이원준 롯데쇼핑 대표,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 이동호 현대백화점 사장은 새해 나란히 환갑을 맞는다. 이들은 전문 경영인으로 각 그룹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원준 대표는 롯데 그룹 내 ‘백화점 통’으로 불린다. 이번 인사에서 유임되면서 새해 롯데쇼핑의 성장과 경영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성영목 사장은 신세계그룹의 시내면세점 사업권 획득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면세점 경쟁에서 신세계그룹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전략과 비전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동호 사장은 현대백화점 기획담당, 기획조정본부 등을 거친 인물로 그룹 내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새해에는 특히 현대백화점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오너가 출신의 원숭이 띠 재계인의 활약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김성주 회장은 대성그룹 막내딸로 태어나 스스로 성주그룹을 세웠으며 MCM 글로벌 사업을 인수하며 세계 4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글로벌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전망이다.
- [원숭이띠 경제리더]68년생 이재용·정용진 '미래경영' 어깨 메고...
-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재계에서 1968년생 원숭이띠들이 주목받고 있다. 40대 후반에 접어든 1968년생 재벌 2·3세는 그룹의 최고 경영진에 올랐거나 경영승계를 눈앞에 두고 있어 새해에 어떤 활약을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재계 68년생 원숭이띠 대표주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꼽힌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아버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장기 와병 중인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 구조조정 등 그룹의 여러 난제를 해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부진으로 삼성전자 실적이 악화하자 사물인터넷(IoT), 기업간거래(B2B), 스마트카 등의 신사업 강화로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달 초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새해에도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 속에서 ‘위기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이 부회장은 화학·방산 계열사의 성공적인 매각에 이어 새해에는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건설·중공업 계열사들의 정상화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합병을 통해 자신이 최대주주가 된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의 비전 제시와 미래 새로운 먹거리로 기대되는 바이오사업의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이 부회장의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매제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도 68년생 동갑내기다. 이들 세 사람은 경복고 동창이기도 하다.정 부회장은 시내 면세점 사업권 경쟁에서 기존 사업권은 지키고 신규 사업권 획득에 성공했다. 신세계는 새해 2월 강남점 증축 오픈, 3월 센텀시티점 B관 오픈, 하남 복합쇼핑몰 오픈 등 총 5개의 신규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 여기에 새해 4월 본점 신관 시내면세점의 성공적인 개관도 준비하는 등 2016년을 국내 최고의 유통채널로 거듭나는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도 주목받는 원숭이띠 경영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대림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아이앤에스(I&S)의 합병을 통해 최대주주에 올라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주력인 대림산업이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디벨로퍼로서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발전·유화를 포함한 사업부문간 협업체계 구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OCI 사장은 서강대 화학공학과, 와튼스쿨 MBA에서 수학했으며 여러 외국계 금융사를 거치면서 재무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쌓았다. 2005년 OCI에 전무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그동안 컬럼비안 케미칼 인수, 폴리실리콘 신사업 진출, 미국 텍사스의 400MW 규모 태양광발전 프로젝트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은 GS그룹의 핵심 실세로 주목받고 있다. 허 부사장은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는 사촌 간이다.효성그룹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은 지난해 스판덱스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내년에도 세계 1위 위상을 공고히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탄소섬유도 새해부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재계 68년생으로는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전 두산 산업차량BG 사장을 비롯해 정윤이 해비치호텔 전무,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 이승용 삼영무역 사장, 김형곤 동방 부회장, 정서진 화신 사장,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 등이 꼽힌다.벤처업계는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이 대표적인 68년생 원숭이띠 경영인이다. 김 회장은 최근 넥슨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책 ‘플레이’를 통해 “넥슨을 100년 가는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넥슨을 디즈니 수준까지 키우고 싶다”면서 “향후 10년 동안 넥슨을 더 튼튼하게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재웅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진승현 랩지노믹스 대표, 박철승 드래곤플라이 대표 등도 인터넷·게임업계의 68년생 원숭이띠다.재계 관계자는 “68년생 원숭이띠 재벌 2·3세 경영인들은 해외유학과 해외법인에서 글로벌 감각을 익히는 등 어린 시설부터 엘리트 코스로 경영자 수업을 받았다”면서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과 전략 등 핵심업무를 맡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제로섬게임]화학계열 정리한 삼성..신규사업 독립시킨 구글
-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 히타치는 2008년 7800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급변하는 IT 환경에 늦장 대응한 대가였다. 히타치는 알짜 사업을 과감히 매각하고 파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발빠르게 재편한 뒤에야 가까스로 일본의 대표적인 B2B(기업간 거래)기업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그 이상의 성과를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경을 막론하고 주요 기업들은 ‘성장’이 아닌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삼성, 구글, 소니 등 한국·미국·일본 글로벌 대표 기업들이 올 한해 ‘선택과 집중’에 올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해 본격화한 중국의 전방위적인 산업굴기(堀起·떨쳐 일어섬)가 이들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삼성은 지난 2014년 삼성토탈 등 화학 계열사 2곳과 방산 계열사 2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남아있던 화학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롯데그룹에 넘기면서 3조원의 자금을 확보한 삼성그룹은 향후 미래 성장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및 전장, 바이오 사업 등을 육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삼성의 사업 재편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세 속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극적으로 성사시켰고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삼성물산(028260)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활용해 그룹 양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032830)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순환출자 고리 강화 문제를 연내 해소할 계획이다. 삼성이 향후 완전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리할 것이라는 설과 전자부품 계열사인 삼성SDI(006400)와 삼성전기(009150)의 합병설도 흘러나왔다. 현재는 그룹 계열사들의 사옥 재배치를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작업이 한창이다.2015년 한해 삼성이 겪은 큰 변화들은 이 부회장이 와병중인 아버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조만간 경영권을 넘겨받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구글은 지주회사 ‘알파벳’ 체제로 전환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알파벳은 지난해말 뉴욕증시에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한해 거래를 마쳤다. 기존 대표 사업인 검색, 광고, 지도, 앱, 유튜브, 안드로이드 및 관련 기술 인프라는 그대로 구글에 남지만 신규 사업인 칼리코, 네스트, 파이버, 구글 벤처스와 구글 캐피털, 구글 X는 구글에서 독립시켰다. 구글의 기업 구조 변화는 글로벌 IT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최근 SK텔레콤(017670) 자회사 SK플래닛의 분사 결정은 구글을 벤치마킹한 대표적인 예다. SK텔레콤은 ICT 플랫폼 분야의 지주사로 활동하면서 3개의 자회사를 두기로 했다. 급변하는 모바일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구글식(式) 플랫폼 전략이다. 네이버(035420)나 카카오(035720)가 사업부문 분사를 통해 몸집을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면서 책임을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일본 기업 중에는 소니가 반도체 사업을 분사하는 등 사업 재편에 앞장서고 있다. CMOS 이미지센서(CIS) 1인자 소니는 CIS 포함 반도체 사업 부문을 분사해 상반기 중 ‘소니세미컨덕터솔루션’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소니는 도시바의 CIS 사업을 190억엔(약 1850억원)에 인수해 CIS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수년전 존폐 기로에 섰던 파나소닉은 사업구조와 조직 및 인력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쳐 B2B(기업간 거래) 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자동차, 주택, B2B솔루션, 가전을 새로운 대표사업으로 설정한 파나소닉은 구조개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13년부터 생존 매출 성장과 이익 창출이라는 결실을 맺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임지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수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꾸준히 ‘버림’을 통해 경쟁기업과 차별화하며 고객가치를 만들어냈다”면서 “외부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뤄지거나 비용 절감 차원 때문에 일어나는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오랜 기간 고민과 준비 끝에 내린 ‘내일’에 대한 결론”이라고 설명했다.하준 현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외환경이 어려워지고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은 개별 기업·기업집단 차원의 위기를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촉진하는 법률의 미비, 관련 규제의 걸림돌과 같은 요인 등으로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포토]'그때를 아십니까' 1988년 삼성 엑설런트 TV
- [편석준 칼럼]①제조업이자 빅데이터인 사물인터넷, 한국이 갈 길은?
- [편석준 오컴 대표]사물인터넷은 일단 제조업 비즈니스이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공장에 쓰여, 기계의 이상징후 감시나 프로세스 효율화, 패키징과 물류 등을 최적화 해주는 ‘스마트팩토리’가 구현 가능하기 때문에 사물인터넷이 제조업인 것이 아니다. 사물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사물(하드웨어, 디바이스)에 전자보드, 센서, 통신모듈, 보안장치 등의 부품을 장착해 공장에서 양산해야 하는 제품인 것이다.편석준 오컴 대표다른 영역의 비즈니스와 비교해보면, 사물인터넷이 제조업 비즈니스란 것은 명확해진다. 가령, 뷰티(beauty) 비즈니스에 모바일 기반의 ‘언니의 파우치’란 서비스가 있다. 화장품 등의 뷰티 제품에 대한 소개와 리뷰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적합한 제품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이다. ‘미미박스’는 월정액을 내면 이용자들이 귀찮은 상품탐색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한 달에 한 번씩 전문가들이 알아서 상품을 골라 배송해주는 구독 서버스이다. 모바일이란 가상의 영역에서 그치지 않고, 배송이란 오프라인 영역까지 걸친 서비스이다. 한국의 ‘웨이’나 미국의 ‘오쿠’는 직접 피부 상태를 측정해주는 스마트폰 등으로 정보를 전송해주는 측정 디바이스이다. 이 중에서 실제 디바이스를 갖고 있는 ‘웨이’와 ‘오쿠’가 사물인터넷 비즈니스이다. 현재, 신기하고 창의성 넘치는 사물인터넷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곳은 스타트업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디바이스를 양산할 만한 자본이나 능력을 갖고 있는가?”이다. 스타트업(Start-up)은 말 그대로 시작하자마자 로켓에 올라탄 듯 급성장한다는 뜻을 갖고 있지만, 제조가 필수인 사물인터넷 영역에서 스타트업은 한계를 지니는 것이다. 제조업은 생산비용과 소비자 판매가를 저울질하며, 유통을 최적화해 마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그 비즈니스의 본질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생산비용을 줄이기 힘들고, 예상 판매량조차 명확히 할 수 없다. 그래서, 현재 소개되는 스타트업들의 신기한 사물인터넷 제품들은 실제 양산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등에서 소개된 경우가 많다.사물인터넷 확산을 위해서는 사물인터넷 디바이스가 많이 배포?설치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들을 욕망(desire)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필요(need)로 하지는 않고, 비(非) 사물인터넷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이에, 글로벌IT 기업들은 소비자용 제품 출시보다는 어쨌든 사물인터넷 시대는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플랫폼이나 B2B용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플랫폼이란 것은 다양한 층위를 지니고 있다. 삼성전자의 아틱 시리즈나 인텔의 에디슨 같은 것들은 전자제품 안에 들어가는 하드웨어 보드로, 다른 기업에서 해당 하드웨어 보드를 사용해 디바이스를 제조하면 자동적으로 사물인터넷 제품이 되게끔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하드웨어 보드를 만든 기업 입장에서는, 보드 판매 수익도 있겠지만 보드를 장착해 팔린 제품들이 많아질수록 자사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이를, 사물인터넷 하드웨어 플랫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삼성전자가 인수한 스마트씽즈, 구글의 네스트랩스가 합병한 리볼브(Revolve), 그리고 한국의 스타트업 유니크온의 유니크온 허브는 스마트홈에 특화된 사물인터넷 플랫폼이다. 이들 제품은 집 안의 디바이스를 사물인터넷 방식으로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허브(주변 디바이스들을 근거리 무선통신으로 연결시키고 제어하는 장치)인데, 이것은 사물인터넷 스마트홈 플랫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하드웨어만 개발하면 되는 제조업이 아니라, 하드웨어를 제어할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처리, 사용자 앱까지 모두 만들어야 하는 ‘종합 예술’이다. 사물인터넷 규격이 필요한 모든 기업들이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A부터 Z까지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어렵다. 사물인터넷 양산을 쉽게 도울 수 있는 플랫폼도 있다. SKT 씽플러그와 크레스프리의 ALOOH(알루) 플랫폼이 사물인터넷 지원형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데, ALOOH에는 삼성전자의 아틱과 같은 스노우(SNOW)란 하드웨어 보드도 있기 때문에 사물인터넷 기술이 부족한 기업에게는 더 효율적인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플랫폼을 넘어, 사물인터넷 표준화를 만들고자 하는 여러 산업계의 표준화 단체가 있다. 퀄컴과 시스코가 주도하는 올신얼라이언스,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하는 OIC에서는 하드웨어 보드를 넘어, 이종 디바이스를 연결해 제어 가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있다. 현재 사물인터넷 제품과 일반 디바이스들은 각자의 규격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이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로 서로 다른 통신규격, 운영체계를 가능한 많이 지원하려 하는 것이다. 또, 디바이스 별로 특화되어 있을 CPU, 센서, 비디오 및 오디오 기능, 반응과 액션, 소비자 피드백 기능, 그리고 보안까지 모두 종합해 한꺼번에 지원하려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디바이스 간 파편화 문제를 넘어, 표준화 파편화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들 표준화 프레임워크 간에 연결하는 방안도 상당히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바일 시대의 승자를, ARM사와 퀄컴 등의 부품사를 제외한다면 애플의 iOS와 앱스토어,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구글플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지켜본 글로벌IT 기업들이라면 당연히 플랫폼 전쟁에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다. 사물인터넷이란 단어가 흥행할 때, 우리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모든 디바이스가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제품의 가필비(가격 대비 필요) 문제와 플랫폼 전쟁 때문에 아직 초연결은커녕 작은 연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성비 뛰어난 디바이스들을 쏟아내고 있는 샤오미를 사물인터넷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샤오미는 초창기부터 애플의 플랫폼 전략과 테스코의 멤버십 전략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물인터넷 전략 관점에서, 샤오미 플랫폼을 사용하는 팬을 확산하고, 기존의 글로벌IT 기업들과 차별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성비를 갖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물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디바이스를 양산하고 팔아야 하는 제조업이기 때문이다. 이때, 샤오미는 제조업 비즈니스의 본질인 마진 장사를 무시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샤오미의 전략을 사물인터넷 관점에서도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사 디바이스를 N개 사용하는 팬 층을 만들어 거꾸로 플랫폼을 완성하는 전략이다. 정리하면, 사물인터넷 시장은 현재 창의력 넘치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스타트업과 플랫폼 전쟁에 치중하는 글로벌IT 기업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 간격이 사라질 때,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 간격이 왜 좁혀지지 않는지, 좁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살펴보겠다. ◇편석준 씨는오컴(Occam) 대표. 현재 IoT B2G 서비스, IT 어린이 교재 프로젝트를 추진 중. 지은책: 경제경영서《왜 지금 드론인가》, 《사물인터넷, 실천과 상상력》, 《사물인터넷》, 《모바일트렌드 2014》, 《LTE신세계》, 인문교양서 《구글이 달로 가는 길》, 소설집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완벽한 분석》, 경제경영서 《스타트업 코리아 2016》(1월 예정), 동화 《대장이 되고 싶은 조시》(1월 예정), IT소설 《10년 후의 일상》(3월 예정)
- 구조조정으로 재계 순위 요동…한화, 내년 10위에서 8위로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올 한 해 구조조정 한파로 대기업 그룹 간에 굵직한 빅딜과 M&A가 크게 활성화되면서, 내년 재계 순위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49개 대기업 집단 중 32개 그룹(65.3%)의 순위가 바뀔 전망이다. 재계 순위가 이처럼 요동을 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룹별로는 삼성 계열사 5곳을 인수한 한화(000880)가 자산 총액을 17조5000억 원 가량 불리며 한진과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재계 10위에서 8위로 2계단 뛰어 오르고, KDB대우증권을 품에 안게 될 미래에셋은 10계단이나 껑충 뛰어 20위권 도약이 유력시 되고 있다. 반면 동부(012030)는 자산이 6조3천억 원이나 줄어들어 16계단 미끄럼을 타고,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한라, 대성 등도 재계 순위가 2~3계단 떨어질 전망이다. 3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49개 그룹의 2015년 자산 변동을 기준으로 내년도 재계 순위를 예측한 결과 32개 그룹의 순위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됐다. 19개 그룹은 순위가 오른 반면 13개 그룹은 하락하고 16개 그룹은 순위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지난 9월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홈플러스는 출자총액기업집단에서 빠져 순위 집계에서 제외했다.재계 순위가 이처럼 요동을 친 것은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처음이다. 2009년 5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 40곳 중에서 무려 33곳(82.5%)의 순위가 바뀌었다. 이번 조사는 공정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했으며, 12월 현재까지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계열사 변동 내역과, 실제 인수합병(M&A)은 이뤄지지 않았어도 언론 등을 통해 우선협상자 선정 등 M&A가 결정된 기업들을 모두 포함했다. 순위가 오르는 그룹은 미래에셋을 포함해 총 19곳이다. 최근 KDB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가 된 미래에셋의 경우 인수를 완료하면 공정자산은 14조6340억 원에 달해 금호아시아나, 현대백화점, 현대 등을 제치고 29위에서 19위로 단박에 10계단이나 뛰어오르게 된다. 자산규모도 작년 말 9조9910억 원에서 4조6430억 원(46.5%)이나 불어난다. 이어 KT&G(35위→29위) 6계단, 교보생명보험(38위→33위) 5계단, 한국타이어(34위→31위) 3계단 등의 순으로 자산 순위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들 3사는 M&A가 아닌 자본과 부채 증가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KT&G의 경우 자본과 부채가 각각 5380억 원, 4370억 원 증가했고, 교보생명보험(주)은 자본이 5600억 원 늘어났다. 한국타이어는 자본 4020억 원, 부채 4540억 원씩 증가했다. 한국타이어는 3계단 오르고 한화, 영풍, 세아, 이랜드, 아모레퍼시픽, 하이트진로, 중흥건설, 한솔이 2계단씩 오를 전망이다. 또 두산, 대림, 부영, 현대백화점, 효성, 코오롱, 태영 등은 1계단씩 순위를 높이게 된다. ◇동부, 36위로 급락반면 구조조정을 통해 동부제철, 동부특수강 등을 떼어낸 동부그룹은 20위에서 36위로 16계단이나 급락할 전망이다. 12월 현재 자산은 8조3220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6조3050억 원(43.1%) 감소했다. 금호석유화학과 계열분리된 금호아시아나는 3계단 하락하고 대우건설,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한라, 대성은 각각 2계단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종합상사 등의 계열분리를 결정한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한진, KT, 현대, OCI, 한국지엠 등은 1계단씩 내려앉아 총 13개 그룹의 순위가 이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자산이 가장 크게 늘어난 그룹은 한화로 올해 삼성종합화학(1조309억 원)과 삼성테크윈(8232억 원)등을 인수하면서 작년 말보다 무려 17조4920억 원 늘었다. 작년 말 37조9540억 원에서 12월 현재 55조4460억 원에 달했다. 롯데 역시 삼성SDI 화학부문, 삼성정밀화학, KT렌탈 등의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자산규모를 12조5360억 원 늘려 한화의 뒤를 이었다. SK(11조6160억 원)와 현대차(10조4190억 원) 등도 자산을 10조 원 이상 늘렸다. SK는 CJ헬로비전과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했고, 현대차는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현대종합특수강(구 동부특수강)의 지분을 거머쥐면서 역시 자산을 크게 불렸다. 이어 미래에셋(4조6430억 원), GS(2조6230억 원), LG(1조7430억 원), 신세계(1조7290억 원), 세아(1조2250억 원) 등의 자산이 1조 원 이상 늘었다. KT&G, 대림, 한국타이어, 현대백화점, 두산 효성, 교보생명보험, 아모레퍼시픽, 이랜드, 영풍, 코오롱, S-Oil, KCC, 한솔, 하이트진로, 현대산업개발, 태영, 중흥건설, 삼천리 등도 자산이 소폭 증가했다. 반면 동부그룹은 6조3050억 원 감소해 자산이 가장 많이 줄었다. 금호아시아나(4조3230억 원), 삼성(3조6030억 원), KT(3조5630억 원), 현대중공업(2조9190억 원), 포스코(2조1760억 원), 한진(1조8450억 원), CJ(1조8120억 원), 대성(1조3110억 원), 동국제강(1조2670억 원) 등도 1조 원 이상 줄었다. 또 OCI, 한진중공업, LS, 대우조선해양, 한라, 태광, 대우건설, 현대 등의 자산 규모도 축소됐다. 이 같은 부침 속에서도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등 상위 1~7위 그룹은 순위 변동이 없었다. 이를 포함해 신세계(13위), CJ(14위), LS(15위), 대우조선해양(16위), S-Oil(26위), KCC(28위), 태광(39위) 등 총 16개 그룹도 이전 순위를 유지했다. 자산 규모로 보면 삼성그룹이 347조9300억 원으로 압도적 1위였다. 현대차(204조5120억 원), SK(164조40억 원), LG(107조2620억 원), 롯데(105조9430억 원) 등이 100조 원 이상으로 재계 자산 순위 ‘톱5’를 기록했다. 이 외에 포스코(82조3690억 원), GS(61조1290억 원), 한화(55조4460억 원), 현대중공업(54조5530억 원), 한진(36조5370억 원)이 ‘10대 그룹’ 타이틀을 방어할 전망이다.
- [줌인]이혼 결심 공개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그룹 지배구조에는 영향 없을 듯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태원(55) SK그룹 회장이 혼외자의 존재를 공개하면서 이혼과 재혼 의사를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그는 29일자 세계일보를 통해 공개된 편지글에서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지만, 여론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스스로 밝혔듯이 결혼한 상태에서 다른 여성과 함께하는 삶을 꿈 꾼 것은 도의적으로 옳지 않고, 변명도 어렵다. 최 회장은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 밝히는 게 옳은지 어디에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며 “큰 잘못을 한 것에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한다. 이제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 한다”고 했다.그는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다. 앞으로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한다”고 했다. 재계 3위인 SK그룹을 이끄는 회장이 스스로 치부를 드러낸 것은 올해 6살인 딸의 장래에 대한 걱정 때문으로 보인다.해당 여성(39)은 1976년생으로 연세대 MBA를 졸업했다. 한 번의 이혼 경력이 있으며 최 회장과는 지인 소개로 만났다. 그는 최 회장이 회삿돈 횡령 혐의 재판을 받을 때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을 찾기도 했으며, 한남동과 홍콩에 거처를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그룹 관계자는 “따님이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안 좋은 소문이 나자 최 회장님이 이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 갖게 되신 것 같다”면서 “용기를 낸 고백을 진심으로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최태원 SK 회장과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SK 주요임원들이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본 방향을 의논하기 위해 지난 8월 15일 SK서린사옥으로 들어서고 있다. SK그룹 제공하지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 회장의 편지가 공개된 지금까지도 이혼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노 관장을 잘 아는 한 지인은 “노 관장은 혼외자의 존재를 알고도 묵묵히 가정을 지켜왔다. 이혼할 의사가 없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대로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청혼은 들어봤지만 공개이혼 통보는 처음이며, 노 관장은 불륜은 불륜으로 끝나야 하고,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이어 “당장 노 관장이 이혼하거나 소송을 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굉장히 힘들어 한다”고 덧붙였다.일각에서는 노 관장이 위자료 명목으로 SK텔레콤을 요구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이혼소송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위자료 요구액 등은 너무 앞선 얘기라는 지적이다. 다만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하지만 현행 법상 귀책 배우자는 이혼 요구를 할 수 없어 재산분할 소송이 진행된다면 노 관장만 제기할 수 있다.그룹 안팎에서는 최 회장 부부의 이혼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당장 SK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뀔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다.최 회장 부부의 세 자녀와 막내 딸이 모두 어린 데다 상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지주사인 SK㈜와 SKC&C가 합병해 최 회장의 지분율이 32.9%에서 23.4%로 낮아졌지만,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주식을 합치면 경영권 방어에는 무리가 없다는 지적이다.노 관장이 소송을 통해 최 회장 SK지분의 절반(11.7%)을 요구해도 최기원 씨 지분을 합치면 최대주주 지분이 19.2%가 돼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아울러 노 관장은 현재 SK지분 0.01%, SK이노베이션 지분 0.01%를 갖고 있는데 이 역시 경영권을 좌우할 수준은 아니다. 증권가 일각에선 노 관장이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소송과 함께 SK 지분 절반 등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할 경우 SK그룹은 낮아진 최태원 회장의 지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SK㈜를 사업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로 나누고 사업지주사를 SK하이닉스와 합병하면서 일반지주사에 최 회장 지분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 김성철 교수 “SKT-헬로비전 인수 허용하고 KT 합산규제도 풀자”..KT는 말도 안 되는 소리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사면초가’인 케이블TV방송을 살리기 위해 SK텔레콤(017670)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허용하고, 대신 KT(030200)그룹(KT, KT스카이라이프)에 가해졌던 유료방송 합산규제(시장점유율 33% 초과 금지 규제)를 풀자는 의견이 나왔다. 케이블망 고도화와 콘텐츠 투자를 위해 미디어 업종에 대한 통신 대기업의 진입과 영업을 자유롭게 허용하자는 얘기다.하지만 KT는 SK텔레콤의 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승인하고 문제점은 인수합병 조건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김 교수 주장은 SK텔레콤의 요구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9일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최 ‘2016년 방송통신산업 현안과 해결방향 모색’ 심포지엄에서 “케이블 방송은 현재 위기이고 여러 해법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투자”라면서 “원래는 자구노력을 통해 직접 자기가 투자해야 하지만 케이블TV방송 업계는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전제했다.이어 “해외자금이나 재무적 약탈자는 위험하고, 현실적으로는 투자 의지가 있는 대기업이 살릴 수 밖에 없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방침은 방통융합을 가속화시키고 망 고도화에 투자해주는 등 반가운 일이며,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부연했다.김 교수는 정부는 인수조건을 고심하되 시간을 끌지 말고 승인해야 한다고 밝혔다.그는 “이번 딜이 이뤄지면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KT그룹과 SK·헬로비전 그룹, 그리고 나머지도 합종연횡을 할 것”이라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게 산업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또 “(경쟁제한성 같은) 문제는 분명히 있지만 승인을 하되, 이 문제를 어떻게 예쁘게 풀 것인가가 중요하다”면서 “조건을 합리적으로 부과하고, 사업자(SK텔레콤)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특히 그는 “경쟁사(KT 등)는 해피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잘 나가는데 (경쟁사는) 묶자는 것도 어른스럽지 않다”며 “합산규제 33%를 풀어서 제대로 (SK와 KT가) 경쟁할 수 있게 하자. 이는 케이블방송사업에 의지가 없는 기업이 엑시트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통신사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합산규제를 같이 풀고, 통합 방송법이 예고돼 있으니 이번 딜을 전환점으로 조금 진도를 나가자”고 말했다.김 교수는 정부가 부여할 수 있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조건으로 △획기적인 투자로 현재 헬로비전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율을 5년 내 100%로 끌어올릴 것 △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를 인위적으로 SK텔레콤 네트워크로 이동시키지 않을 것 △기존의 결합상품 규제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결합상품을 운용할 것 △회계분리와 관련 정보 공개를 통해 PP에게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 산정모델을 개발하고 플랫폼과 콘텐츠간 합리적인 수익배분 방안을 도입해 상생을 추구할 것 △직접사용채널인 지역채널을 지역정보채널 취지에 맞게 운영해 공정성을 담보할 것(다만, 인터넷 시대에 케이블만이 지역성의 보루인지는 생각해 볼 것)△미디어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 △인수되는 CJ헬로비전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 시행 등을 제시했다.그는 “문제가 있는데도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보다 문제가 없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게 더 심각하다”면서 “심각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일각의 우려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의 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막는 것보다는 전향적으로 조건부 승인하고 이를 전체 산업에 대한 조정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KT와 LG유플러스는 “참석 요청을 받았으나 발제문의 심각한 편향성으로 불참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히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특히 발제내용 중 SK텔레콤의 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적시에 승인하고 발생되는 문제점은 인수합병 조건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SK텔레콤의 주장 및 요구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KT 관계자는 “김성철 교수의 발제문이 더 편향적”이라면서 “핵심 쟁점사항인 유료방송 시장 획정에 있어 미국 AT&T의 DirecTV 사례에서 ’지역‘ 기준을 누락한 것은 고의성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또 “케이블업계가 쇠퇴한 원인은 SK텔레콤이 이동전화 지배력으로 방송상품을 결합, 초저가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양호한 케이블 1위사업자를 인수한다고 해서 수십 개의 SO가 존재하는 케이블 업계의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케이블 사업자간 통합의 구심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은데도 경쟁제한성이 큰 본 인수합병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논리의 비약”이라고 반박했다.KT는 “최근 미국, 유럽에서 추진된 동종 시장 내 인수합병을 보면 경쟁·규제 당국의 일관된 입장은 경쟁관계에 있던 사업자의 소멸에 따른 경쟁 둔화 및 소비자 선택 축소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3, 4위 사업자간 합병도 불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한국미디어경영학회 SKT-헬로비전 인수 보도자료 사고..발제자 문제제기에 문구 수정☞ KT-LG유플, 미디어경영학회 “발제문 편향적”..심포지엄 불참☞ “SK텔레콤, 헬로비전 인수.. 소비자에 이익”..미디어경영학회 세미나☞ [뉴스Story]한국언론학회가 SK-헬로비전 세미나 사과한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