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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찌르기' 한판…리움미술관은 왜 김범의 13년 침묵을 깼나
-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이 기획한 김범의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에 나온 설치작품 ‘자신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배우는 사물들’(2010). 앞과 뒤에서 각각 바라본 전경은 여느 교실 풍경과 다르지 않다. 다만 ‘만석’의 의자를 채운 이들은 선풍기, 저울, 화병, 커피포트, 물뿌리개, 스프레이 살충제 등. 작은 TV 브라운관 안에만 존재하는 강사는 칠판 바로 옆에 ‘놓인’ 채 이들 사물 청중을 대상으로 ‘주입식 교육’이 한창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새들은 종류가 아주 다양해. 봐봐. 얘는 키위라고 하는 애야. 더운 나라에 사는데, 거기엔 타조도 있어. 얘는 아주 빨리 달릴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날 필요가 없었어.” 작은 모니터 안에서 무릎에 두툼한 책자를 올린 한 남자가 강의 중이다. 어깨 너머 뒤로는 온갖 새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도 붙여뒀다. 내용은 들리는 그대로다. 책장을 넘기고 사진을 가리켜 가며 새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는다. 그것도 장장 87분 30초에 걸쳐서. 관심을 가진 누구나 들을 수 있게 만든 ‘인강’(인터넷 강의)쯤 되려나 싶지만, 아니다. 대상이 정해진 강의니까. 그렇다면 청중은 누구? 글쎄, 이 부분이 좀 난감하다. 나뭇가지 위에 걸터앉은 돌이니까. 남자는 지금 1m 남짓 떨어진 돌덩어리에게 열강을 하는 중이다. 그 강의 끝에 결국 자신을 새라고 믿게 된 돌덩어리가 나뭇가지와 함께 세상에 나왔고(‘자신이 새라고 배운 돌’ 2010). 김범의 ‘자신이 새라고 배운 돌’(2010). 12인치 평면 모니터 속 단채널비디오에 든 한 남자가 1m 남짓 떨어진 돌을 상대로 세상의 모든 새에 대해 강의 중이다(87분30초·오른쪽). 그렇게 돌은 새처럼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채 세상에 나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당황스러운가. 어쩌나. 이게 끝이 아닌데. 절정은 어느 교실 풍경을 옮겨놓은 또 다른 장면이 아닐까. ‘히포크라테스’ ‘반 헬몬트’ ‘수소 매트 암모니아’ 등 모를 단어들이 적힌 칠판을 바라보며 정렬한 작은 의자들이 ‘만석’이다. 그 자리를 채운 이들은 낯설지 않다. 어디선가 한번쯤은 마주쳤을 ‘사물’들이니까. 선풍기, 저울, 화병, 커피포트, 물뿌리개, 스프레이 살충제 등등. 역시 작은 TV 브라운관 안에만 존재하는 강사는 칠판 바로 옆에 ‘놓인’ 채 이들 사물 청중을 대상으로 ‘주입식 교육’이 한창이다. ‘가장 안전한 네 현실은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란 내용으로 말이다(‘자신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배우는 사물들’ 2010).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드넓은 기획전시실을 채운 작품들은 거의 이런 식이다. 상식을 뒤집고 현실을 비틀고 고정관념을 깬다. 한마디로 ‘허를 찌르는’ 장면·화면의 연속이다. 아예 “당신이 보는 것이 보는 것의 전부가 아니다”란 ‘경고성 일침’까지 내걸었는데.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작가 김범(60)이란 카드다. ‘바위가 되는 법’이란 타이틀을 걸고 작가 최대 규모의 개인전을 열었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물이 오른 2010년대 중반까지 30여년을 꿰뚫는다. 김범의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에 나온 회화작품 ‘26개의 제목 없는 드로잉’(1991∼1996). 본질을 뒤집는 ‘전복’과 예상을 뒤엎는 ‘반전’으로 딱딱한 고정관념의 허를 찌르는 작가 작업에 출발점이 된 작품들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망치라고 임신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작가의 이름이 낯설다면 당연하다. 국내 미술계에는 드물게 소개된 데다 작가 자체도 그다지 나서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작품 수는 더욱 적다. “과작하는 작가”란 말을 미술관이 여러 차례 귀띔했을 정도로 작품 발표가 잦지 않았다. 덕분에 신작 없이 그간의 작품 히스토리를 내보이는 ‘서베이전시’ 형식으로 마련한 이번 개인전조차 13년 만이란다. 미국의 클리브랜드미술관, 뉴욕 아트 오마이, 홍콩 엠플러스 등 국내외 소장처와 소장자를 수소문해 작품 70여점을 옮겨왔다. 그렇다면 왜 굳이 김범이어야 했나. “이제라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획에 직접 나선 김성원 부관장은 “가장 많은 생각을 가장 적게 보여준 작가”라며 “미술계, 특히 1990년대 한국미술에 미친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작가를 소개했다. 드러나진 않지만 가장 원초적인 역할인, 미술계의 ‘뿌리’쯤에 위치시킨 거다. 13년간 지켜온 침묵을 깰 가치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김범의 ‘캔버스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캔버스를 도려낸 뒤 서로 연결하고 단추까지 달아 ‘내면의 주머니들’을 상징한 ‘자화상’(1994·왼쪽)과 실로 한땀 한땀 점처럼 찍어 형상을 만든 ‘기도하는 통닭’(1994)(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 가치는 한국미술사, 범위를 좁혀 개념미술사를 놓고 볼 때 도드라진다. ‘모든 문제는 우리가 가진 인식체계에서 비롯된다’는 걸 단박에 일깨워주는 직관적인 작품들이 말이다. 한마디로 본질을 뒤집는 ‘전복’이고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다. 가령 작가가 ‘망치가 임신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치자. 아마 대답은 ‘네’ ‘아니오’가 아니라 ‘정신 나갔네’에 가깝지 않겠나. 이 틈새서 보인 작가의 반응이 ‘임신한 망치’(1995)다. 멀쩡하게 생긴 망치의 나무 손잡이가 불룩한 이 작품은 보는 이의 복잡한 생각이 스치게 만든다. ‘망치가 진짜 임신을 했네’ ‘망치의 손잡이는 배였구나’ 등을 앞세워 ‘망치라고 임신하지 말란 법이 있는가’까지. 어차피 뭔가를 생산해야 하는 역할을 가진 공구라면 말이다. 김범의 ‘두려움 없는 두려움’(1991·왼쪽)과 ‘임신한 망치’(1995). 1990년대 작가가 고민했던 화두 두 가지를 옮겨낸 대표작이다. ‘이미지의 비현실성과 회화의 현실성 사이의 간격’ ‘사물에도 생명이 있다는 생각’. 개가 거칠게 벽을 뚫고 나온 듯한 ‘두려움…’은 드로잉을 공간에 입체적으로 제작한 작품이고, ‘임신한…’은 일상의 사물을 동물적 생명력과 연결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장 입구에 걸린 거대한 영상 ‘볼거리’(2010)는 반전과 전복으로 이어지는 작가세계의 서막쯤 된다. 치타가 뛰니 영양이 덩달아 뛰는 숱하게 봐온 ‘동물의 왕국’ 그거다. 그런데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 1분 7초짜리로 짧고 굵게 편집된 이 영상은 ‘도망가는 치타와 뒤쫓는 영양’의 다이내믹한 ‘도주 신’을 담고 있으니까. 작가가 직접 나서 좀더 선명한 의도를 전한 작품도 있다. 31분짜리 ‘노란 비명 그리기’(2012)다. 25호쯤 되는(66×86㎝) 하얀 캔버스를 앞에 둔 작가가 ‘노란 비명’이란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한다. 그저 묵묵히 한 획씩 그어가는 모습일 거란 예측은 작가가 붓질을 하는 순간 여지없이 깨지는데. ‘아아아악’ 하는 비명에 맞춘 붓질이 한참 동안 이어지니까.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회화작품으로 보이는, 부드럽고 따뜻한 ‘노란 비명’(2012)에 담긴 비화를 작가 스스로 공개하고 나선 거다. 작가 김범이 직접 나서 강연 형식으로 제작한 영상 ‘노란 비명 그리기’(2012, 단채널 비디오 31분 6초) 중 두 장면을 뽑았다. 움직이는 붓선에 작가의 비명소리를 담아내는 과정을 담아냈다. 비명 한 번에 노란선 한 획씩이 캔버스에 그려진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김범의 ‘노란 비명’(2012·66×86㎝). 작가의 거친 비명소리를 먹고 부드럽게 완성된 유화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캔버스는 비딱한 상상에 수시로 불을 붙인 도구라고 할까. 남들은 물감으로 꽃단장시키는 캔버스를 작가는 온전히 내버려 두질 않았다. ‘물성’이라 말하는 그 태생 자체에 의문을 던진 건데. 뚫어내는 건 기본. 빈 공간을 철망을 연결하고(‘철망 통닭 #1’ 1993), 모조리 뜯어낸 뒤 여러 개의 직사각형으로 얼기설기 꿰매 붙이고(‘벽돌 벽 #1’ 1994), 곡물을 다닥 붙여 긴 문장을 적어놓기도 했다(‘허수아비’ 1995). ◇허점은 당신의 생각과 인식에 있다시작은 어이가 없고, 과정은 유머러스하며, 끝은 긴 여운이다. 작품의 허점인 듯 운을 뗀 뒤 가장 익살스러운 방식으로 종국엔 당신의 허점이란 걸 친절하게 알려주니까. 가장 부드러운 도구로 본능·관성·진리의 원칙이란 걸 모조리 째고 아낌없이 부수는 식이니까. 김범의 ‘철망 통닭 #1’(1993·58.5×87.5㎝). 1990년대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작가의 ‘캔버스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한 점이다. 캔버스를 통닭 모양으로 오리고 빈칸을 철망으로 채웠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굳이 작가의 그 DNA를 캐보면 전혀 안 잡히는 것도 아니다. 회화·조각·설치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은 아버지인 조각가 김세중(1928∼1986), 작품보다 더한 작품명을 다는 재주는 어머니인 시인 김남조(96)에게서 받았을 거다. 아버지는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제작한 작가로, 어머니는 ‘가난한 이름에게’ ‘심장이 아프다’ 등의 시집을 펴낸 1960∼1970년대 대표시인으로 꼽힌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독특한 작품세계에 유려하게 설명을 붙여줘야 할 작가가 끝내 ‘공식적인 등장’을 하지 않은 거랄까. 작고작가 혹은 해외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엄연히 생존해 있는 작가의 개인전에서 그 작가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흔치 않으니까. 과연 이조차 ‘뒤통수치기’의 마지막 한 점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겠다 싶다. 작가가 줄창 일러준 대로라면 ‘안 보이니 없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전시는 12월 3일까지. 김범의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 전경. 전시장에 발처럼 내걸린 ‘무제’(2002)의 일부다. 종이를 오려 사람과 사람이 선과 발로 연결된 모양을 ‘빚어’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국립극장 콘텐츠 해외서 러브콜…K컬처 성장 기여했죠"[만났습니다]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K컬처’에는 방탄소년단 같은 K팝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 기반에 연극, 클래식과 같은 ‘기초예술’이 있었기에 ‘K컬처’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기초예술 또한 그 위상이 세계적으로 많이 높아졌습니다.”36년 경력의 예술행정가 박인건(66) 국립극장 극장장이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K컬처’에 대한 생각이다. K팝, K무비 등 대중문화에서 시작한 ‘K컬처’ 열풍 이면에 순수예술(기초예술)이 있다는 사실은 이제 부인하기 힘들다. 세계적인 성과도 쏟아지고 있다. ‘K클래식’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시작으로 최근 바리톤 김태한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까지 ‘K클래식’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박인건 국립극장 극장장이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전통의 현대화 또한 K컬처와 연결돼”박 극장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 문화의 달라진 세계적인 위상을 보여주는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박 극장장이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부장을 맡았던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이탈리아 볼로냐오페라단을 초청하기 위해 당시 세종문화회관의 김신환 사장과 함께 현지를 방문했어요. 그런데 현지 관계자들 표정은 ‘여기에 왜 왔냐’는 듯 떨떠름했어요. 그만큼 한국의 기초예술이 외국에서 인정받지 못한 거였죠.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로 있을 때 볼로냐오페라단이 먼저 한국을 찾아오더라고요. 해외 유수의 오페라단들은 이제 한국 성악가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정도입니다.”박 극장장은 1987년 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장을 시작으로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부장을 거쳐, 충무아트센터, 경기아트센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KBS교향악단, 부산문화회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사장 및 대표를 두루 거친 예술행정 전문가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인정받아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국립극장 극장장으로 임명됐다.국립극장은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극장이다. 국립극장 전속 예술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을 통해 ‘전통의 현대화’에 앞장서고 있다. 박 극장장은 국립극장이 추구하는 ‘전통의 현대화’ 또한 ‘K컬처’와 연결된다는 생각이다.박인건 국립극장 극장장이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한국에서 전통예술이라고 하면 1945년의 예술을 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물놀이는 농악을 비튼 것으로 1978년 처음 등장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전통예술이 아니죠. 그러나 농악에서 나온 사물놀이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이를 또다시 ‘난타’로 이어지면서 해외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국립극장이 ‘K컬처’에 기여하는 것 또한 ‘전통의 현대화’를 통해 해외와 부단히 교류하는 일입니다.”실제로 국립극장이 제작한 다수의 콘텐츠가 지난 몇 년 동안 해외에 소개돼 호평받았다. 올해도 중요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국립창극단 대표 레퍼토리 ‘트로이의 여인들’은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초청을 받아 오는 9~11일(현지시간) 에든버러 페스티벌 씨어터에서 현지 관객과 만난다. 한국의 사군자를 소재로 한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묵향’은 오는 10월 캐나다 오타와 국립예술센터,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다. 박 극장장은 “특히 한국의 창극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다”며 “영국 바비칸센터에서도 국립창극단에 러브콜을 보내와 내년 초청 공연을 논의 중이다”라고 귀띔했다.정부도 ‘K컬처’ 열풍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박 극장장은 “문화정책에서 정부가 할 일은 최대한 간섭 없이 지원하는 것”이라며 “정부 전체 예산에서 문화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대에 불과한데, 이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교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 극장장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민간 교류가 다시 활성화돼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 그리고 민간 차원의 활발한 교류가 ‘K컬처’의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했다.박 극장장이 처음부터 예술행정 전문가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 처음 그가 선택한 것은 바이올린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바이올린을 잡았다. 경희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이후 연주자이자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때마침 예술의전당이 클래식 음악 전공자 중 공연기획자를 찾는 것을 알게 돼 1987년 입사했다. 이듬해 예술의전당 개관을 준비하면서 예술행정가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물과 기름 같은 ‘예술행정’, 균형 맞추는 것 중요”예술행정에 대한 박 극장장의 생각은 명확하다. ‘예술’과 ‘행정’은 물과 기름처럼 쉽게 합쳐질 수 없다는 것이다.“‘예술행정’이라고 하는 단어만 놓고 보면 기가 막힐 정도로 멋있죠. 하지만 이 둘은 쉽게 합쳐질 수 없습니다. ‘예술’은 결과가 중요하지만, ‘행정’은 과정이 중요하거든요. 예술가와 행정가는 서로의 생리를 이해할 수 없어요. 예술가의 입장에선 돈을 아끼지 않더라도 고급스러운 무대세트를 제작하는 게 중요하죠. 반면 행정가는 무대세트를 제작할 때 입찰을 통해 가장 저렴한 비용을 책정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예술과 행정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것이 예술행정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박 극장장이 국립극장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국립극장의 접근성과 공연장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극장인 해오름극장 2층을 북카페로 만들어 상시 개방한다. 임기 동안 공연 횟수 연간 200회를 달성하는 것도 목표다. 공연기획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연기획부 내에 공연기획팀과 전속단체공연지원팀을 설치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야외 문화광장 행사도 확대한다. 기존 친환경채소시장 ‘아트 인 마르쉐’ 외에도 식물 마켓과 거리공연을 결합한 ‘아트 인 가든’, 북페어와 토크 콘서트를 결합한 ‘아트 인 북스’, 시민들과 함께 탈춤을 배우는 ‘아트 인 탈춤’을 새롭게 선보인다.박 극장장은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 시절 ‘교향악축제’를 만든 장본인이다. 국립극장에서도 ‘교향악축제’처럼 브랜드로 자리 잡을 새로운 축제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하는 전국의 국공립 무용단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다. 박 극장장은 “실패할지 몰라도 일단 무엇이든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3년 임기가 끝날 때 국립극장이 서비스도, 극장 가동률과 관객 점유율도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박인건 국립극장 극장장이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박 극장장은…△1957년생 △경희대 음악대학 기악(바이올린 학사) △경희대 대학원 음악교육학 △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장(1987~1999)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부장(1999~2004) △충무아트홀(현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 사장(2004~2006) △경기도문화의전당(현 경기아트센터) 사장(2006~2010)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관장(2011~2012) △KBS교향악단 사장(2012~2015)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2016~2018)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이사(2019~2022)
- 여름방학, 아이들과 함께 볼 공연 '총정리'[알쓸공소]
-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들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오늘은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들이 볼만한 공연을 모아봤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공연이라 유치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연극, 인형극, 서커스 등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청소년, 성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이 올 여름 곳곳에서 펼쳐집니다.‘2023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 초청작 아트 서커스 ‘두 바퀴 자전거’. (사진=예술의전당)예술의전당은 오는 22일부터 8월 31일까지 ‘2023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입니다.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부모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내·외 우수 작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올해는 총 3편의 작품, 음악극 ‘달 샤베트’와 아트 서커스 ‘두 바퀴 자전거’, 연극 ‘어딘가, 반짝’을 선보입니다.특히 ‘달 샤베트’가 눈길을 끄는데요. 작가 백희나의 동명 그림책이 원작인 공연입니다. 마침 지금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백희나 그림책전’이 열리고 있어 그림책과 공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 합니다. ‘두 바퀴 자전거’는 캐나다에서 온 디나모 테아트르의 작품이고요. ‘어딘가, 반짝’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의 관심사인 외모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작품이라고 합니다.‘2023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해외 초청작 바로우랜드 발레 ‘오! 타이거’의 한 장면. (사진=아시테지 코리아)오는 1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예술극장, 종로 아이들극장 등 대학로 일대에서는 ‘2023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가 열립니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 코리아)가 매년 선보이는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 축제인데요. 올해는 코로나19로 중단했던 국제 교류를 재개해 한국을 비롯한 8개국 13편의 작품을 선보입니다.축제 주제는 ‘공존’인데요. 주제에 맞게 장애를 지닌 어린이, 청소년도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끕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스코틀랜드 바로우랜드 발레의 ‘오! 타이거’, 영국 대릴 비튼 프로덕션의 ‘네모의 세상’입니다. ‘오! 타이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네모의 세상’은 넌버벌 오브제극으로 무대와 오브제의 활용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합니다.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2022년 공연 장면. (사진=라이브)태권도를 소재로 한 이색 뮤지컬도 있습니다. 14일부터 오눈 8월 27일까지 서울 송파구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하는 ‘태권, 날아올라’입니다. 가상의 가상의 한국체육고등학교 태권도부 선수들의 메달을 향한 꿈과 열정, 도전, 우정과 성장을 그린 작품인데요. 지난해 초연 당시 뮤지컬의 재미는 물론 실제 태권도 전공자들이 선보이는 역동적인 ‘태권 퍼포먼스’를 함께 담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이번 공연은 태권도 시범단과 유단자의 비중을 늘려 초연보다 더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주인공 두진 역에는 태권도 3단 유단자이자 뮤지컬 ‘광주’ ‘그날들’ 등에서 활약한 뮤지컬배우 임동섭, 태권도 4단 유단자이며 뮤지컬 ‘히든카드’로 관객을 만난 뮤지컬배우 김정태가 캐스팅됐습니다. 세계태권도연맹 단원으로 미국 서바이벌 쇼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해 태권도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태권도 유단자 엄지민도 출연합니다.학전 어린이 무대 ‘우리는 친구다’의 한 장면. (사진=학전)극단 학전의 어린이 무대 ‘우리는 친구다’도 올 여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지난 7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데요. 초등학교 3학년 민호, 7살 동생 슬기 남매와 동네에서 제일가는 악동 뭉치가 진정한 친구가 돼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오해와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겪으며 더 단단해지는 우정과 가족애를 담았습니다. ‘우리는 친구다’는 극단 학전의 대표작 ‘지하철 1호선’으로 오랜 인연을 자랑하는 독일 그립스 극단의 ‘막스와 밀리’(Max und Milli)를 김민기 학전 대표가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 및 각색한 작품입니다. 학전 어린이 무대 중 최다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으로 잘 알려진 정재일이 음악 편곡으로 참여했습니다. 오는 8월 20일까지 공연합니다.뮤지컬 ‘매직 판타지아-도로시 리턴즈’ 연습 장면. (사진=HJ키즈)공연제작사 HJ키즈와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공동 제작하는 가족 뮤지컬 신작 뮤지컬 ‘매직 판타지아-도로시 리턴즈’도 오는 15일 서울 강남구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막을 올립니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인데요. 위기에 처한 친구들을 위해 다시 매직 판타지아로 돌아온 주인공 도로시와 매직 판타지아의 유일한 마녀 글린다, 나쁜 마음을 이용해 매직 판타지아를 차지하려 하는 쉐도우, 매직 판타지아의 마법국 삼총사 사자, 양철맨, 허수아비 등의 이야기를 그립니다.특이 이번 공연은 롯데월드 어드벤처와 협업해 모험의 시작과 끝을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마스코트 로티, 로리까지 함께 한다고 합니다. 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인데요. 브람스, 모차르트, 베르디 등 익숙한 클래식 음악을 밴드 음악으로 편곡해 들려준다네요. 매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에선 배우들이 관객들을 향해 버블건을 쏘며 함께 즐기는 ‘뮤지컬 파티’ 이벤트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공연은 오는 8월 20일까지 이어집니다.
- 무기수가 감옥에서 또 살인…대법, 사형 과하다 본 이유는?
-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교도소 안에서 동료 수용자를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20대 무기수에 대해 대법원이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사진=이미지투데이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28)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사형을 선고한 원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다고 13일 밝혔다.A씨는 2019년 계룡에서 금을 거래하러 온 40대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금 100돈과 승용차를 빼앗은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었다.이후 A씨는 2021년 12월 공주교도소 수용거실 안에서 자신이 정해준 수칙을 안 지켰다는 이유로 각종 놀이를 빙자해 40대 동료 수용자의 목을 조르고 가슴 부위를 발로 여러 차례 때리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특히 A씨는 공범들과 함께 피해자의 특정 신체부위를 빨래집게로 집어 비틀고 머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히는 등 가혹행위를 이어갔으며,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날까 봐 피해자가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게 하고 가족이 면회를 오지 못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결국 지병인 심장질환 이외 건강상 문제가 없었던 피해자는 불과 20일 만에 전신출혈과 염증, 갈비뼈 다발성 골절 등으로 숨졌다. 1심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2심에서는 사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재소자가 동료 재소자를 살해한 사건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에게 무기징역 이하의 형을 선고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사형 선고의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하지만 대법원은 A씨에 대해 사형 선고는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적시한 양형 사항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 포함돼 있음에도 원심이 양 측면을 구체적으로 비교하지 않고 평면적으로 불리한 측면만 참작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원심의 양정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우선 원심은 피고인에게 사회적 유대관계가 없다는 점을 지적해 불리한 정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26세였는바, 20대의 나이라는 사정은 종래부터 다수 판례가 사형 선고가 정당화되기 어려운 사정 중 하나로 밝혀온 바와 같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원심은 피고인이 교도소에 수용돼 있던 사람으로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 자신의 성행을 교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살인 범행을 저질렀음을 이유로 그 죄책을 매우 무겁게 봤다고 설명했다.대법원은 “교도소는 폐쇄적이고 좁은 장소에서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다른 수용자들과 공동생활을 하는 곳으로서, 교도소의 특성이 수용자들의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음을 고려하고 특히 이 사건 당시 교정기관이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수용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려울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의 살인 고의가 미필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면서도, 범행 동기가 불량하고 방법이 잔혹해 그 죄책이 흉기를 사용해 확정적 고의로 살해하는 것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봤다면서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범죄의 내용과 처벌 사이에 비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장기간 누적된 폭행으로 인한 것인바, 이러한 폭행은 개개의 행위시마다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한 확정적인 고의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를 괴롭히려는 목적과 미필적인 고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며 “여기에 피고인이 살인 범행에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이 사건의 피해자가 한 사람에 그쳤다는 점 또한 중요한 사정으로 다른 유사 사건에서의 양형과 그 형평성을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은 ‘사람을 살해할 경우에는 그로 인한 충격 때문에 놀라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는 전제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것을 불리한 정상으로 봤다”면서 “그러나 위의 전제를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피고인의 범행 은폐 시도를 이례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은폐 시도 이후 범행을 인정하고 재판이 진행됨에 따라 이 사건의 전말을 순순히 밝혔던 사정을 참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에게 금전적 배상 등을 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으나 피고인과 같이 사회적 유대관계가 없어 합의 할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특히 “피고인은 1심에서 대부분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일부 법리적인 주장을 했다가 원심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며 “피고인이 결국 범행을 인정하고 재판 중 자살을 시도한 사정까지 고려한다면, 금전적 배상 또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무기징역형 집행 중 다시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는 사정만으로 그 형이 무의미하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모두 종합하더라도 피고인을 중한 형으로 처단해야 할 사정이 있다고 수긍할 수는 있겠으나, 사형의 선택기준이나 다른 유사 사건과의 일반적 양형의 균형상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사형을 선택한 것은 사형 선택의 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으로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 업비트, 세계 최초 가상자산 기본법 'EU MiCA' 번역본 공개
-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업비트는 투자자보호센터를 통해 유럽연합(EU)이 제정한 ‘암호자산 시장에 관한 법률(MiCA Regulation)’ 번역본을 공개했다고 12일 밝혔다.MiCA는 지난달 29일 발효된 세계 최초의 가상자산 기본법이다. MiCA 법안은 2020년 9월 발표된 이후, 여러 차례 수정·보완을 거친 끝에 올 4월 20일, 5월 16일 각각 유럽의회와 유럽각료이사회에서 가결됐다. 이후 지난 5월 31일 EU 및 각료이사회 수장이 공동 서명하면서 법률이 됐다. 법률은 EU 27개 회원국에서 구속력을 가진다.MiCA는 가상자산을 △자산준거토큰 △전자화폐토큰(이머니토큰) △기타 토큰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차등규제를 도입했다. 특히, 자산준거토큰과 이머니토큰 발행자는 충분한 유동성 준비자산을 보유하게 했다.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이 유튜브를 통해 MiCA를 소개하고 있다.MiCA는 그동안 법적 지위가 없었던 가상자산 서비스를 ‘금융성 서비스’로 봤다. EU 내에서 가상자산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주무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받은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는 가상자산서비스를 하고 있는 회원국에 등록사무소를 두고, 이사 중 1인은 EU 내에 거주해야 한다.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에게는 경영진 변경 보고 의무, 안전하게 가상자산을 보관할 의무, 서비스 기록 보관 및 고객 요청 시 제공 등의 의무가 부과됐다.또한 MiCA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존 금융 상품·서비스에 적용된 원칙을 가상자산 산업에 접목해 맞춤형 규제 체계를 수립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 및 내부정보의 불법적 공개가 금지되며, 시장조작행위에 관여하거나 관여하려는 시도도 금지된다. MiCA는 2024년 6월 30일(자산준거토큰, 이머니토큰)과 2024년 12월 30일(기타 토큰,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로 나눠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가 번역한 MiCA 전문은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홈페이지 ‘디지털 자산 교육’ 내 ‘조사·연구’ 탭에서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은 “MiCA는 금융상품과 실물자산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이 갖는 제3의 정체성을 고려한 맞춤형 규제 체계”라며 “MiCA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고민하는 글로벌 각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입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1단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넘어 2단계 기본법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 MiCA를 면밀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뮤지컬 '22년 2개월' 캐스팅 공개…유승현·최수진 등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연제작사 아떼오드는 독립운동가 박열과 그의 일본인 아내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22년 2개월’의 캐스팅을 11일 공개했다.뮤지컬 ‘22년 2개월’ 박열 역 배우 유승현(왼쪽부터), 양지원, 이재환. (사진=아떼오드)‘22년 2개월’은 1926년 일본 천왕을 암살하려던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사진이 유출되면서 일본 전체가 발칵 뒤집혔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은 박열의 복역 기간이자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다시 만나게 된 시간을 의미한다.이번 공연에서 박열 역은 배우 유승현, 양지원, 이재환이 맡는다. 유승현은 최근 뮤지컬 ‘아르토, 고흐’,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광염 소나타’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양지원은 최근 1인극 뮤지컬 ‘행복한 왕자’로 관객과 만났다. 이재환은 그룹 빅스 출신으로 뮤지컬 ‘인간의 법정’ 이후 약 1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다.가네코 후미코 역에는 뮤지컬 ‘라흐 헤스트’, ‘사의 찬미’, ‘지킬앤하이드’ 등 대극장과 소극장을 넘나들며 관객과 호흡하는 최수진,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어쩌면 해피엔딩’ 등에서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는 강혜인, 뮤지컬 ‘비틀쥬스’, ‘유진과 유진’을 비롯해 최근 드라마를 통해서도 활약하고 있는 홍나현이 캐스팅됐다.일본인임에도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꺾이지 않는 사랑과 의지에 감복한 두 사람, 변호사 후세 다츠지 역은 유성재, 안창용이 맡는다. 재판을 담당하는 예비판사 다테마스 가이세이 역으로는 정호준, 이현재가 출연한다. 앙상블로는 박세훈, 성재, 정종환, 박상선, 신요셉이 이름을 올렸다.‘22년 2개월’은 오는 8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한다.뮤지컬 ‘22년 2개월’ 가네코 후미코 역 배우 최수진(왼쪽부터), 강혜인, 홍나현. (사진=아떼오드)
- 여름방학 맞은 아이들,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로 모여요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이하 아시테지 코리아)는 ‘2023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를 오는 15일부터 30일까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과 종로 아이들극장 등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개최한다.‘2023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해외 초청작 바로우랜드 발레 ‘오! 타이거’의 한 장면. (사진=아시테지 코리아)‘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는 올해 31회를 맞이하는 국내 대표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 축제다. 올해는 ‘공존’을 주제로 8개국(한국·영국·호주·스페인·프랑스·영국 스코틀랜드·태국·인도네시아) 13편의 작품을 선보인다.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지영 아시테지 코리아 이사장은 “올해 축제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국제 교류를 다시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공존’을 주제로 출연진과 관객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해외 공연은 총 9편이다. △바로우랜드 발레 ‘타이거’, ‘오! 타이거’(스코틀랜드) △마르켈리네 ‘유리아 : 레인’(스페인) △레모니 S 퍼펫 씨어터 ‘까마귀 소년’(호주) △스펙타빌 컴퍼니 ‘작은 벽돌로 쌓은 집’(프랑스) △대릴 비튼 프로덕션 ‘네모의 세상’(영국) △타 렌트 씨어터 ‘레이디 앤 젠틀 마임’, ‘타 렌트 쇼’(태국) △페이퍼문 퍼펫 씨어터 ‘거울 속의 나’(인도네시아) 등이다. 국내 공연으로는 △극단 로.기.나래 ‘해를 낚은 할아버지’ △극단 즐겨찾기 ‘개굴개굴 고래고래’ △마린보이 ‘항해’ △극단 두번째방법 ‘나는 거위’ 등 총 4편을 초청했다.‘2023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국내 초청작 극단 로.기.나래 ‘해를 낚은 할아버지’의 한 장면. (사진=아시테지 코리아)‘공존’이라는 주제에 맞춰 장애를 지닌 어린이, 청소년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무장애(배리어 프리, barrier-free) 공연을 선보인다. 바로우랜드 발레의 ‘오! 타이거’, 대릴 비튼 프로덕션의 ‘네모의 세상’이다. 이 중 ‘오! 타이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작품이다. 1회 공연당 8명의 어린이 및 청소년과 이들의 가족 및 보호자가 관람할 수 있다. ‘네모의 세상’은 넌버벌 오브제극으로 무대와 오브제의 활용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이다.장애 어린이·청소년 대상의 공연 창작과 관련한 워크숍도 두 차례 진행한다. 세르비아 출신의 현대무용가 달리아 아신은 ‘장애를 가진 영유아 및 어린이를 위한 공연창작 워크숍’을 오는 19~21일 대학로예술극장 중연습실에서 진행한다. 바로우랜드 발레의 예술감독 나타샤 길모어는 ‘중증 복합 장애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연창작 워크숍’을 오는 22일 대학로예술극장 스튜디오 하늘에서 진행한다.아시테지 코리아는 2020년부터 기후 위기에 대한 ‘힘내, 지구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무대화한 ‘북 투 스테이지’ 작품도 선보인다. 스펙타빌 컴퍼니 ‘작은 벽돌로 쌓은 집’, 극단 로.기.나래의 멀티미디어 인형극 ‘해를 낚은 할아버지’다. ‘작은 벽돌로 쌓은 집’은 일본 작가 가토 구니오의 애니메이션을, ‘해를 낚은 할아버지’는 동명의 그림책(글 김정미·그림 남미리)을 무대에 올린다.이밖에도 공연과 연계한 다양한 전시·체험 등을 마련한다. 공연장 로비에서는 컬러링 활동, 책 읽기, 영화 관람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공연장 로비에 설치한 ‘텐트 영화관’에서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가 제공하는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를 관람할 수 있다.올해 축제는 지역 관객도 찾아간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 부산 KF 아세안문화원, 서울 노원 어린이극장 등과 연계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2023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시테지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배우·감독·작가·작곡가…유준상의 열정엔 끝이 없다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년 전부터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했는데요. 얼마 전 ‘금배’에 진출했어요. 테니스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력 훈련도 되니 뮤지컬도 힘들지 않네요.”최근 서울 강남구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배우 유준상(54)은 상기된 표정으로 대뜸 테니스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지난 4월 성남시테니스협회가 주최한 ‘제22회 중원구청장배 테니스대회’에서 은배부 우승을 차지했다. 동호인 테니스 대회 최고 등급인 ‘금배’에 진출한 것이다.뮤지컬 ‘그날들’에서 정학 역을 맡은 배우 유준상.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유준상의 열정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어쩌면 유준상에게는 ‘배우’보다 ‘열정’이란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릴지 모른다. 5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지금도 배우 외에 수많은 일에 도전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영화감독, 작가, 작곡가로서의 활동 계획을 쉼 없이 털어놨다.12일부터는 오랜만에 무대에서 관객과 만난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그날들’을 통해서다. ‘그날들’은 가수 김광석의 명곡으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올해 초연 1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창작뮤지컬이다. 유준상의 뮤지컬 출연은 2021년 ‘비틀쥬스’ 이후 2년 만이다.‘그날들’은 유준상에게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10년 전 초연부터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그날들’에 출연했다. 유준상이 맡은 역할은 냉정하고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인 청와대 경호원 정학 역. 유준상은 “그동안 출연한 창작뮤지컬 모두 10주년을 넘었는데, 그중에서도 ‘그날들’은 한 번도 안 빠지고 매번 출연한 작품이라 감회가 더 새롭다”고 소감을 말했다.유준상이 ‘그날들’에 출연하게 된 것은 극작과 연출을 맡은 장유정 연출 때문이었다. 2007년 장 연출의 연극 데뷔작 ‘멜로드라마’를 관객으로 본 뒤 그를 눈여겨보던 터였다. 유준상은 “장 연출이 대성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따로 만났고, 그 이후 시간이 지나 장 연출로부터 작품을 판단해달라며 ‘그날들’의 대본을 받았다”며 “대본을 읽고 2시간 만에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그날들’과 10년을 같이 하면서 대사나 노래할 때의 감정도 조금씩 달라져요. 특히 50대를 앞두고 있을 때는 감정에 북받쳐 눈물도 많이 흘렸죠.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또 하루 멀어져간다’ 등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면서 나의 40대도 이렇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지금은 작품 속 가사와 대사가 더 깊이 있게 다가와요. 때로는 무릎도 아프고 앞이 잘 안 보일 때도 있지만, 열정만큼은 10년 전 못지않습니다.”뮤지컬 ‘그날들’에서 정학 역을 맡은 배우 유준상의 공연 장면.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유준상은 배우가 아닌 영화감독을 꿈꾸며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대학에서 연기의 재미를 느껴 배우로 진로를 바꿨다. 영화감독을 꿈꿨던 이유 중 하나가 ‘뮤지컬’이다. 어린 시절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보며 뮤지컬 영화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1995년 SBS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1998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틈틈이 뮤지컬에 출연하며 관객과 만나 왔다. 뮤지컬을 연출하거나 제작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제작이나 연출 생각은 없고, 대신 뮤지컬 대본을 써놓은 것은 있다”고 답했다.7년 전부터는 처음 꿈꿨던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3편의 장편영화, 2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곡가로 실내악 연주자들과 함께 녹음한 클래식 앨범도 발매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틈틈이 쓴 글을 모은 에세이는 올해 하반기 출간 예정이고, 내년엔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펴낼 계획이다. 지금도 유준상은 연기, 기타, 노래 레슨을 받으며 끊임없이 스스로 갈고 닦고 있다.“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저 자신에게 불편한 걸 찾아다니고요. 너무 편하기만 하면 안 되거든요. 힘든 점은 뮤지컬이 채워줍니다. 그래서 ‘그날들’이 그래서 더욱 기대돼요. 80살이 되더라도 힘이 날 때까지 계속 뮤지컬을 하고 싶어요.”뮤지컬 ‘그날들’에서 정학 역을 맡은 배우 유준상.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 [굿클리닉]3D스캐너. 시뮬레이션 활용... 성장기 아이 맞춤치아교정 찾아줘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미뤄왔던 아이들 진료를 위해 치과를 찾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은 성장함에 따라 치열이 변화하고, 턱뼈가 자라며 얼굴 골격이 달라진다.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치아교정을 통해 올바른 골격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추후 부정교합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이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최소한의 개입으로 성장기 이후 교정치료의 필요성을 낮출 수 있다.하지만 치아 교정을 무조건 일찍 시작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마다 갖고 있는 치아의 발육 상태와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성장기 교정치료의 핵심은 개개인의 현재 성장 단계와 양상을 진단하여 꼭 치료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시기에 어떤 치료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지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치과에 내원하여 교정전문의의 종합적 판단 후 시작 시기를 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턱 틀어진 경우엔 더 빨리 검진받아야 어린이들은 보통 영구치가 나기 시작하는 시기인 만 6세~7세 경부터 교정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위턱과 아래턱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 심한 무턱 또는 주걱턱이 있어 턱이 틀어져 보이는 경우, 턱교정치료를 동반한 1차 교정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앞니가 거꾸로 물리거나 깊게 물리고, 어금니를 물 때 턱을 비틀어서 무는 등의 상황이라면 위턱의 성장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어 조금 이른 나이부터 교정치료가 권장된다. 사고 등으로 유치가 어린 나이에 일찍 빠졌다면 빠진 자리로 치아가 쓰러지면서 영구치가 날 자리를 방해하므로 교정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영구치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 경우, 평소 손가락이나 물건을 빠는 구강악습관이 있다면 이 역시 교정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들이 없고 특별히 교합에 이상 징후가 없다면 유치가 모두 빠진 후 시작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치아를 뽑지 않고도 교정치료를 할 기회를 놓치고, 턱 성장을 바르게 유도해줄 수 있는 시기를 지날 수 있다. 다만 비전문가가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으므로 6~7세 경에는 치과에 내원해 정기적으로 교정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기 자녀들의 교정치료는 부정교합의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도, 치료 기간도 다양해질 수 있다. 위턱 및 아래턱의 성장 양상은 양호한데 영구치 맹출 공간이 부족한 경우, 일단 지켜볼지 혹은 맹출 공간 확보를 위한 1차 교정을 시작할지 결정해야하고 그 시기 또한 골격 패턴과 갖고 있는 치아 문제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차 교정, 또는 예방 교정으로도 불리는 성장기 교정은 진단에 따라 전체교정이 필요할 수도 있으나 구강 외 교정 장치나 구내 장치를 통해 비교적 부담 없이 개선할 수 있기도 하다.◇ 차후 성장방향 예측해 치료계획 수립최근에는 어린이 교정치료에 인비절라인 교정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특수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교정 효과가 우수하고 투명하기 때문에 장치를 착용하더라도 눈에 잘 드러나지 않아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어린이들에게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특히 인비절라인 퍼스트는 3D 구강 스캐너를 이용, 치아이동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교정의 최종결과 까지 예측하여 각 과정에 맞는 장치를 미리 제작하고, 교정 진행 상황에 따라 제작된 여러 개의 장치를 교체하며 치료한다. 기존 가철성 장치나 악기능 장치를 이용한 교정치료로는 치아 배열까지는 어려웠지만, 인비절라인 퍼스트를 사용하면 유치를 포함한 치아 배열까지도 도모할 수 있고, 장치를 스스로 탈착할 수 있어 아이들의 협조도 뿐 아니라 구강 관리 측면에서도 용이하다.전반적인 안면골격의 구조나 치열의 형태에 따른 부정교합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의 양상을 보이며, 이에 따른 치료방법 및 장치 선택도 다를 수 있다. 또한 일회성의 치료보다는 정기적인 내원으로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만큼 전문성을 갖춘 교정전문의에게 충분한 상담 및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치과교정과 한성훈 교수는 “소아교정은 아직 성장이 채 끝나지 않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인 만큼 차후 성장의 방향을 미리 예측해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정밀진단을 통해 개개인의 안면 골격과 구강 상태 그리고 성장단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아이에게 최적화된 맞춤 치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치과교정과 한성훈 교수가 병원을 찾은 환아에게 치료에 임하기전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 진중권 "강성팬덤에 갇힌 민주…李 체제론 희망 없어"[송길호의 파워인터뷰]
-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정치권 특히 민주당엔 자신들끼리만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종족화 현상이 심하다”며 “그럴 수록 집단적 광기에 휩싸여 현실과는 점점 더 멀어진다”고 말했다.[송길호 이데일리 논설위원 겸 에디터]미학자이자 논객 진중권의 정치사회 비평은 신랄하다. 진보 보수, 내편 네편 따로 없다. 심지어 오랜 친구 조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를 ‘모두까기’라고 부른다. 양 진영 모두 경계하고 어느 정파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그는 “진영을 위해 정의가 희생되거나 왜곡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스로 좌파로 규정한다. 그래도 586운동권과는 달리 민중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다. 그러면서 특정 정파를 위한 어용지식인이 되기를 단호히 거부한다. 그런 거리두기가 논객으로서의 생명력을 끌어올린다. 진영에 갇히지 않은 유연한 사고가 그의 비평에 신뢰와 힘을 불어넣는다. 윤석열정부 집권 2년차. 한국정치는 여전히 극단적 분열과 진영 대립 속에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여당은 개혁의 페달을 밟고 있지만 정치력 부재와 거대 야당이라는 현실적 제약 앞에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방탄과 팬덤에 휩싸인 야당은 집단적 광기에 휘말려 퇴행적 모습을 보인다. 위기의 한국정치,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에게 길을 물었다. 진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 홍대 근처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윤석열정부도 문재인정부처럼 이념의 틀에 갇혀 정책이 현실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스탠스로 가면 정치 지형상 내년 총선에서 과반도 못 얻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문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중도층도 용인할 수 있는 보수가 돼야 한다”며 “전투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대화하고 타협하고 협상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국정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 대해선 “이재명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강성 팬덤은 이제 끊어낼래야 끊어낼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다”며 “이를 극복하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착각에 빠진 집권당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훌쩍 넘었군요. 어떻게 평가하세요. “윤석열 정권은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대안이었죠. 쉽게 말해 좋아서 지지한다기보다는 저쪽이 계속 집권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 대체재로서 지지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지지자들도 많이 떨어져 나간 상태예요. 후보 시절 처음엔 기대감을 가졌죠. 아무래도 정치를 처음 하는 분이니 약간 아마추어 냄새는 나지만 현실 정치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일종의 흰 도화지 상태라고 봤어요. 지금 어차피 망한 보수인데 여기에 합리적 보수, 온건한 보수로 도화지를 채우게 되면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는 그 또한 진보 아니겠냐는 생각을 했고. 그리고 보수가 업그레이드되면 민주당도 위기감을 느껴 혁신을 통해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판단을 했죠. 하지만 겪어보니 도화지엔 이미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원래 마인드가 그랬을 수 있고 측근 그룹이 세팅했을 수도 있고. 그 이후 딱 선을 그었죠.”▶문재인정부의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 아닐까요. “대통령실에 극단적인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요. 반면 당은 지금 실체가 없잖아요. 당 대표나 최고위원들의 역량도 약하니 당이 형해화된 거죠. 그러다보니 아예 대통령실이 다 하겠다는 것처럼 보여요. 대통령의 인식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문재인정부 시절 지나치게 기울어진 정책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 편향들을 바로 잡는 선에서 그쳐야지 너무 극단적으로 나가는 경향이 있어요. 이념적 교조적으로 사유하고 현실감을 상실한 경우가 많아요. 실제 (보수) 유튜브에서 막 떠돌던 얘기가 며칠 지나면 의제화되는 경우가 있어요. 대통령이 (극단적 보수) 유튜브에 갇혔어요.” ▶문재인정부도 지지자들만 보다 정권을 잃었죠. “왜 똑같이 따라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다음 선거는 중간 평가예요. 누구를 중간평가합니까. 야당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예요. 여당과 야당 누가 더 잘했냐, 덜 못했냐의 싸움이 아니에요. 지금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밑돌고 있는데(35% ·갤럽 6월3주 여론조사) 조국 사태 때 문재인 지지율이 42%였어요. 말년에도 30%대로 내려가면 호들갑을 떨고 조국의 강을 건너야 된다느니 이런 얘기를 했어요. 이런 스탠스로 가면 내년 총선 전망은 불투명해요. 구도상 과반을 못 얻을 수도 있을 거예요. 지금 민주당이 저렇게 헛발질을 하는데도 여론조사를 보면 여야 지지율에 큰 차이가 없잖아요.(국힘, 민주 각 34%·갤럽 6월3주 여론조사) 오히려 민주당으로선 이재명 대표체제만 아니면 누가 나와도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에요.” ▶지지율이 처음부터 바닥에서 출발해 심각성을 못 느끼는 건 아닌가요. “지금 집권당은 착각하고 있어요. 조국사태 이후 586의 민낯을 누가 비판했습니까. 민주당과의 싸움은 누가 주도했나요. 그런데 지금은 모두 다 잊고 자기들이 다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제는 역사를 쓰겠다고 합니다. 이준석 대표 체제 이전을 생각해보세요. 그때만 해도 지금 국힘은 뭘 해도 안 됐잖아요. 그러다보니 정권은 교체해야겠고 그래서 영혼까지 팔아야 했고 그래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고 젊은 대표 뽑아주면서 바람을 일으켰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다 가졌으니 이들이 방해만 했다고 생각해요.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힌 겁니다. 그러니 극단으로 치닫고 야당과의 싸움도 제대로 될 리 없죠. 전면에서 싸울 능력 있는 사람도 찾기 어려워요. 보수에 전사가 없어요.” ▶선거 전략의 기본은 중도층을 어떻게 내 편으로 끌어오느냐는 건데 지금 정부는 보수의 가치를 내세운다며 중도층을 배격한다는 얘기군요. “민주당의 몰락이 그렇게 시작됐어요. 문 정부 시절, 민주당 당직자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중도란 존재하지 않는다. 꿈이다 허상이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우리의 전통적 지지층을 똘똘 결집시켜 투표장에 최대한 많이 나오게 하면 된다. 나머지 중간층은 선택을 강요하면 된다. 어차피 투표장에 들어가면 둘 중 하나를 찍게 되니 중도층 마음에 들려고 할 필요 없다. 그러니 진보는 자기 색깔을 뚜렷이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런 얘기를 국힘쪽에서 똑같이 하더라고요.”▶중도층 공략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 5·18 때 의원들을 이끌고 광주에 갔습니다. 보수쪽에서 보기에 ‘굳이 저렇게 할 필요 있나 그래 봤자 광주에서 표 하나도 안 나올 텐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덕에 0.73%포인트차로 이긴 겁니다. 중도층 입장에선 그런 일련의 노력들이 일말의 우려를 덜어줍니다. ‘나는 보수는 아니지만 저 정도라면 보수세력이 집권해도 반대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즉 ‘용인 가능한 보수’가 돼야 하는 거예요. 보수정권이 보수 색채 띠는 걸 누가 뭐라 그러겠어요. 문제는 중도가 볼 때 용인이 가능한 정도여야 하는데 그 선을 넘어버리면 등을 돌리게 되는 겁니다. 지금 그런 상황이 됐어요.” ▶국정기조를 바꿔야 된다는 거군요.“전투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야 돼요. 정치는 전쟁이 아니거든요. 대화하고 타협하고 협상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합니다.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아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하지만 현실인데 어쩔 거예요. 조건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해요. 정치는 주고받는 게임이잖아요. 마음에 안 들어도 말도 안 되는 법률이라도 그쪽 입장 들어주고 그 정치적 대가는 그들이 치르도록 하면 돼요. 임대차 3법 문제 많았잖아요. 그 때문에 민주당이 대선에서 진 거 아니에요. 당정관계부터 복원해야 해요. 대통령실이 주도해 움직이다 보니 여야 관계가 성립이 안 돼요. 야당 대표도 만나야 해요. 아무리 문제있어도 당원들이 뽑은 대표란 말이에요. 당 대표로서의 자격은 그쪽 내부에서 풀 문제고 국민이 던질 질문이에요. 피의자 이재명과 당 대표 이재명을 구별해야 해요. 그러면서 줄건 주고 꼭 받아야 할 건 받아내면서 국정이 돌아가도록 해야 해요. 대통령이 풀어야 합니다. 이런 대립구도에서도 문제해결 능력을 보일때 신뢰를 받는거예요. 그래야 지지율이 나옵니다.” ▶상대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데 그래도 타협해야 하나요. 너무 원론적인 지적 아닌가요.“그게 자유민주주의예요. 밖에서는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니 의회내에서 언어적 충돌로 바꿔 타협하라고 만들어진 게 대의제 민주주의 아닌가요. 그런데 지금 양당은 전투 조직을 만들고 있어요. 과거에는 싸우다가도 막판에 협상하고 합의했지만 지금은 다 사라지고 한쪽은 입법폭주, 다른 한쪽은 거부권 행사하며 각자 지지층을 흥분시키고 그걸 통해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데 몰두하고 있어요.(자유주의자의 시각에서 보면)정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정치를 이념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보는 건 진보 보수 공유하는 공히 공동체주의자들의 시각이에요. 하지만 현실에선 쉽지 않아요. 대화와 타협 토론을 통해 얻어지는 사회적 합의를 선(善)으로 규정하고 그 선은 미래에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해요.” ◇기로에 선 민주당 ▶민주당이 살아나려면 이재명 대표 체제에 변화가 있어야겠죠. “물러날 사람이 아니에요. 자기를 지키기 위해 당 대표가 됐잖아요. 당의 미래가 아니라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모든 사람들을 자기 욕망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잖아요.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 처럼회 같은 친명계 강성의원, 개딸 팬덤, 이렇게 트라이어드(Triad·삼인조)에 장악됐어요. 강성 팬덤이 이 대표를 지켜주고 친명계는 팬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결사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그런데 유명한 퇴마사 한 분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몸에 영기가 들어와 너무 오래 빙의를 하게 되면 섣불리 쫓아낼 경우 자칫 자아가 사라져 사람이 죽는대요.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이 지금 그런 상태예요. 강성 팬덤을 끊어내야 하지만 자칫 그들 체제가 무너질 수 있어요. 그러니 시늉만 하지 실제로 끊어낼 수 없는 상황이에요.” ▶지금은 그래도 당의 원심력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요. 이낙연 전 대표도 움직이고 조국 전 장관도 출마설이 나오고.“조국이 문재인을 만난 이유는 출마 때문이죠. 조국 입장에서 볼 때 헤어날 수 있는 길은 그것밖에 없어요. 본인이 ‘길이 없는 길을 나아가겠다’고 표현했죠. 선출직으로 당선돼 정치적으로 용서 받는다는 거예요. 일종의 정화 의식이 되는 셈이죠. 문재인을 만난다는 건 지지층에 보내는 사인이고. 그런데 조국이 출마할 경우 민주당내 역학구도는 미묘해지게 됩니다. 조국이 당선되면 이재명의 대안이 될 수 있어요. 이재명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은 결국 친문일 수밖에 없고 그쪽 지지층 내에서는 조국이 구심점이 될 수 있어요. 실제 조국은 역사가 퇴행한다, 사회가 퇴행한다며 마치 당 대표 고민하는 듯이 얘기해요. 이러니 이재명도 친명계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죠. 물론 걸림돌은 재판입니다. 총선 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 게임은 끝나는 거죠. 그러니 본인도 사실은 불안할 거예요.” ▶총선 판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민주당으로선 강성 지지층을 모두 결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요. 검찰 권력과 피해자 조국이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겠죠. 그러면 강성 지지층들의 지지강도를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일거예요. 물론 중도로의 확장성은 떨어지죠. 조국의 강을 건넌다고 했는데 결국 못 건넜다는식으로 국힘에서 선거 프레임을 짜기 훨씬 수월할 겁니다. 단 국힘 입장에선 검찰수사가 신속히 진행돼야 해요. 지금 수사가 늘어지는 것처럼 보여요. 이럴 경우 자칫 민주당이 제기하는 정치검찰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습니다.”◇집단광기의 시대…정치타락 부추겨 ▶정치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졌습니다. “정치인들의 질이 많이 하락했어요. 과거엔 능력 있고 재능 있는 우수 인재들이 정치권에 많이 들어왔는데 이제는 주로 기업으로 가는 것 같고 오히려 낭인들이 많이 들어와요. 지지자들에게 아부해서 어부지리로 당선됐다가 최고위원도 되고 그러다 보니 수준이 떨어지죠. 지금 국회의원들을 보면 직장에서 주눅든 샐러리맨 같아요. (공천에 목매어) 보스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당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잖아요.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초선들이 더 문제예요. 예컨대 국힘에서 나경원 의원 사태때 초선 40여명이 일사불란하게 연판장 돌린 거 보세요. 민주당에선 처럼회 등 강성들이 대부분 초선이에요. 당내 기반이 약하니 여당은 대통령실만 보고, 야당은 이재명 대표와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입지를 구축하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진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요. “종족화(Tribalization) 되는 거죠. 전 세계적인 현상이긴 한데 우리나라 특히 민주당이 심해요. 자신들끼리만 같은 세계를 공유해요. 한쪽에선 (정경심이 조작한) 표창장이 진짜 세계고 다른 쪽에선 가짜 세계고. 그럴수록 고립되고 계속 급진화되는 거예요. 그럼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지지층들의 공격적인 본능을 자극하게 돼요. 그 수요를 만족시켜주면서 지지율을 관리하는 셈이죠. 내부에서 쓴소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체계에 반하는 팩트를 얘기하니 공격을 받게 되고요. 그럼 점점 극단적인 사람들만 남게 되고 극렬화되면서 현실과는 더 멀어져 자기들 세계에 갇히는 겁니다. 그럼 중도층은 저들 미친 거 아냐라며 외면하는거죠. 이쪽 저쪽 모두 정치적 흥분상태예요.” ▶집단적 광기에 휩싸인 것 같아요. “(집단적 광기로) 한쪽에 묶여버리면 사실을 재단하기 시작합니다. 사실이 체계적인 내 믿음과 충돌하면 믿음을 교정하기 보다는 개별 사실을 왜곡하는 게 더 편한 법이죠. 천안함 자폭설 같은 음모론이 그렇게 나오는 거예요. 예컨대 그들의 믿음에는 남북통일을 위해 남북이 평화롭게 대화를 해야 하는데 미제가 방해하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하면 믿음과는 달리 북한이 평화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믿음체계를 교정해야 하는데 그대로 고수하려다 보니 사실을 비틀어버리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북한이 쏜 게 아니라 자폭한 것으로 그 배후에는 미 패권주의자들의 음모가 깔려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거죠. 지금 이들의 사고체계가 이런 식이에요.”▶팩트가 아닌 대안적 세계를 창출해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거군요. “현실을 왜곡해 거짓을 만들고 이 를 현실에 등록하는 거지요. 선동가들이 제작한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이 현실행세를 하고 있어요. 많은 대중은 그들이 지어낸 허구를 실제 세계로 알고 살아갑니다. 지금도 청담동에서 윤석열이 술 먹었다고 민주당 지지자의 70%가 믿고 있잖아요. 절반은 믿고, 절반은 약간 알면서도 믿는 척을 해주는 거죠. 모든 사람들이 믿어야 리얼리티가 되거든요. 이들은 사실에 대한 이해가 달라요. 원래 팩트(Fact)는 라틴어 팍툼(Factum) 즉 ‘만들어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잖아요. 그들에게 애초에 사실이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을 조작하는 일은 거짓말이 아니라 대안적 사실을 창조하는 행위로 생각하는 거예요. 윤리적으로 부끄러워할 줄 모르죠.”▶유권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정치가 공적 사안(Res Publica)이 아닌 사적 용무(Res Privata)를 위해 존재하는 나라가 됐어요. 한쪽은 대표가 자기 생존을 위해 공당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의원들은 공천을 위해 기꺼이 방탄이 돼주고, 다른 한쪽은 자기 사람 앉히겠다고 낙하산 내려보내고. 이들을 위해 그 비용은 누가 대고 있나요. 유권자들 모두 피해자인데 이걸 뜯어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어느 한쪽 편을 들어 대리 전쟁을 하고 있어요. 잘한 거는 칭찬하고 못한 거는 비판하는 게 당연한데 우리편이냐 상대편이냐에 따라 무조건 옹호하고 무조건 질타하는 거죠. 시민이 돼야 해요. 민주주의적 시민이 이들을 감시하고 심판해야 합니다.” 진 교수는…△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 미학과 △서울대 석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겸직 교수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광운대 정보과학교육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