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일본의 소멸론을 꺼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22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꼴찌 수준이다. 일본은 그나마 1.27명으로 우리나라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일본보다 더 심한 한국 인구절벽에 대해 뭐라고 말하지 않을까. 안 좋은 예감은 자주 적중한다. 며칠 뒤 머스크는 한국의 인구 감소를 더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그는 “한국 인구는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3세대 안에 현재의 6%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인구의 6%는 330만명 수준이다. 2022년 말 기준 부산광역시 인구가 331만명 정도인데, 우리나라가 부산 크기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얘기다. 좀 과장된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하다. 하지만 이 땅을 이민자로 다 채울 수는 없을 테니 인구 재앙은 현실화할 것이다.
한국 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세로 돌입한 가운데 지방에서는 그 이전부터 태풍권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은 영남권의 경우 2017년, 호남권은 2019년부터 인구가 줄어들었고 수도권도 2036년에는 ‘마이너스 인구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구 수는 전국 기준으로 2040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싱글 세대가 늘고 만혼, 이혼이 겹쳐 총인구는 감소해도 가구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국면이 나타나는 것이다. 인구와 가구수가 동시에 줄어드는 2040년 이후에는 부동산시장에도 인구 충격이 본격화할 것 같다.
이런 추세라면 시골의 한계 농지와 임야는 인간이 개발하기 이전 상태인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것이다. 지금도 시골에서 경지정리가 되지 않은 산자락 논밭은 더 이상 일구지 않는다. 농사를 짓지 않아 오랫동안 묵정밭이나 묵정논으로 방치하다 가족묘로 사용하곤 한다. 앞으로 시골 논밭은 좌초자산으로 전락, 보유해도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좌초자산은 수익이 거의 없거나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을 가리킨다. 부동산이 부를 이루는 부동산(富動産)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담만 되는 부동산(負動産)이 된 꼴이다. .
인구절벽에 대해서 지금으로서는 걱정이 앞설 뿐 실감을 하지 못한다. 부동산시장에도 아직 인구충격이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택시장에선 MZ세대의 신규 진입이 이뤄지는데다 고령세대 역시 여전히 시장에 머물며 초과수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도심 또는 젊은 세대가 몰리는 지역을 제외하면 인구충격은 분명히 다가온다. 아직 약간의 시간은 남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차곡차곡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