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따로 노는 가요계, 사라진 명분

  • 등록 2011-08-10 오후 4:08:49

    수정 2011-08-10 오후 6:58:42

▲ 현아(왼쪽)와 달샤벳, 씨스타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최근 여성 가수들의 선정성이 또다시 심의 기관의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일부 컴백을 앞둔 걸그룹들이 자체 검열(?)에 나선 분위기다.

오는 11일 세 번째 미니앨범 `블링블링`으로 컴백을 앞둔 달샤벳은 무대 의상을 전면 수정했다. 소속사 측은 "선정성 논란과 관련해 출연 가수들의 무대의상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어 고심 끝에 의상을 전면 수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쏘 쿨`(So cool)로 돌아온 걸그룹 씨스타는 춤을 수정했다. 소속사 측은 "선정성 논란의 칼바람을 피하기 위해 퍼포먼스 포인트 중 하나인 `꼬리춤`을 수정했다"며 "수정된 춤은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포미닛 현아의 `버블팝`이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한 지 1주일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다. 또 최근 써니힐은 신곡 `기도`의 뮤직비디오가 가학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재심의를 포기한 바 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명확한 기준도 없이 주관적인 잣대로 이뤄지는 심의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 "고리타분한 심의 기준이 K팝의 세계화를 막고 있다", "창작성을 침해하고 있다" 등 방통위를 성토하며 이번만큼은 공동 대응이라도 할 분위기였다.   결국 한쪽에서는 다분히 항명성 제스처를 보이며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는 마당에 다른 한쪽에서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가 됐다. 심지어 그들의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기 보단 스스로 선정성을 인정할 꼴로 비칠 수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들이 보면 흐뭇해할 일이다.

더욱 씁쓸한 건 이처럼 춤이나 의상을 수정한다는 것조차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 방통위의 잣대라면 선정성 지적을 받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일부 걸그룹 소속사 관계자들은 그간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다. 춤이나 의상 등을 수정할 계획도 없다"고 말해 왔다.   어차피 뮤직비디오나 앨범 재킷과는 달리 방송에선 어느 정도 심의에 맞게 준비를 미리 해놓았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방송 활동 중 춤이나 의상을 수정하게 되면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시간적으로 손해를 입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와중에는 선정성 논란에 함께 휘말려 이름이라도 알리고 싶은 신인들도 있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어떻게든 화제를 만들어내기 위한 고충이나 심의기관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당장 방송에 출연하지 못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현 미디어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도 문제다.   하지만 영화계나 방송계에 비해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음악 분야의 특성상 가요계는 유난히 단합이 안 되기로 유명했다. 가요계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또 따로 놀았다. 자신들의 `밥줄 타령`이 아닌 `명분`을 내세워도 부족할 판에, 뚜렷히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요계가 앞으로 무슨 수로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 시킬 수 있을 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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