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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 국장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이처럼 말했다. 서 국장은 지난해 2월 20년 넘게 몸담은 SBS를 떠나 종합편성채널 TV조선으로 적을 옮겼다. 지상파와 비교하면 당시 TV조선은 예능 불모지였다. 업계는 의아하단 반응이었다. 서 국장은 “오히려 기회가 더 많을 거라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부부 관찰 예능 ‘아내의 맛’, 커플 성사 과정을 담은 ‘연애의 맛’은 둘 다 5%대 시청률을 넘기며 역대 TV조선 예능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연애의 맛’ 이필모-서수연 커플은 내달 9일 결혼까지 약속했다. ‘맛’ 시리즈 성공 비결을 물으니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란 답이 돌아왔다.
“이국용 PD 등 편집팀 8명, 노윤 작가 등 작가진이 함께 왔다. ‘스타킹’부터 ‘동상이몽’까지 동고동락한 사람들이다. 아무리 좋은 기획도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동료들, 즉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면 영상으로 구현할 수 없을 것이다.”
쉽진 않았다. ‘연애의 맛’은 론칭 전 두 차례 엎어졌다. “주병진을 장가보내자”는 한 줄에서 출발했지만 정작 주병진은 일정이 맞지 않았다. 다른 예능 기획으로 섭외했다 첫 촬영까지 했던 이필모, “연애에 대한 이야기에 새로운 표정을 드러냈던” 김종민이 그들의 희망이었다. 이필모에게 “기획의도가 수정됐다. 연애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단번에 “싫다”는 거절이 돌아왔다. 수차례 술을 마시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서 국장은 “연애하지 않겠다던 이필모가 결혼하게 됐다. 신기하고 고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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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이란 새로운 환경은 기회이자 위기였다. 채널에 대한 선입견 탓에 퇴짜 맞은 일도 수 차례였다. 강호동이 “가장 독한 PD”로 꼽았던 베테랑 서 국장은 “언제나 섭외가 가장 힘들다”고 손사래를 쳤다. 때문에 의외의 인물을 찾고, 그들에게서 새로운 매력을 찾아내는 데 집중했다. ‘아내의 맛’에 출연 중인 18세 나이 차 한중 커플인 함소원-진화 부부가 대표적이다. 최근엔 생생한 출산 장면을 담아 화제를 모았다. ‘연애의 맛’에 출연했으면 하는 인물을 물으니 “배우 김석훈이 은근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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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서 국장은 휘하에는 KBS 출신 정희섭 PD, MBC 출신 문경태·이병혁 PD가 수혈됐다. 오는 5월 론칭 예정인 이병혁 PD의 신규 프로그램까지 더해 3~4개 정규 프로그램 운영이 올해 목표다. “젊은 콘텐츠 중심으로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사람을 강조했던 그는 ‘기·승·전·사람’으로 끝맺음 했다.
“요즘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부담스럽고 조심스럽다. 딸아이만 해도 구체적 일정을 물어보면 좋아하지 않더라. (웃음) 그럼에도 방송하는 사람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호기심이 깊고 진지할수록 더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사람의 매력을 발굴하고 만들어 가고 싶다.”
▷서혜진 TV조선 국장은 △이화여대 사회학과 1993년 졸업, 동대학원 사회학과 1995년 졸업△1997년 SBS 교양국 입사, 2000년 예능국 전보 △SBS ‘스타킹’, ‘고쇼’, ‘도전1000곡’, ‘송포유’,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연출 △TV조선 ‘아내의 맛’, ‘연애의 맛’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