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역삼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n번방 방지법, 재발방지 가능한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기술로 성범죄 영상을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호 인기협 사무총장은 정치권에서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기술적 조치 의무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는 것에 대해 “발상 자체가 경악스럽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텔레그램은 서버와 소재지가 불분명하다. 이 해외기업을 잡기 위해 국내 사업자에 대한 정밀하지 못한 규제를 신설하면, 결국 국내 기업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며 “만약 국내 업체에 기술적 조치를 강요하면 이용자들이 전부 해외 서비스로 옮겨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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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근 강원대 교수는 “일부 법률엔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부과했다. 움직이는 정보에 대한 필터링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빅브라더로 대표되는 검열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협조를 하지 않고 있는 텔레그램에 포인트를 맞춰야지, 거대한 만리장성을 쌓아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가연 변호사(오픈넷)는 “매일 같이 새로 쏟아지는 새로운 영상은 데이터베이스(DB)가 있어야 필터링이 가능하다. 결국은 국가기관에서 관련 DB를 만들어줘야 사업자들은 필터링을 할 수 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예산을 쏟아부어 불법 촬영물 전담팀을 키우는 식으로 국가가 잘 대응해야 한다. 국가가 자기 할 일을 사적 영역에 떠넘기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보다 적극적 수사가 마련되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왔다. 검사 출신인 구태언 변호사(린)는 “과속카메라 앞에선 과속이 발생하지 않듯이, 검거가 확실해지면 범죄율이 낮아진다”며 “성착위 범죄에 대해선 감청을 허용해 기지국 단위에서 보다 쉽게 수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