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간결한 입장 표명이다. 야당과 여론은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정권심판 결과로 몰아붙이고 있다. 나아가 민심은 여당의 선거참패의 책임을 묻는 설문조사에 40%가 노 대통령에게 있다고 답하고 있다.
이런 민심에도 불구, 노 대통령은 그간 이런 평가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지난 2월26일 출입기자들과의 북악산 산행에서 말한 것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노 대통령은 "중간선거는 여러 변수가 끼어 있어 그걸 평가로서 보기가 좀 그렇다"라며 "이를 중간 평가라고 하는데 결국 이미지 평가가 아니냐"며 지방선거를 '정권심판'이나 '국정평가'로 보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노 대통령이 미리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 결과를 예상하고, '중간평가'라는 데 담을 쌓았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여당의 참패에 대해 '민심'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다만 노 대통령은 여기에 '흐름'이란 조건을 붙였다. 항상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지금의 민심은 흘러가는 역사 속에 `한 단면`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전달한 것이란 해석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게도 "(일희일비하지 말고) 멀리 보고 준비하며 인내할 줄 아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심으로 돌아가 행동하면 국민들이 그 진정성을 받아들여줄 것이고, 민심도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 스스로가 원칙에 입각해 소신 있게 정치를 펼쳐왔고, 그 결과가 지금에 이른 만큼, 당도 흔들리지 말고 가라는 주문이다. 당장 민심이 이반했다고 해서 꼼수를 부리면 더 큰 화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도 녹아들어있는 셈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정책과제들을 충실히 최선을 다해 이행하겠다"고만 했다. 남은 임기에 기존 정책을 꾸준히 수행해 나간다면 '그 민심이 변화되지 않겠느냐, 변화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자신감도 내포돼 있는 듯하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노 대통령은 정치권이 다시 급격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거나, 경제가 엄청난 위기에 봉착하지 않은 한, 기존의 정책 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의도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임기 후반들어 청와대와 부처에 전면 배치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심이 바꿀지, 노 대통령이 바꿀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