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증권)①변해야 산다

  • 등록 2004-09-21 오후 1:00:01

    수정 2004-09-21 오후 1:00:01

[edaily 김희석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시장 침체로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증권사와 대형 은행들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마다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라는 화두를 끌어안고 고심중이지만 딱 부러진 답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고비만 참고 견디면 좋아질 것`이란 과거식의 관성적 기대도 점차 효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봉착한 것입니다. 증권시장과 함께 호흡하는 edaily는 한계상황에 처한 국내 증권사들의 현실을 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11편의 기획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상위권에 속하는 한 증권회사의 수도권지역 영업점. 지점장 포함 전체 인원은 13명, 이중 1명의 투자상담사를 제외하고 12명이 정규직이다. 이 지점은 경비 임대료 전기료 인건비 등을 포함한 자체비용이 한달 1억1000만원~1억2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이를 손익원(1)으로 부르고, 여기에 본사공통부분 비용을 더한 것을 손익쓰리(3)라고 한다. 지점장 A씨는 "지난 두달간 손익원을 겨우 맞췄다"며 "이런 상태로 지점은 유지할수 있을지 몰라도 회사차원에서는 손해다"고 말했다. 그는 "인원수로 본다면 우리 지점의 경우가 평균에 해당한다"며 "지금 증권사 영업 전선은 한계점에 봉착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직원들을 봐서는 할 얘기가 아니지만 여건을 보면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 구조조정은 계속됐다..그러나 증권사들은 IMF 이후 구조조정 노력을 지속해왔다. 어느 업종보다도 활발했다. 그렇지만 구조조정 결과 국내 증권사들의 경쟁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점장 A씨의 고민처럼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과연 경쟁력이 생길까. 단연코 `아니오`다. 지금까지 진행한 비용절감이나 군살빼기식의 구조조정은 증권사들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는 있을 지 몰라도 증권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발전시키기를 기대하기에는 요원하다. 물론 개별 증권사 내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증권산업 참가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숫자는 97년말 36개에서 현재 41개로 늘었다. 증권사별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업종내의 구조조정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틀을 바꾸기 위해서는 증권산업 고유의 혁신성과 다양성이 권장돼야 한다. 비용효율적인 경쟁자는 신속히 진입할 수 있어야 하고, 실패한 증권회사는 큰 어려움 없이 퇴출돼야 한다. 증권산업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워야 하는 이유는 국내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위주의 붕어빵식 영업구조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단지 업무 포트폴리오 차원이 아니라 증권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다. 국내 증권사의 작년 영업부문별 수수료수익 비중을 보면 주식이 63% 수준이고 펀드가 14%, 선물·옵션 12%, 인수주선 4% 등이다. 이는 미국의 경우 인수주선 등 투자은행업무의 비중(44%)이 주식위탁매매업무(18%)보다 훨씬 높은 구조와 대비된다. ◇ 증시는 선진화..증권산업은 방치 지난 14일 한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에 들어갈 첫 단추를 끼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런던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설립한 FTSE지수의 선진국시장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편입된 것. 1년간 관찰과정을 거쳐 2006년 3월에는 정식으로 지수에 편입될 전망이다. 이처럼 증시는 선진화 됐으나 증권산업은 흐름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오히려 선진화된 증시의 혜택은 고스란히 외국계 증권사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제시한 자료를 보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시장점유율은 99년 6.5%에서 올들어 7월까지 25.5%로 치솟았다. 이런 구조속에서 증권사들의 숫자가 줄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지난해말 증권연구원은 `증권산업의 현황과 시나리오 분석`에서 증권사 수가 약 18개 정도로 줄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컨설팅사인 맥킨지도 앞으로 증권회사가 절반 정도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증권회사의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적정규모로 줄었다고 해서 저절로 경쟁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양적인 변화와 함께 질적인 발전이 필수적이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변화는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는 굿모닝신한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우리증권을 보유한 우리금융은 LG투자증권 인수 방침을 확정했다. 한투증권과 대투증권도 동원지주와 하나은행 등과 매각협상을 진행중이다. SK증권도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이러한 업계 내부의 변화는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증권산업은 은행중심의 정부 정책에 밀려 후순위로 뒤쳐져 있다. 은행에 편중된 금융시스템으로는 혁신산업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할 수 없다.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정비와 함께 증권회사의 업무영역확대는 필수적이다. ◇ 증권은 유망산업..대비해야 할 때 주변 환경은 증권산업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선 기업공개, 주식인수 및 자산운용 부문의 성장잠재력이 크다. 저금리 기조의 정착으로 자금운용 방식이 예금에서 투자로 바뀌는 추세다. 인구 고령화 진전에 따라 노후자금 축적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기금의 투자반경이 확대되는 점도 증권산업의 성장에 우호적인 토양을 마련해줄 것이다. 퇴직연금제도의 도입도 주식 및 채권시장 투자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철저한 대비가 있다면 증권산업은 유망산업이 될 수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부담을 안고 경쟁해야하는 세계적 증권사들도 나름대로 아픔을 겪으며 성장했다. 미국의 경우 주어진 상황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선도적 위치를 확보했고, 영국은 `빅뱅` 이후 국제화를 지향하면서 발전했다. 바야흐로 국내 증권사들은 전환점에 서있다. 증권사들이 맞고 있는 위기는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고, 선진 증권사들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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