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분석)"경기부양"..태풍이냐 찻잔속 미풍이냐

  • 등록 2001-07-16 오후 6:45:59

    수정 2001-07-16 오후 6:45:59

[edaily] 채권시장 앞바다 먼 해상에 나타난 "경기부양"이라는 태풍이 예상과 달리 점점 힘을 키워가고 있다. 올 여름 채권시장은 수출악화, 경기둔화 지속, 물가안정이라는 호재성 뉴스(?)에 기대 "장마"를 무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됐으나 김대중 대통령의 "경기부양" 언급으로 새로운 국면에 대응해야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경기부양책에 "정치적 의미 부여" 김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내수부양으로 경기를 활성화시켜야한다"고 한 발언은 최근까지 진념 경제팀이 추진해온 경기부양책을 "단순히" 종합한 것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경제팀의 정책방향을 공식화하고 구체적인 방법까지도 언급했기 때문이다. 해외경제 여건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내수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하반기들어 국제 경기가 다시 회생하면 대약진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 이는 추경편성, 세제지원에 의한 건설경기 부양, 재정 조기집행 등 일련의 경기부양책을 "정치적"으로 "결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경제정책은 이러이러 해야한다"고 말한 차원이 아니라 국무회의를 통해서 "경기부양"을 공식 언급함으로써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대통령의 "말"은 현 정부의 경제 및 정치 브레인들이 합의에 의해서 도출된 "정치적 계산까지 포함된 발언"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은 국회에서 추경안을 통화시켜야할 과제를 안게 됐고 재경부도 지금까지의 부양책에 구체성을 부여하거나 새로운 카드를 만들어야할 숙제를 받은 셈이다. "경기부양책"이라는 익숙한 경제 용어가 "정치성"이라는 옷을 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의 내적균열 채권시장은 최근 절대금리에 일정부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날도 한은 총재의 "유연한 통화정책" 발언이나 이달들어 15일까지 수출이 전년동기와 비교할 때 26.5%나 감소했다는 뉴스 등은 재료로써 위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수출이나 경기와 같은 펀데먼털 요소가 수익률 자극에 실패한 것은 시장참가자들이 현재 수익률 수준에 만족(?)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 투신권의 한 딜러는 "시장 주변에 호재성 재료가 너무 많아 오히려 불안하다"고 말했다. 시장이 재료를 인식하지 못하는 "불감증"에 걸렸다는 지적이다. 수급측면에서도 월초에 제기됐던 공급물량의 집중화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번주와 다음주에 2차례에 걸쳐 1조5000억원 정도의 예보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장기채 공급이 늘어나면서 이날 국고채 10년물 입찰 분위기는 지난번과 달리 썰렁했다. 이처럼 미세한 균열을 보이고 있는 채권시장이 "경기부양책"이라는 비바람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까. ◇부양책의 위력은 곰곰히 따져보면 정부의 경기대책은 별개 없다. 상반기에 재정집행을 조기에 하지 못한 것이 단순히 "보수적인 재정정책의 관성" 때문인지 아니면 "재정정책을 펼만한 돈"이 없어서인지 의견이 갈린다. 정부가 상반기에 발의한 추경이외에 하반기에 새롭게 추경을 편성한다면 이는 국채를 발행, 재정적자를 키워야 가능하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재정적자를 늘리는 추경 편성이 정치적으로 가능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할 수 있다. 야당은 경제정책의 실패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고 추경안의 국회통과 여부는 극히 불투명하다. 내수부양책으로 건설경기 활성화가 논의되곤 한다. 실제로 정부는 세제지원으로 상반기에 부동산 경기를 자극하는 정책을 폈다. 그 때문인지 건설 수주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금리의 부수적인 효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정부가 의도했거나 의도하지 않았거나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정책당국자들도 경기조절 방법으로써 "부동산의 위험성"을 모르지 않겠지만 "대안"이 없을 때 "건설경기 활성화, 부동산 경기부양"은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 산출에서 전세가격이나 집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은 "체감 물가"에 직접 영향을 준다. 전세가격 상승과 저금리에 의한 임대주택 수요 등은 금융시장에 머물던 유동성을 부동산 등 실물부문으로 이동시키고 부동산 가수요를 촉발할 수도 있다. 정부의 경기조절 정책이 어떤 모습을 하느냐에 따라 경기부양책은 "특급 태풍"이 될 수도 있고 "찻잔속의 바람"이 될 수도 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은행권의 한 딜러는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뜻대로 되겠느냐"며 "경기부양책이 수익률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인지 차분히 뜯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경기부양의 방법으로 콜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시장에 기회는 남아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풍"이 발생 단계에서 위력을 갖출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중간에 진로를 바꿔 채권시장을 빗겨 지나치거나 상륙하기 전에 세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정책도 아직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 수익률이 횡보하면서 시장참가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외의 펀더멘털 지표도 수익률 방향을 180도 돌려놓을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먼 바다에 비구름이 쌓이고 있다고 벌써부터 고기잡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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