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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야구의 경북고·광주일고, 축구의 포항제철고·매탄고처럼 e스포츠도 세계적인 프로선수를 배출하는 명문고등학교가 탄생할까. 국내 최초의 e스포츠 교과서를 만들고,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은평메디텍고등학교의 유옥식 부장교사는 “e스포츠도 이제는 교육을 통해 풀뿌리 생태계를 조성할 때가 됐다”며 국내 첫 e스포츠 명문고의 탄생을 예고했다.
프로구단 못지않은 인재양성 시설
지난달 28일 은평메디텍고 e스포츠과 실습관에서 수업을 앞두고 만난 유 교사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대한민국 1호 고등학교 e스포츠 교과서를 내밀었다.
은평메디텍고는 지난해 의료정보시스템과를 e스포츠과로 개편한 뒤, 정식 교과목 채택을 위해 유 교사 주도로 교과서 편찬 작업을 진행했다.
유 교수는 “기존 여타 고등학교들의 경우 게임을 기획·제작하는 수업은 존재했지만, 게임을 하는 수업은 없었다”며 “게임을 하는 것으로 직업을 갖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e스포츠과를 만들자고 결정한 이후 전남과학대의 이유찬, 최은경 교수를 만나 e스포츠 교과서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작년 9월부터 집필을 시작해 굉장히 속도를 내서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 교과서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검인정을 받았고, 올해부터 정식 수업에 활용됐다. 현재는 ‘e스포츠 실습(교문사 발행)’ 교과서 하나로 수업이 진행되며, 내년부터 차례로 ‘e스포츠 윤리’와 ‘e스포츠 심리훈련’ 등 2개 교과서가 추가될 예정이다.
실습수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e스포츠 시장을 갖춘 인기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롤)’로 진행한다. 실습실은 이론 교육을 위한 컴퓨터교실과 실제 게임 플레이에 매진할 수 있는 연습부스로 구성돼 있다. 연습부스의 경우 웬만한 프로구단의 연습실 못지않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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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출신 e스포츠 스타 탄생을 꿈꾸다
유 교사는 평소 e스포츠 프로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이 쉽게 학업을 포기하고 자퇴하는 현실에서 안타까움을 느꼈고, 야구나 축구 등 일반 스포츠처럼 e스포츠도 고등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교과서 편찬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유 교사는 “e스포츠 프로무대에 데뷔하는 고등학생 10명 중 3~4명은 중퇴를 한다”며 “프로선수가 되더라도 학력을 갖추지 못하면,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e스포츠를 전공해 프로에 진출하면 가장 금상첨화일 것이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대학으로 진학해 대학선수로 뛰면서 프로행을 도모할 수도 있고, 아니면 코치나 교사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스포츠 중에서도 야구나 축구 등 인기 스포츠만이 풀뿌리 생태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e스포츠도 최소 10년은 바라보고 가야 한다. 올해 처음으로 만들어진 e스포츠 교과서와 e스포츠과의 도입이 그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평메디텍고를 시작으로, e스포츠 교과서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재 2~3개 고등학교도 교과서를 채택하고 e스포츠 수업을 추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렇게 e스포츠 교과목 채택 학교가 늘어나면, 고등리그가 활성화되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유 교사는 설명했다.
유 교사는 “e스포츠과를 가진 고등학교가 늘어나고, 협회 차원의 고등리그가 활성화되면 그 안에서 e스포츠 명문고들이 탄생할 것”이라며 “우리 학교도 연예계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예대처럼 은평메디텍고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는 e스포츠 선수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역사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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