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럽게 독일 빵 그대로 ''악소!''

밥에 설탕 넣나요? 빵에도 마찬가지
  • 등록 2006-11-23 오후 12:00:01

    수정 2006-11-23 오후 12:00:01

▲`악소!`를 운영하는 허상회씨. 자신이 만드는 독일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조선일보 제공] 서울 한남동 리첸시아빌딩에 있는 악소! (Ach So!)는 독일빵 전문점이다. 2002년 덕성여대 앞에 문을 열었다가 작년 3월 지금 자리로 이사 왔다. 요즘 음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맛도 맛이거니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고 있는 빵집이다.

악소!를 운영하는 허상회(39)씨는 본래 건축학도였다. 평소 음식에 관심 많던 허씨는 건축을 공부하러 1998년 독일에 갔다가 그만 독일 빵에 빠져버렸다. 독일 도르트문트에 있던 빵집 ‘오토 포겔’(Otto Vogel) 주인을 조르고 졸라 “일해도 좋다”고 어렵게 허락 받았다. 1998~2000년까지 공부와 일을 병행하다가, 2000년 중반부터 2001년까지 2년여간은 아예 빵만 만들었다.

독일빵 맛의 특별한 비결은 무엇일까. 허씨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허씨가 만드는 식사용 빵에는 밀가루와 물, 빵을 부풀리는 이스트 정도만이 들어간다. 팽창제 등 각종 화학첨가제가 들어가는 ‘효율적’ 혹은 ‘현대적’ 빵 만들기와 달리,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방식을 그대로 이어간다. 고지식하다고 할 만큼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곧 원칙. 이것이야 말로 독일빵 맛의 비결 아닌 비결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빵을 만들 때 설탕이나 기름이 적어도 조금씩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독일빵에는 오히려 재료가 덜 들어가는 셈이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제빵사들도 허씨를 찾아와 “진짜 설탕 없이 빵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단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에서는 다 그렇게 만들어요. 우리도 밥 먹을 때 기름에 비비거나 설탕을 뿌려서 먹지는 않잖아요? 독일인에게 빵은 우리의 밥이나 마찬가지에요. 주식이기 때문에 기름이나 설탕을 넣지 않는 거죠.”

설탕이나 기름 없이 최소한의 기본 원료로만 만든 빵. 이 집 빵이 건강 빵으로 소문나게 된 비결이었다. 허상회씨는 “독일빵 맛을 제대로 내려고 했던 것인데, 어찌 건강 빵으로 알려진 모양”이라며 웃는데, 그리 기분 나빠 보이진 않는다.

악소!에서 판매되는 빵은 대략 15가지. 크기로는 여럿이 나눠먹을 만한 ‘브로트’(brot·빵)와 혼자 먹기 알맞은 ‘브뢰첸’(brotchen·작은빵)으로 나뉜다. 재료는 밀과 호밀 둘로 나뉜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2개월째라는 독일여성 아나벨은 “가정에서는 대개 호밀빵을 먹는다”면서 호밀브로트를 종이봉투에 담아갔다. 허씨는 “밀빵은 바로 먹으면 맛있지만 오래 보관이 안 되는 반면, 호밀빵은 오래 두어도 맛이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밀빵은 희고 부드럽고, 호밀빵은 구수하지만 약간 뻑뻑하다. 흰쌀밥과 잡곡밥의 차이랄까. 호밀만으로 만든 빵 반죽은 발효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호밀빵에는 항상 밀이 섞인다. 악소! 호밀빵은 호밀 함량이 90%로, 한국의 일반 빵집 호밀빵보다 호밀이 많다. 밀빵이나 호밀빵 모두 빵 특유의 구수한 향기가 짙다. 먹고 나면 ‘짜다’는 느낌이다. 허씨는 “한국 빵집과 달리 설탕을 더하지 않아 짠맛이 부각될 뿐, 소금량은 동일하다”고 했다.

허씨는 “빵을 맛볼 때는 버터나 햄, 치즈와 함께 먹으라”고 귀띔했다. “우리도 밥 먹을 때 밥만 먹으면 맛이 없잖아요.”

밀로 만든 ‘브뢰첸’은 개당 900원, 검은깨가 표면에 달라붙은 ‘검은깨 브뢰첸’은 1000원이다. ‘호밀브뢰첸’도 1000원이다. ‘해바라기씨브뢰첸’, ‘호박씨브뢰첸’, ‘귀리브뢰첸’은 1300원. 달걀과 기름이 들어가는 ‘라우겐 브렛젤’은 1900원, ‘라우겐 슈탕에’는 1200원으로, 쫄깃하다. 브뢰첸 샌드위치도 있다. 햄·치즈·달걀 등 넣는 재료 종류와 가짓수에 따라 1900~3800원까지 받는다. “‘악소!’는 ‘그래 이 맛이야!’라는 의미의 긍정적 감탄사”로 허씨는 번역했다. (02)79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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