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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 출신 행정가…文 정부서 승승장구
변창흠 장관 내정자는 진보 성향의 주택·도시분야 전문가다. 1965년생(만 55세)으로 서울대 경제학사,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를 받았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행정가로 변모해 직접 ‘필드’에서 뛰기 시작한 건 6년 전부터다. 변 내정자는 2014년 6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 학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에 올라 3년여 자리를 지켰다. 2017년부터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주거정책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여해왔다. 2019년 4월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1년8개월여 만에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돼 행정가로서 또 한 단계 올라섰다. LH통합 이후 LH사장 출신으로 국토부 장관에 지명된 첫 케이스란 기록도 세웠다.
다만 시장의 반발과 역효과를 불러온 정부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선 곤란하다는 게 시장의 목소리다. 특히 변 내정자가 올해 8월에도 국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부동산정책을 비교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제일 잘한다”며 ‘중상(中上)’이라고 평가하는 등 정부정책을 두둔해온 점에서 우려가 많다.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주택도 변 내정자가 세종대 교수 시절인 2007년부터 꾸준하게 주장한 내용이다. 주택 구매시 시세 차익을 환수하자는 내용으로 일각에서는 “사회주의적 발상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또한 ‘2+2년’ 계약갱신권 도입으로 전셋값 폭등을 야기한 임대차법과 관련해 ‘3+3년’을 주장하는 등 급진적이었던 발언을 했던 점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틀을 닦았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사이란 점도 다시 회자되는 중이다. 변 내정자는 김 전 정책실장과 함께 한국도시연구소 이사로 소속돼 있고 같은 대학(세종대)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이에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김현미 장관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서 (청와대가) 정해주는 대로 따라 했다면, 변창흠은 文정부 부동산정책의 이론가이자, 뒷배였다”며 “김현미가 종범이라면 변창흠은 주범 격이다. 변창흠 내정자는 김현미보다 더할 사람”이라고 맹공하기도 했다.
변 내정자도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내정 직후 일성으로 ‘규제개선’, ‘공급확대’를 언급하고 나섰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불필요한 규제를 조금만 개선해도 엄청난 공급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공급’에 방점을 두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면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며 “시장이 빨리 안정될 수 있게 구체적인 신호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겠다, 서울 외곽보다는 도심 개발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가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인 투기규제에 공급확대라는 정책을 어떻게 결합시켜 시장 안정을 꾀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의 전문 영역인 도시재생보다 현 정부가 꽁꽁 묶었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도록 길을 트는 등 당장 ‘미친’ 집값, 전셋값을 잠재우기 위한 공급 처방을 내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정책 기조를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단 건 옳은 선택”이라면서 “공급 전환으로 바꿔도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이 3년 이상 걸리므로 그 사이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LH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변 내정자는 융통성이 있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해온 분”이라며 “서울 도심 내 주택이 부족하단 인식을 갖고 있어서 규제개선, 공급확대 정책으로 전향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 원장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개선에도 공감한다고 보고, 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공급확대 아이디어가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