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야기]치매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약은 ‘혈압약’

허성혁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 등록 2020-07-18 오전 8:23:48

    수정 2020-07-18 오전 8:23:48

[허성혁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우리나라는 의료수준 향상과 저출산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2019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15%미만이지만, 2040년이 되면 3분의 1 이상 늘어나고, 2045년이 되면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에서 10명 중 1명, 80세 이상에서는 4명 중 1명이 치매로 진단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변 어르신들의 가장 큰 걱정은 혹시 치매로 자녀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외래를 방문하는 고령 환자들 중 상당수가 치매 예방약을 찾고 있으며, 주변 친구들이 먹고 있는 약에 대해 묻거나, 같은 약을 처방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약은 아직까지 없다.

치매에 처방 가능한 약은 4가지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콜린분해효소 억제제 3가지와 NMDA 수용체 길항제 1가지다. 이 약제들은 어느 정도 개선 효과와 증상 악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어 치매 진단 시 복용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약제들도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닌 다른 치매에서는 효과가 입증되지 못했고, 예방 효과도 거의 없고, 부작용 및 약가 등을 고려했을 때 복용이 추천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은 홍삼, 폴리코사놀, 크릴오일 같은 치매 예방에 전혀 근거 없는 건강식품, 일반식품에 의지하기도 한다. 또한 치매 예방약으로 많이들 알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L-아세틸카르니틴 같은 약제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보험재정에 부담이 되다보니 최근 심평원, 식약처 등에서 제동을 걸기 시작해 임상재평가를 실시하는 동안만 한시적으로 허용해주기로 했다. 임상시험 결과가 좋게 나오면 치매 예방약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근거는 없어 현 시점에 예방을 위해 이런 약을 굳이 복용할 필요는 없겠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치매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약은 무엇일까. 바로 혈압약이다. 2019년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50세 이상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평균 3년간 혈압을 낮게(평균 수축기혈압 122mmHg) 유지했을 때 대조군(평균 수축기혈압 135mmHg)보다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의 비율을 19%정도 낮췄다. 그리고 치매는 17%정도 낮추는 결과를 보였다. 내년 말 최종 연구결과가 나올 예정이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보면 치매 예방에 혈압 강하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는듯하다.

따라서 체중관리, 식사조절, 운동, 약물복용 등을 통해 혈압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매 예방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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