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 급등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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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가치없는데 세금은 왜 걷나”
2017~2018년 투자 광풍이 불었던 암호화폐가 올 들어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또다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비트코인 1개 가격은 지난해 10월까지 1200만원선이었지만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달 중순 6500만원까지 치솟았고 24일 현재도 55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상승세는 세계 최대 전자 결제 플랫폼인 ‘페이팔’이 올해부터 전 세계 2600만개 가맹점에서 물건을 살 때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등 4개 암호화폐 결제를 허용한데 이어, 얼마 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트코인 대량 매입 등이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전 세계 주요 기관 투자자들도 비트코인을 투자 자산에 편입하고 있다.
문제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책 결정자들의 인식과 제도 사이의 괴리다.
금융당국은 다음달부터 시행될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통해 내년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해 내년부터 양도소득세(양도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022년부터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20% 양도세가 부과된다. 주식도 2023년부터 양도세를 내야하지만 연간 5000만원 이하 소득에 대해선 비과세다. 반면 비트코인에 투자해 한해 5000만원을 벌었다면 95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이로 인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암호화폐는 가치가 없는 사기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세금을 내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금법은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에 과세 대상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세금 부과를 결정하고도 정책 결정자들이 여전히 그 가치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투자자 보호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특금법에 따라 3월부터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운영할 수 있다. 이 인증으로 인해 과거보다는 거래소 보안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해킹의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권이 보유한 개인투자자의 현금이나 주식은 해킹으로 도난당하는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해 법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고 과세 대상으로 삼았다면 금융권에 버금가는 투자자 보호조치도 마련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