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다툼이 부른 "악몽의 설"

20여년전 분배유산,둘째보다 적자 갈등
“여자 4명 한방 몰아넣고 2발씩 발사”
  • 등록 2005-02-10 오후 6:25:49

    수정 2005-02-10 오후 6:25:49

[조선일보 제공]“그까짓 땅이 뭐 대수라고 생때 같은 가족들 목숨까지 빼앗을 수 있습니까.” 혈육의 정을 새겨야 할 설날 가족 모임이 유산으로 물려받은 땅값이 폭등하면서 참극으로 바뀌었다. 10일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광탄병원 영안실. 공기총에 살해된 일가족 3명의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에는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았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두고 일어난 형제들의 재산 다툼이 끝내 화를 불렀다. 엄마와 딸의 영정이 나란히 놓인 1호실에서 유족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격한 목소리로 출입을 막았다. 바로 옆 2호실에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유족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건개요 설날인 9일 낮 12시40분쯤, 파주시 탄현면 법흥2리 한모(여·45)씨의 집 안방에서 참극이 일어났다. 이모(66·파주시 금촌동)씨는 셋째 동생(1999년 사망)의 부인인 한씨와 한씨의 딸(13·초등학교5), 둘째 동생의 막내딸(26) 등 3명을 엽총으로 쏴 살해했다. 둘째 동생의 큰딸(31)과 며느리 박모(34), 친척 이모(45)씨 등 3명에게는 중상을 입혔다. 이어 같은 마을에 있는 둘째 동생의 집에 불을 질러 40평 크기의 한옥을 태웠다. 이씨는 인근 야산으로 달아났다가 얼굴에 총을 발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분쟁의 원인 형제간 갈등의 발단은 이씨 3형제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었다. 1991년 작고한 이씨의 부친은 생전에 큰아들인 이씨에게 2600평, 이복인 둘째와 셋째 아들에게는 각각 3000평, 2400평의 논밭, 임야를 물려줬다. 그러나 이씨는 이복 동생들과 땅 문제를 놓고 자주 다툼을 벌였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특히 객지 생활을 한 이씨는 장남인 자신보다 고향에서 농사를 짓던 둘째 동생이 더 많은 땅을 상속받은 것에 불만이 컸다고 한다. 둘째 동생이 3년 전 상속받은 땅 3000여평 중 1058평을 평당 40만원을 받고 4억여원에 매각하자 이씨의 불만은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땅은 자유로에서 3~4㎞ 가량 떨어져 있고 진입도로도 좋지 않아 10여년 전만 해도 땅값이 평당 10여만원에 그쳤던 곳. 하지만 파주 신도시와 LG필립스 LCD생산 시설 등 대규모 개발로 땅값이 폭등했다. 이씨는 “부모님이 물려준 땅을 함부로 팔았다”며 동생에게 매각대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등 마찰을 자주 빚었다. 또 1999년 셋째 동생이 세상을 떠 조카가 토지를 상속하자 자신이 관리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건당일 상황 이씨 일가족은 설날 아침 파주시 금촌동의 이씨 집에서 차례를 지냈다. 이때도 둘째 동생과 말다툼을 벌였다. 이씨는 오전 11시15분쯤 파주경찰서 교하지구대에서 “지방에 사냥간다”며 맡겨둔 엽총을 찾았고, 12시30분쯤 차례를 지내러 셋째 동생 집에 도착했다. 둘째 동생과 또다시 말다툼을 벌인 이씨는 둘째 동생과 자신의 두 아들, 조카 등 남자들이 인근 야산으로 성묘를 떠난 사이 집 안으로 들어갔고, 방안에 있던 가족들에게 엽총을 난사했다. 이씨는 150m쯤 떨어진 둘째 동생 집으로 뛰어갔으나 앞서 총상을 입고 탈출한 둘째 동생의 딸이 어머니를 피신시켜 더 이상의 참극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씨는 아무도 없는 집에 불을 지르고 뒷동산으로 달아났으며, 오른쪽 뺨 부위에 총을 발사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경찰은 말했다. 이씨의 시신은 파주시 금촌의료원으로 옮겨졌으며 가족들은 이날 오전 서둘러 장례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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