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5천명 중 1명이 장 운동세포가 부족해 발생
변비는 자녀의 성장과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변비는 식이조절이나 약물 치료 등으로 완화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된다면 단순 변비가 아닌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의심해봐야 할 질환은 ‘선천성 거대결장’이다.
장혜경 교수는 “신생아를 비롯해 영유아의 변비가 해결되지 않는 원인 중 하나인 선천성 거대결장은 태아의 발달 과정에서 장운동을 담당하는 장관신경절 세포가 장의 말단 부위인 직장까지 분포하지 않아 발생하는 장 폐쇄 질환”이라며 “평소 변비와 복부 팽만이 있던 아이에게 구토, 설사, 발열 등의 장염 증상이 동반된다면, 선천성 거대결장으로 인한 합병증일 수 있기 때문에 주저하지 하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신생아는 출생 후 1~2일 내에 태변을 배출한다. 만약 48시간 이내에 태변을 보지 않았다면, 선천성 거대결장의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선천성 거대결장은 대부분 신생아 때 증상이 나타나지만, 장내 운동 세포가 없는 구간이 매우 짧다면 증상이 심하지 않아 유아기 혹은 초등학교 입학 후 변비 증상이 나타나 발견되기도 한다. 일반적인 식이조절이나 약물 치료에도 변비가 호전되지 않으면서, 복부팽만이 심하고 음식 섭취도 잘 되지 않아 발육이 저하되는 등 증상이 만성화될 수 있으므로, 변비가 지속될 때에는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지속되는 변비로 선천성 거대결장이 의심될 때는 복부 엑스레이, 대장조영검사 등을 진행하며 대장과 소장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있는 장이 확인된다면, 항문을 통한 직장조직검사로 직장조직 내 신경절세포 유무를 확인하고 선천성 거대결장을 진단한다.
장 교수는 “선천성 거대결장의 치료는 ‘수술’이 유일하다”며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변과 가스가 장에 많이 쌓이다 보면 세균 증식과 함께 장염, 패혈증으로까지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며, 또 다른 이유는 거대결장이 장기간 지속되면 정상적인 장이 비가역적으로 늘어나거나 염증으로 장 손상이 발생, 결국 정상적으로 태어난 부분의 장까지도 절제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술방법은 신경절이 없는 비정상적인 장의 길이와 정상적인 장의 보존 여부 등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항문 안쪽으로 대장에 접근해 비정상적인 장을 절제하고 정상적인 대장과 항문 조직을 연결한다. 다만, 절제해야 하는 장의 길이에 따라 약 2시간에서 6시간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소아 복강경 수술이 보편화됨에 따라 잘라내야 하는 대장의 길이가 길더라도 대부분 항문을 통해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후 초기에는 대변을 지리는 증상이 있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소아질환은 성인병의 축소판 “아냐”
소아질환은 당뇨, 심뇌혈관질환, 암 등 성인병과는 종류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치료방법도 다르다. 또한, 수술이나 치료 시 사용하는 도구는 성인에 비해 훨씬 작고 정교하다. 이러한 이유로 소아질환에 따른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면,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치료하는 일반 외과가 아닌 소아 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소아외과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장혜경 교수는 “일반 외과의 경우 소아질환을 접할 기회 자체가 적어 수술에 꼭 필요한 경험을 쌓거나 관련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아외과 질환은 치료방법과 수술도구 등 여러 방면에서 성인과 차이가 존재하며, 소아 환자의 나이와 그에 따른 성장 및 발달과정에 적합한 치료를 위해서는 의료진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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