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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소속 A씨는 저녁이면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A씨는 몇 시간 동안 운동을 한 뒤 사무실로 돌아와 짐을 챙겼다. 그럼에도 경찰청은 A씨에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했다.
기획재정부 소속 B씨 등은 초과근무를 신청한 뒤 세종시 인근 식당 등에서 저녁 식사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밤이 되자 사무실로 돌아와 근무 체크만 하고 퇴근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시민의 신고로 덜미를 잡힐 때까지 기재부는 꼬박꼬박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했다.
공무원들이 각종 부정한 방법으로 초과근무수당을 챙기는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한 영향이다.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처도 많지 않다. 특히 적발돼도 페널티가 크지 않다는 점이 공무원들의 일탈을 부추긴다.
18개 부처, 2년 이상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
14일 이데일리가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실로부터 인사혁신처가 집계한 ‘최근 5년간 부처별·연도별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 인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중앙부처 44곳 중 28곳(64%)에서 907명이 초과근무수당을 부정수급 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적발이 자체 감사보다는 신고 위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농림축산식품부는 5년간, 문화체육관광부·국세청·관세청은 4년간,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식품의약품안전처·검찰청은 3년간, 기획재정부·교육부·환경부·기상청·방위사업청·새만금개발청·특허청·해양경찰청은 2년간 부당수급자가 적발됐다.
적지 않은 부처들은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이 끊이지 않는 주원인으로 ‘시스템 미비’를 꼽았다. 한 부처 관계자는 “개별 공무원 양심에 맡겨 놓는 현 시스템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초과근무수당을 손쉽게 챙길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미비한 시스템을 악용해 수당을 부정수급하다 적발돼도 돌아오는 건 솜방망이 처벌 뿐이다.
기재부는 시민 신고로 부당수령을 적발하고도 징계 없이 환수조치만 내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잘 모르고 한 것이라 3배 환수 처분을 내렸다”며 “감사 결과 징계를 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만 직원 국세청, 인사상 불이익으로 부정수급 근절
국세청 관계자는 “지자체 세무서까지 2만명 넘는 인원을 대상으로 수시로 엄격하게 감사를 실시했다”며 “부당수령을 하면 철저하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자 잘못된 관행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해경도 출퇴근 지문 인식, 컴퓨터 로그인(e사람시스템)을 함께 운영해 시스템 관리를 강화하고 징계 수위도 높였다. 해경 관계자는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을 하면 무조건 징계를 하도록 복무 규정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을 근절하려면 범정부 차원에서 복무관리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은 과거와 달리 공무원 처우가 좋아졌기 때문에, 관행적 폐단과 근절하지 않으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은 불법이라는 점을 각인할 수 있도록 적발 시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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