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저효과 덕 본 작년 4% 성장, 자화자찬 이른 것 아닌가

  • 등록 2022-01-27 오전 5:00:00

    수정 2022-01-27 오전 5:00:00

한국경제가 11년 만에 4% 성장을 달성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그제 발표했다. 경제성장률이 4%를 넘은 것은 2010년(6.8%)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10년간(2011~2020년) 연평균 성장률(2.56%)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대규모 추경을 동원해 성장률을 부풀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민간소비(1.7%포인트), 설비투자(0.7%포인트), 순수출(0.8%포인트), 정부소비(0.7%포인트) 등 각 부문에서 고른 성장기여도를 실현한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비판으로 보기는 어렵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GDP 결과가 발표된 직후 페이스북에 “지난해 4% 성장을 통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지난해 성장률이 4%로 높아진 것은 기저효과에 따른 통계적 착시 때문이라는 점이다. 2020년의 성장률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이너스(-0.9%)를 기록한 데 따른 반사 작용이 컸다. 비교 기준연도를 2019년으로 바꾸면 연평균 성장률은 1.5%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잠재성장률(2%대 초반)에 못 미친다.

우리 경제는 아직 코로나19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경제환경은 온통 먹구름이 가득하다. 코로나19 재확산, 글로벌 공급망 불안, 국제유가와 원자잿 값 폭등, 미국 연준(Fed)의 긴축 가속화, 환율 불안에다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에 이르기까지 악재들만 즐비하다. 특히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하루 확진자가 이미 1만 3000명선을 넘었으며 최악의 경우 2월말 12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 성장 달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방심할 때가 아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은 크게 오미크론 확산 억제와 미국발 긴축에 대한 선제적이고 유연한 대응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급변하는 경제환경과 리스크 요인들을 감안하면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홍남기 경제팀은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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