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추운 날씨 때문에 전통가옥에 주방을 따로 두지 않고 장작을 태우는 난방용 벽난로를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 이러다 보니 불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음식이 단순할 수 밖에 없다고 식품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러시아의 경제발전으로 음식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욕구도 다양해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전통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음식이 러시아 식탁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 음식문화는 수백년전에 러시아에 진출했으며 중국음식은 이미 옛 소련 시절을 거쳐 러시아에 뿌리를 내렸다. 일본식당 역시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 이후 러시아 대도시에서 쉽게 눈에 띄일 정도로 많아졌다. 이와 함께 베트남 음식도 러시아인들의 입맛에 맞는 퓨전식 카페가 속속 등장했다.
러시아에서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는 ‘카레이스키(옛 소련 거주 고려인) 샐러드’를 꼽을 수 있다. 고려인식(式) 김치인 카레이스키 샐러드는 달달하면서 시끔한 맛이 나 가장 대중적인 한국음식 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 이 음식이 러시아에만 있고 한국에는 없다는 사실에 놀라는 러시아인들도 많다. 그만큼 러시아인과 고려인의 입맛에 맞는 퓨전식 한국음식이라는 얘기다.
음식문화의 세계화에 있어 사람 입맛이 다양하기에 퓨전은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을 잃은 퓨전은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카레이스키 샐러드처럼 현지에서는 유명하지만 한국에는 없는 음식이 나오기 마련이다.
결국 러시아에서는 전통과 퓨전을 합리적으로 융합하는 방법을 찾는 것만이 한국 음식문화를 계속 발전시키면서 한류 붐을 조성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