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한목소리로 가계빚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가계빚 위험이 해소되지 않으면 긴축을 풀 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은이 그제 공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총재 제외) 전원이 향후 금리정책과 관련해 금융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 가운데 5명은 금융불균형이 계속 확대될 경우 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머지 한 명은 추가 인상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가계빚 증가에 우려를 표명했다.
금융불균형이란 가계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증해 지속가능한 성장과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로 주요 43개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계 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주요 17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국민경제와 가계의 부담 능력 면에서 위험수위를 훨씬 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의 가계부채 추이는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한은이 2021년 8월부터 잇따라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가까스로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다. 올 1분기(1~3월)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져 은행권 가계대출이 8조 2000억원 줄었다. 그러나 2분기(4~6월)에는 12조 4000억원이 늘어나며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푼 것이 도화선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이 6월 한 달에만 7조원이나 불어났다고 한다. 섣부른 부동산 규제완화가 젊은이들을 다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사기) 대열에 나서게 하고 있다.
한은은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소비 위축으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자산불평등이 커지는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금리를 지금의 2~3배 이상으로 올리지 않는 한 이 비율을 단기간에 떨어트릴 수 있는 비책은 없다. 따라서 가계부채 비율 관리는 지금보다 더 오르지 않도록 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낮춰가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가계빚 재증가를 촉발한 부동산 규제완화를 재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