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 이웃 사죄ㆍ설득이 먼저다

  • 등록 2022-02-03 오전 5:00:00

    수정 2022-02-03 오전 5:00:00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니가타현의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달라며 추천서 등 관련 서류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그제 제출했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재로 각의를 열고 2023년 등재를 목표로 사도 광산을 추천하는 안을 승인했다. 한국·중국의 반발과 실현 가능성을 우려해 추천 보류를 검토했던 최근까지의 입장을 바꿔 등재 시도를 강행한 것이다.

기시다 정부의 입장 선회는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자민당내 강경 우파의 비판과 7월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관측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자민당 내부의 역학 관계와 정치 셈법을 떠나 대내외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피해 당사국인 한국의 반발과 징용근로자들의 아픈 상처를 외면하고 강행했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에 치명적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신청 대상을 1867년 이전의 에도시대 유적으로 한정해 일제 강점기와 선을 그으려 한다지만 이는 꼼수에 불과하다. ‘완전한 역사를 반영한다’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번 결정은 또 문화를 정치에 이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그제 “세계유산과 사도 광산, 문화의 정치 이용을 위험하게 여긴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의 SNS에 “(한국이)역사 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면 안 된다”고 썼지만 신문은 이웃 나라와의 대결 자세를 연출하려는 생각으로 문화를 정치에 이용하는 듯한 움직임은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될 수 있다고우려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군함도(하시마)탄광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조건으로 조선인 강제노역의 역사와 희생을 알리는 후속 조치를 약속했지만 이를 외면했다. 유네스코가 작년 7월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결정문을 채택했을 정도다. 사도 광산과 관련, 한국과 정중하고 냉정한 논의를 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한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본은 등재 시도에 앞서 시기와 방식, 절차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함께 이웃 나라에 깊은 이해를 먼저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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