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정부의 입장 선회는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자민당내 강경 우파의 비판과 7월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관측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자민당 내부의 역학 관계와 정치 셈법을 떠나 대내외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피해 당사국인 한국의 반발과 징용근로자들의 아픈 상처를 외면하고 강행했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에 치명적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신청 대상을 1867년 이전의 에도시대 유적으로 한정해 일제 강점기와 선을 그으려 한다지만 이는 꼼수에 불과하다. ‘완전한 역사를 반영한다’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원칙에도 어긋난다.
일본 정부는 2015년 군함도(하시마)탄광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조건으로 조선인 강제노역의 역사와 희생을 알리는 후속 조치를 약속했지만 이를 외면했다. 유네스코가 작년 7월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결정문을 채택했을 정도다. 사도 광산과 관련, 한국과 정중하고 냉정한 논의를 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한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본은 등재 시도에 앞서 시기와 방식, 절차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함께 이웃 나라에 깊은 이해를 먼저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