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에 무더기로 발견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아파트 부실 시공 사례는 건설 강국의 긍지와 명성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건설 현장의 고질적 악습으로 꼽혀 온 적당주의와 안전 불감증, 비리의 먹이사슬 등이 아직도 난마처럼 엮여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8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성수대교 붕괴를 계기로 설계·감리·시공의 부실을 뿌리뽑고,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치겠다고 했던 업계의 다짐이 면피성 ‘쇼’에 지나지 않았는지 한숨이 나올 정도다. 15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 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무량판 구조였다는 점을 알고도 업체들이 공사비가 적게 든다는 이유로 2010년대 후반부터 슬금슬금 다시 채택했다는 사실에선 분노마저 금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건설 한국의 미래를 좀먹는 병폐의 대수술 계기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이권 카르텔의 꼭대기에 있는 LH 퇴직자 등의 전관 예우를 근절해 부실 틈새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첫단추일 뿐이다. 현장의 불투명한 자재 관리와 원리·원칙 경시 풍조, ‘빨리빨리’ 관행과 수익 우선주의 등 수십년 악습이 모두 청산 대상이다. 제도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상습적 부실 공사에 징벌적 페널티를 가하는 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수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