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혁기 제주맥주 대표 "흑자전환 큰 과제..신사업 강화"

'상장 1년' 제주맥주, 16일 '브루잉데이' 열고
캐주얼·오리지널·넥스트 3 포트폴리오 제시
신제품 '제주맥주라거 프로젝트 001'도 선봬
구체적 방안 제시 없이 추상적 선언 머물러
영업·당기손실 지속..4년 적자시 상폐 우려
  • 등록 2022-05-16 오후 4:10:06

    수정 2022-05-16 오후 6:09:07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제주맥주의 큰 과제는 흑자전환입니다. 신사업 확대와 신제품 출시 등 강화된 포트폴리오로 조만간 좋은 결실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 CEO는 1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주맥주 ‘브루잉데이 2022’에서 ‘한국맥주 2.0, 비전과 포트폴리오’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주맥주 ‘브루잉데이 2022’에서 문혁기 대표이사 CEO가 ‘한국맥주 2.0, 비전과 포트폴리오’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제주맥주)
제주맥주는 지난해 5월 국내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업계 최초로 코스닥 증시 상장 이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 형태로 이번 행사를 열었다. 한국 맥주 산업에 대한 진단과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제주맥주가 추구하는 사업 방향과 신규 포트폴리오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문 대표를 비롯해 조은영 운영총괄책임(COO), 권진주 마케팅총괄책임(CMO), 김배진 상품총괄책임(CPO)가 릴레이 발표를 진행했다.

문 대표는 이날 발표를 통해 “자체 편의점 맥주 구매성향 조사 결과 ‘4캔 1만원’ 혹은 ‘4캔 1만1000원’ 구매가 76.5%에 달하는 등 한국 맥주시장은 매우 독특하다”면서 “그간 국내에서 다양한 맥주가 탄생했지만 가격은 다양하지 않고 굿즈맥주(브랜드 협업 맥주)가 흥행했으나 굿즈맥주만 남았다”고 진단했다. 가격 균일화와 다른 브랜드를 패키지에 입히는 수준의 무분별한 콜래보레이션이 결국 제품 균일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맥주는 이날 한국 맥주 산업의 질적·양적 성장을 이끌겠다는 포부와 함께 △캐주얼 △오리지널 △넥스트 3가지 새로운 제품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캐주얼 라인’은 맥주를 문화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제주맥주의 포부를 담았다. 외형만 바꾸는 굿즈형 맥주에서 나아가, 당대의 컬처 아이콘을 기민하게 담은 콘텐츠를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제주맥주는 최근 힙합 레이블 연예 기획사 AOMG와 협업해 맥주 캔의 QR 코드로 소속 아티스트의 디지털 작업실을 경험할 수 있는 ‘아워 에일 컬렉션’, 젊은 MZ세대 사이 유행하는 성격 유형 MBTI를 맥주에 적용한 ‘맥BTI’ 상품을 캐주얼 라인으로 선보였다,

‘오리지널 라인’은 올해로 브랜드 론칭 5주년을 맞은 제주맥주의 시작이자 근간인 ‘제주 위트 에일’, ‘제주 펠롱 에일’, ‘제주 거멍 에일’을 포함한 대표 제품들이다. 전체 매출 중 70% 비중을 차지하는 오리지널 라인에 사용하는 부가 원료를 ‘제주산 햇원료’로 순차 적용하고 ‘합성향료 무첨가’ 원칙을 지키는 등 수제맥주 본질에 집중해 제품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 등 농가와 지속적 상생이 가능한 공급망 구축도 검토 중이다.

‘넥스트 라인’은 4캔 균일가 맥주 카테고리를 벗어나 ‘맥주를 미식의 주체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제주맥주는 넥스트 라인을 통해 연내 4개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초콜릿·소금 등 식재료를 활용해 오크통에 숙성시키는 ‘배럴 F’, 와인 엔트리 유저를 겨냥한 스파클링 프루트(과일) 에일 ‘프루티제’, 소규모 양조 설비 스몰 배치를 활용해 제주에서 실험적으로 선보이는 ‘용감한 주방 프로젝트’와 ‘비알코올 맥주’ 등을 준비 중이다.

이 밖에도 제주맥주는 약 100년 역사를 가진 국내 라거 맥주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민다. 부드러우면서도 청량함으로 라거의 전형성과 제주의 하얀 파도를 표현한 신제품 ‘제주라거 Project(프로젝트) 001’을 선보인다.

▲1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주맥주 ‘브루잉데이 2022’에서 제주맥주가 새롭게 선보인 라거 맥주 신제품 ‘제주라거 프로젝트 001’(왼쪽)과 이날 참석한 취재진의 질문을 QR코드 온라인 링크 방식으로 사전 접수한다는 안내문.(사진=김범준 기자)
한편 제주맥주는 이날 큰 틀의 사업 방향은 그렸지만 이를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구체적 사업 계획과 실현 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다소 추상적인 구호 선언에 그쳤다는 평가가 따른다.

발표 이후 질의응답 과정 중 실시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취재진의 현장 즉석 질문은 차단하고, 대신 QR코드 온라인 링크를 통해 접수한 사전 질문에 대해서만 답했다. 그마저도 구체적 사업 진행과 수익성 개선 방안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부담스럽다”며 즉답을 회피하기 일쑤였다.

제주맥주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자본과 매출액은 각각 약 580억원과 288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33.8% 증가했다. 특히 자본의 경우 지난해 5월 기업공개(IPO)로 상장하면서 주식발행 영향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수익성 등 실적은 부진한 상황이다. 제주맥주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약 72억원으로 1년 전 -44억원보다 손실폭이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이보다 큰 약 82억원으로 출범 이래 아직 손익분기점(BEP)을 넘기지 못하고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해 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인 이른바 ‘테슬라 요건’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제주맥주의 경우 4년 연속 적자가 지속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그럴 경우 한국거래소 결정에 의해 최악의 경우 상장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조은영 제주맥주 COO는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제주맥주는 지속성장성을 강화해 나가면서 순차적 (사업 목표) 실현을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 사업 확장과 관련해서는 이번에 제시한 ‘캐주얼·오리지널·넥스트’ 세 가지 방안을 참고 바란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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