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과세 기준 범위를 완화하는 것을 두고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일단 구체적인 발언을 꺼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미 관련 사안을 인지하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청와대에서 나서서 조정해야 할 사안은 아직 아니라는 분위기다.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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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마감일인 지난 2일을 기준으로 21만6844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서면서 한 달 안에 정부에서 답변에 나서게 됐다.
청원인은 대주주 기준을 가족을 모두 포함해 3억원으로 삼는 것은 ‘현대판 연좌제’라며 비판했다. 또, 대주주를 회피하기 위한 주식 매도가 쏟아져 증시를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으며, 정부의 세수확보 측면에서도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라는 입장도 내놨다.
청와대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인지하면서도 일단 관망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청원 답변에 한달 가량의 기한이 남은 만큼, 서둘러 입장을 정리할 때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여권을 중심으로 동학개미들의 반발을 일부나마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미 있는 만큼, 청와대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주주 요건의 경우 청와대 내부에서 활발하게 논의가 오고 가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 “정치권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있어 지켜봐야 하고, 기재부의 입장도 정리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정치권과 기재부의 공방이 커질 경우 청와대에서 정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동학개미들을 공개적으로 ‘응원’한 바 있는데, 대주주 과세 기준을 두고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다시 개인 투자자들에 힘을 실을 수 있어서다.
앞서 지난 6월 기재부가 ‘금융세제 개편방향’에서 국내 주식 양도차익을 2000만원까지 공제하기로 한 데 대해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커지자 문 대통령이 7월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 응원이 필요한 시기”라며 사실상 금융세제 개편안 수정을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기재부는 공제액을 5000만원까지 확대했다. 대주주 과세 기준 범위를 두고도 비슷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