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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인 순조를 대신해 3년간 정사를 돌보며 문화부국을 꿈꿨던 효명세자(1809~1830년)를 다룬 특별전 ‘문예군주를 꿈꾼 왕세자, 효명’이 28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병목 국립고궁박물관장은 27일 취재진과 만나 “효명세자는 영·정조시대를 지나 문예로 조선을 다시 일으키려 했던 분”이라며 “이분이 왕이 되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역사적인 상상력을 전시를 통해 해본다”고 말했다.
효명세자는 1809년에 출생해 1812년 세자에 올라 대리청정을 했다. 어진 인재를 등용하고 좋은 정책을 펼쳤으나 단명했다. 배우 박보검이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 효명세자 역으로 출연해 대중에 잘 알려졌다.
효명세자의 생애는 짧은 세자의 삶을 탄생과 책봉, 교육, 관례 및 가례, 대리청정, 죽음의 시간 순으로 소개한다. 왕세자 책봉 후 지속적으로 기록된 ‘동궁일기’와 대리청정 시 정무 내용에 대한 기록인 ‘대청시일록’을 비롯해 성균관 입학과 관례 등 왕세자 효명의 주요 통과의례를 그림으로 기록한 ‘왕세자입학도’와 ‘수교도’ 그리고 효명세자의 18세 모습을 담은 예진(왕세자 초상화)과 1830년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직접 쓴 표제가 남아 있는 ‘순조 어진’ 등의 유물을 전시한다.
정조에 버금가는 효명세자의 문학적 재능과 성취를 뽐냈던 것도 ‘학석집’ 등 효명이 지은 각종 시집과 문집, 편지글로 소개한다. 전시 공간을 효명의 서재인 의두합(창덕궁 후원 애련지 옆에 자리함)으로 꾸며 관람객들은 효명의 서재를 둘러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서재 의두합은 효명세자가 창작한 시의 주요 소재이기도 한데, 효명세자는 의두합의 경치를 10가지 절경으로 분류한 시 ‘십경’을 짓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십경’을 비롯한 효명의 시, 신하들이 지은 답시 등을 영상자료와 함께 소개한다. 영상은 의두합 주변으로 펼쳐진 창덕궁 후원의 아름다운 사계를 담아냈다.
궁중잔치의 개최와 궁중정재의 창작에서는 궁중 잔치와 정재에서 효명세자가 이룬 괄목할만한 업적을 소개했다. 그는 대리청정기 동안 왕실의 위상 강화를 위해 매년 궁중 잔치를 개최하면서 밤잔치인 ‘야진찬’을 처음 행하고 23종의 정재에 대한 창작을 주도하며 독무를 처음 선보이는 등 조선후기 궁중 정재의 혁신을 이끌었다. 당시 유물과 투명 디스플레이 등을 활용해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효명세자가 창작한 궁중정재와 잔치의 재현을 위해 기존에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여령 복식’과 왕실 잔치에 술잔으로 사용된 ‘옥잔’과 ‘마노잔’(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 소장)을 국내에 처음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