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손잡은 코인원, 코인판 흔들까

코인원, 카카오뱅크와 실명확인계좌 계약 체결
원화 입금 편의성 향상 기대
업비트와 케이뱅크 시너지 재현되기는 어려울 듯
향후 시장 개선 후 도약 발판 마련에 의미
  • 등록 2022-08-30 오후 4:26:58

    수정 2022-08-30 오후 9:43:23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거래량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3위 업체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 실명확인계좌 계약을 체결하면서, 업계 경쟁 구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실명확인계좌 연동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원화를 이용한 코인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며, 그간 코인원은 NH농협은행을 통해 확보했다. 인터넷은행으로 비대면 가입이 간편하고 계좌 개설 직후라도 출금 한도에 제약이 적은 카카오뱅크를 통해 실명계좌를 제공할 경우 이용자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근 가상자산 거래 시장이 침체된 만큼 신규 가입자 유입이 제한적이어서 단기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시장이 다시 활성화됐을 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인원은 최근 카카오뱅크와 실명확인계좌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가 원화로 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원화 마켓’을 운영하려면 의무적으로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코인원은 이보다 앞서 금융위원회의 ‘가상자산 실명 거래’ 가이드라인이 나온 2018년부터 현재까지 NH농협은행을 통해 원화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카카오뱅크와 계약체결로 NH농협은행과는 계약 해지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단일 은행과 실명확인계좌를 운영하라는 정부의 암묵적인 지침이 있어, 복수 은행과 계약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 실명확인계좌 계약을 맺었다.
NH농협은행과 남은 계약기간 6개월을 감안해, 카카오뱅크로 시스템을 전환하고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변경신고를 제출하는 과정이 남았다.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 연동되면 이용자들의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은행인 만큼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간편한 것은 물론, 계좌 개설 후 ‘한도 계좌’를 푸는 것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보통 한도 계좌의 경우 일 출금액이 100만원으로 제한된다.

이에 카카오뱅크와 손잡은 코인원이 업계 경쟁 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업비트가 2년 전 케이뱅크와 손잡으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과정을 따라갈 것이란 기대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협력을 기점으로 국내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독보적인 사업자로 자리를 굳혔다.

코인 시장 집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30일 오전 기준 코인원의 24시간 거래량은 1626억원으로 국내 거래소 중 세 번째로 많지만 1위 업비트(2조1995억원)나 2위는 빗썸(4350억원)과는 차이가 벌어져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침체를 고려하면 단기간에 의미 있는 추격을 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와 케이뱅크 간 연동 때는 시장 상황이 좋았지만 지금은 ‘크립토 윈터’라 할 만큼 관심이 적다”며 “단순히 카카오뱅크와 손잡은 것만으로 가입자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시장이 살아났을 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더 크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다양한 비즈니스를 추진할 때 원화 입금의 편의성은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이미 2000만 이용자를 가진 카카오뱅크와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코인원과 카카오뱅크 간 연동은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협력이 가속화되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장)는 “전통 금융도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 분야에 뛰어드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며 “더불어 수년간 노하우를 가진 가상자산 전문 업체들과 협력하는 사례도 더 많아질 것”이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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