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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에 휘말린 지적장애인들은 첫 경찰 수사 단계부터 불이익을 겪는다. 이들은 조서에 나오는 어려운 법률용어와 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해 진술조서를 작성·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정정할 수 없다.
경찰은 피조사자의 지적장애가 의심되면 원칙적으로 보호자 동석 하에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형식적 통고 뒤 곧바로 조사를 진행하고, 조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에게 날인까지 받는 상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가족이 없고 장애인 시설과 연계되지 않은 이른바 ‘무연고 장애인’들은 동석을 요청할 보호자도 없어 수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더 크다.
외견상 장애 여부가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 ‘경계선지능인’들 역시 불이익을 받는다. 실제로는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도 표면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사가 그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도 가혹하기는 마찬가지다. 글을 읽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공판기일이나 판결 등 재판 관련 안내는 오직 문서로만 송달되며, 전화 등 쉬운 안내 수단은 없다. 이 때문에 지적장애인들은 본인의 재판기일을 알지 못하고 재판 결과조차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적장애인 중에는 가족이 없고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송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궐석재판이 진행되고, 피고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 추후 이의제기를 하면 다시 재판이 열릴 수는 있지만, 일반인도 어려운 이의제기 절차를 지적장애인이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지어 사선변호인도 무성의하게 변론하고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잦다는 비판이다. 지적장애 피고인의 행위가 실제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장애의 특성에서 나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변호해야 하지만, 지적장애인의 행동을 비장애인과 같은 잣대로 평가해 공소사실을 쉽게 인정하고 선처를 바라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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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검찰과 법원은 벌금형 선고를 일종의 선처를 베푸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피고인의 억울함은 해소되지 않을뿐더러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적장애인들에게는 벌금형도 매우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김지영 선임연구위원은 이처럼 지적장애인들이 형사사법절차에서 불이익을 겪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의사소통·판단 능력을 실질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를 마련하고,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즉각 필요한 지원이 제공·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구금시설을 포함한 모든 사법 절차에서 장애인의 권리와 지원방안에 관한 체계적인 훈련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해야 한다”며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시민사회나 장애인 분야 등 비사법 영역과 협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