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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는 A씨는 출근하기가 두렵다. 아이가 좋아서 처음 보육교사 일을 시작했지만, 학부모들의 도 넘은 요구와 ‘갑질’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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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갑질’에 보육교사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교사들은 ‘재롱잔치 때 아이를 가운데 세워 달라’는 사소한 요구부터 시작해서 ‘담임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자르거나 바꿔 달라’는 요구까지 들어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보육교사 B씨는 “좋은 학부모도 물론 많지만, 일부는 반 배정부터 아이가 친구를 골라 사귀게끔 해달라는 등 사소한 것까지 요구하신다”며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고 말할 경우 험한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년 반 동안 보육교사로 일했다가 그만 둔 김모(28)씨는 “아이들은 잠깐 한 눈 팔면 사고가 나기 때문에 돌보느라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해 몸이 많이 상했다”며 “거기에 학부모들로부터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몸과 마음이 지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학부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자칫하다가 맘카페에 ‘좌표’가 찍히거나 학부모들 사이에 소문이 날 수 있다”며 “그럴 경우에는 보육교사로서는 끝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의 도 넘은 ‘갑질’의 피해는 고스란히 보육교사의 몫이다. 지난 2018년 8월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 학대를 주장하는 학부모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 끝에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4일 뒤늦게 알려졌다.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 분석 등을 통한 검찰 조사 결과 아동학대를 입증할 만한 정황이나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학부모는 지속적으로 어린이집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원생의 학부모인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검찰은 지난해 10월 18일 폭행과 모욕 혐의로 벌금형 약식명령 처분을 내렸다. 피고인들의 정식재판 청구로 같은 해 11월 5일 재판이 열렸고, 9월 1심에서 법원은 약식처분보다 더 높은 금액인 벌금 2000만원을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각각 선고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보육교사의 유족 측은 “누나는 사망하기 전까지 학부모로 부터 끊임없는 괴롭힘을 당하고 억울하게 시달렸습니다”라며 “학부모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려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5일 올렸다. 이 글은 이날 오후 4시 40분 기준 1만8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당시 해당 보육교사는 인천 서구에서 진행된 나들이 행사에 아이들을 인솔하고 갔다가 원생 1명을 밀치는 등 학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의혹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인천·김포 지역 맘카페에서 보육교사의 신상이 공개됐다.
비난 글과 항의 전화가 빗발친데다가 학대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원생의 이모가 어린이집에 찾아와 보육교사의 무릎 꿇리고, 물을 끼얹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보육교사는 사건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지난 2월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원생의 이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육교사의 신상을 유포하고 비난 글을 게재한 맘카페 회원들이나 신상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알려준 어린이집 원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보육교사를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나리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부모의 보육 책임이 보육교사들에게 과도하게 전가돼 있으면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보육교사들이 첫 번째 비난의 대상이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육교사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