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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 등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4일(현지시간) 장중 222bp(1bp=0.01%포인트)까지 올랐다. 한 달도 안 돼 두 배 넘게 뛰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국가가 부도났을 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시장이 부도 위험성을 높게 본다는 걸 의미한다.
도이체방크 위기설은 CS 사태에서 비롯됐다. UBS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CS를 인수하며 170억달러(약 22조원) 신종자본증권(AT1)을 전액 상각 처리했다. AT1은 코코본드(조건부전환사채)의 일종으로 금융기관 건전성 확보에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 동의 없이 상각 처리될 수 있다. 채권이 한순간에 휴짓조각이 되면서 다른 은행 채권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문제는 도이체방크 역시 상당한 양의 AT1을 발행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이체방크가 발행한 AT1 채권은 약 91억달러(약 12조원) 규모, CET1(보통주 자본·보통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 핵심 자본) 대비 17.7%로 유럽 평균(약 16%)보다 높은 수준이다. 채권 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달 초 95센트에 거래되던 도이체방크 AT1 채권(액면가 1달러 기준) 24일 70센트까지 값이 내려갔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이 1조4000억달러(약 1820조원)에 이르는 독일 최대 은행이다.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으로 지정할 정도니 도이체방크 위기설이 현실화되면 큰 후폭풍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CS와 비교하면 도이체방크는 훨씬 탄탄하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지난해 도이체방크는 57억유로(약 7조9700억원)에 이르는 순익을 기록하며 2007년 이후 최고 실적을 거뒀다. 유형자본수익률(ROTE)이 마이너스였던 CS와 달리 도이체방크는 7~8%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1개월 간 순현금유출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도 142%에 이른다. 또한 2019년 이후 장기간 구조조정을 거치며 건전성을 개선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튜어트 그래이엄 오토노머스리서치 전략가는 24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도이체방크의 강력한 자본과 유동성을 고려할 때 우리는 (상황에) 상대적으로 낙관적”이라며 “분명 도이체방크는 제2의 CS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美 중소은행 못믿어… 일주일새 예금 127조원 감소
미국은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추가 지원책을 검토하고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분리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에 대한 불안감에 일주일 새 127조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신 통계 자료를 인용해 지난 15일 기준 미 은행 예금 잔액이 17조5000억 달러(약 2경2750조원), 전주 대비 984억 달러(127조9200억원)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1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예금 이탈 대부분은 중소형 은행에서 발생했다.
미국계 투자회사 티로프라이스의 전략가인 팀 머레이는 “모두가 예금을 인출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지만 한 사람만 돈을 빼면 (자본 유출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죄수의 딜레마’ 같은 상황”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조셉 트레비사니 FX스트리트닷컴 수석 애널리스트는 “더 문제가 생기진 않을는지 시장이 의심하거나 지쳐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라며 “시장이 은행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생기려면 아무 일 없이 몇 주가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