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코로나19 영향 확산…경기 위축에 일자리 증가 둔화”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우리나라 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중국 중심으로 수출 분야가 부진하고 국내서도 생산·지출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앞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앉아있다. 연합뉴스 제공

대중 수출 감소…전산업 생산 차질 우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경제동향 3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2월 수출은 설 연휴가 포함된 지난해 2월보다 조업일수가 늘어 4.5% 증가했지만 일평균 수출액은 12.2% 감소했다. 대(對)중국 수출이 6.6% 줄었으며 부품 수급 차질로 자동차 수출은 16.6% 급감하는 등 코로나19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경기는 1월까지만 해도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소폭 상승하는 등 부진이 완화되고 있었지만 지난달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위축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중반 이후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5로 전월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지수가 65 이하로 내려간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2008년 10월~2009년 3월)과 2016년 2월이다. 전월대비 하락폭은 조사 후 최대치다.

KDI는 2월부터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로 제조업 생산이 감소하고 외부 활동이 위축돼 서비스업 생산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 모두 가동률이 하락했고 제주 관광객은 내국인(-39.3%)과 외국인(-77.2%) 모두 빠르게 감소했다.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 또한 위축되는 모습이다. 1월 소매판매액의 전년동월대비 증가폭은 1.8%로 전월(4.5%)보다 축소됐고 서비스업 생산은 0.7% 증가에 그쳤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6.9로 100선을 밑돌았는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 영향이 본격 반영될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1월 설비투자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8% 줄어 감소로 돌아섰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투자 BSI 실적치는 전산업(89.5)이 6포인트, 제조업(87.8) 8.7포인트 낮아진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하던 노동시장 또한 악화 가능성이 높다. KDI는 “메르스 사태가 정점이던 2015년 6월 일용직 취업자 증가폭은 전월대비 8만9000명 줄었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서비스업과 일용직 중심으로 취업자수 증가폭이 축소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KDI 제공

◇ 금융시장도 충격…안전자산 선호 현상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1%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중 서비스물가는 해외·국내단체여행비, 콘도이용료 등 가격 하락으로 0.4% 상승에 그쳤다. 물가의 장기 추세를 보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0.5% 상승해 전월대비 0.3%포인트 축소됐다.

금융시장에서는 2월말 코스피지수가 1987로 전월말보다 6.2%나 내렸으며 원·달러 환율은 1213.7원으로 1.8%(21.9원) 상승해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 반면 주식시장 변동성 지수(VKOSPI)는 33.8로 75%나 뛰었고 국고채 금리도 안전자산 수요 증가로 3년물 금리(1.10%)가 20bp(1bp=0.01%) 올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기하방 압력도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대다수 기관들은 중국과 주변 국가들의 경기 부진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2.9%에서 2.4%로 낮췄다. 한국은 2.0%, 중국 4.9%로 각각 0.3%포인트 0.8%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DI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된 2월 수출이 부진했고 내수도 경제심리 악화로 위축하고 있다”며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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