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250조 증발했다…내주 파월·이창용 ‘입’ 주목

[코인 주간브리핑]
1주일새 두자릿수 급락, ‘심리지수 공포’
“금리 인상” 美 긴축 예고에 코인 하락세
25일 한은 이창용·26일 파월 메시지 관건
권도형 “때 되면 협조”, 테라 수사도 주목
  • 등록 2022-08-20 오후 12:29:26

    수정 2022-08-20 오후 12:29:26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됐다. 250조원 규모의 코인 시가총액이 미국발(發) 긴축 공포로 1주일 만에 증발한 것이다. 내주에 한미 통화당국 수장이 기준금리 인상 관련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 지가 다음 주 시장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오는 26일 오후 11시(한국시간 기준)에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금리인상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사진=CNBC)


코인 투자심리, 탐욕→공포

20일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이날 현재(낮 12시 기준) 전날 대비 7.36% 내린 2만1135달러를 기록했다. 1주일 전보다 14.22% 하락한 것이다.

이더리움과 알트코인(비트코인 제외 암호화폐)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더리움은 전날보다 10.61%, 전주보다 17.35% 각각 하락해 1630달러를 기록했다. 바이낸스 코인은 12.72%, 에이다는 15.02%, 솔라나는 22.96%, 도지코인은 4.91% 각각 전주보다 하락했다.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줄어들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일 낮 12시 현재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조185억달러로 집계됐다. 시가총액은 이날 오전 1조67억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최근 1주일 중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았던 지난 15일(1조1945억달러)보다 1878억달러(약 250조원) 감소한 것이다.

투자 심리도 가라앉았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가 제공하는 ‘공포-탐욕지수’는 20일 기준 37.32점으로 ‘공포’로 나타났다. 전날(31.84·공포), 1주일 전(63.12·탐욕), 1개월 전(61.80·탐욕)보다 하락한 것이다. 이 지수는 업비트 원화시장에 2021년 2월 이전 상장한 111개의 코인에 대한 지수다. 0으로 갈수록 ‘매우 공포’로 시장 위축을, 100으로 갈수록 ‘매우 탐욕’으로 시장 호황을 뜻한다.

전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20일 오전 1조67억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최근 1주일 중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았던 지난 15일(1조1945억달러)보다 1878억달러(약 250조원) 감소한 것이다. (사진=코인마켓캡)


“美 물가 낮추는데 무슨 일이든 다할 것”

이렇게 시장이 위축된 것은 미국발(發) 긴축 공포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일부 위원들은 “앞으로 더 많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가 기자들과 만나 “물가상승률을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전념하면서 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미국 증시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FOMC 의사록이 공개되던 날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 모두 하락했다. 다음 날은 뉴욕 증시가 소폭 상승했지만, 다시 20일(한국시간 기준)에는 3대 지수 모두 하락세로 전환했다.

가상자산 시장 분석가 시몬 피터스는 “FOMC 의사록에서 취할 핵심적 내용은 인플레이션이 폭넓게 하락할 때까지 연준은 금리 인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미국 증시와 암호화폐의 상관관계가 암호화폐 시장에 스며들어 지금 시장이 하락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3일 7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높아진 물가 수준에 연말께 기준금리가 2.75~3.0%로 오를 것이라 보는 시장의 기대는 너무 당연하다”며 “경기, 물가 모두 불확실성이 커서 2.75%가 될지 3%가 될지 아니면 그 밑이 될지는 주요국의 금리 변화, 국제유가 변화와 경기상황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인 25일 오전 11시~11시30분께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25일 오전 기자간담회

우선, 시장에서는 다음 주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주목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오는 26일 오후 11시에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캔자스시티 연은 주최로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심포지움이다. 파월 의장이 향후 금리 인상 속도 관련해 어떤 입장을 시사할지가 관심사다.

국내 일정으로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 인상 메시지도 주목된다. 한은은 25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정례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날 오전 9시30분~10시 전후로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빅스텝(0.5%포인트)보다는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11시30분께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때 이 총재가 향후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는 긴축 공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OKX의 금융시장 책임자 레닉스 라이는 “암호화폐 회사들 사이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도미노 효과는 월스트리트의 2008년 금융붕괴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며 시장이 위축된 ‘크립토 윈터’를 예고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장관, 끝까지 코인 추적할 것”

거시경제 전망과 아울러 국내 안팎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수사 향배도 주목된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지난 16일 싱가포르에서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코이니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런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며 사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우리는 수사관들과 연락한 적이 없다”며 “때가 되면 (수사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 공동창립자인 신현성 티몬 이사회 공동의장 등은 지난 5월 루나·테라 사태 이후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은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고팍스, 지닥, 후오비코리아 등 가상자산거래소 7곳을 압수수색했다. 신현성 의장 자택, 관계사인 커널랩스·차이코퍼레이션·더안코어컴퍼니·플렉시코퍼레이션도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은,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 17일 민관 합동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었다. TF는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권리관계 및 디지털자산 관련 범죄 대응 방안 △디지털자산과 금융안정 및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과세 이슈 △디지털자산의 발행·유통시장 규율체계 △블록체인 산업진흥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루나·테라 사태 피해자 소송을 대리 중인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최근 이데일리 전화 인터뷰에서 “루나·테라 사건은 한동훈 장관이 부활시킨 합수단의 1호 수사 대상이어서 끝까지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조 이데일리 7월30일자 <“코인 시세조작 MM팀 정조준..한동훈, 끝까지 추적”>)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 ‘쟁글(Xangle)’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은 지난 19일 위클리 리포트에서 “코이니지의 모회사에 TFL(테라폼랩스)이 투자한 점, 인터뷰어 또한 테라에 투자한 이력이 있는 점을 비춰 보아 해당 인터뷰가 공정한 방식으로 이루어 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권도형 대표는) 루나 V2(LUNA)에서 지속적으로 개발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으나, 단기간 내에 과거와 같은 순위권의 생태계는 구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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