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만 18만명(2018년 통계청 기준)에 달하는 상황에서 보험대리점(약 22만) 소속 설계사 수까지 합하면 약 40만명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이들 설계사에 보험 판매를 의존한다. 대기업 계열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은 디지털 보험 자회사를 실험적으로 설립하고도 뒤로 숨기 바쁘다. 보험 설계사들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2017년 보험 서비스를 시작한 플랫폼 기업 ‘보맵’은 보험업계의 이단아다. 설계사에서 시작해 설계사에서 끝나는 보험 판을 완전히 바꿔보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보맵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비대면 영업을 지향한다. 온라인에 출발해 온라인으로 끝나는 사업구조다. 자신이 필요한 보험 상품을 사용자 스스로 파악하도록 돕고 자발적인 온라인 가입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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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때 들었던 ‘보험 파냐’ 핀잔
보맵을 창업하기 전 류 대표는 SGI서울보증보험이란 회사에 다녔다. SGI서울보증보험은 사명에 ‘보험’이 들어가 있지만, 삼성생명이나 현대해상과 같은 일반 보험사가 아닌 기업이나 개인의 대출 신용을 보증해주는 보증 기관이다. 그런데도 보험회사에 다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번은 소개팅에 나갔는데, SGI서울보증보험에 다닌다고 하니까, 상대 여성분이 ‘여기서도 보험 영업 하시려고요’라고 말하더군요. 우리 사회에서 ‘보험’이란 단어가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그때 절감했던 것 같습니다.”
사업은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로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의료비 영수증, 진단서 등을 촬영하고 사진으로 올리면 보맵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해주는 식이었다. 보험 설계사를 만나지 않고도 간편하게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사용자 사이에서 탔다.
보험금 청구 건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누적 10만건을 기록했다. 서비스 시작 3년만이다. 보험금 청구를 위해 소비자들 본인 스스로가 입력한 보험 계약 데이터는 약 800만건에 달한다.
데이터가 쌓이면서 보맵은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30대 남성이 선호하는 보험상품’과 같은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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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맵의 성장을 두고 보험사들과 보험대리점(GA)들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자칫 설계사에 의존하는 보험시장이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설계사에 대해 류 대표는 “양날의 검과 같다”고 말했다. 당장은 설계사에 의존해 있는 영업이 효과를 보지만, 온라인으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에서도 설계사 눈치를 보게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형 보험사들이 디지털화에 소극적인 이유도 기존의 설계사와의 갈등 때문이 크다는 게 류 대표의 진단이다.
류 대표는 보험 업계가 이원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렴한 보장성 보험을 찾는 소비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보험을 구입하고, 보장성이 좋은 고가 보험은 전문 보험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방식이다. 보험 설계사가 ‘고용시장 끝단에 있는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은행 VIP창구의 금융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디지털화는 결국 보험의 인식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자신이 가입할 보험을 꼼꼼하게 따지고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이들을 대상으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준우 보맵 대표
△1979년 서울 출생 △한국외대 경영학과 △SGI서울보증보험 입사 △2015년 보맵 창업 △2020년 4월 기준 보맵 누적 투자액 215억원(주요 투자사 : 하나금융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