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화우 이숭기 변호사] 지난달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된다. 이는 기업이 무분별한 출자로 기업 가치를 떨어 뜨리거나 기업 오너가 자회사를 통해 사익을 얻는 일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자체를 반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이 상법 개정안을 보면 소수주주권의 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개정안의 가장 문제점은 대표소송과 다중대표소송 요건에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지극히 적은 지분만을 갖고 있는 소수주주에게도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물론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유에도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상장기업의 경우 모회사 주식 0.01%를 가진 소수주주는 언제든지 `자회사 이사가 그 임무를 게을리해 자회사에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하며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정부 발의안이 우려하는 `자회사를 통한 자회사의 자산 또는 사업 기회의 유용`은 해당 자회사를 설립해야 할 필요성과 그로 인한 모회사 자산의 자회사 유출(출자)과 관련한 모회사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도 충분하다.
나아가 소수주주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모회사 또는 해당 자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 등에는 다중대표소송을 제기지 못하도록 하거나 그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정할 필요도 있다. 다중대표소송을 널리 허용하고자 한다면 다른 한편으로 이 제도가 남용되거나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통제제도도 함께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 최대주주와 마찬가지로 일반주주도 그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 적어도 지분율에 비례한 지배권 행사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회사는 최대주주와 소수주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권한만 있고 책임 없는 소주주주가 늘 기업 가치를 높이는 선한 선택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