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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13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11·3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조 바이든이 당선인이 백악관에 들어가더라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확고하게 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친정인 민주당 내 진보·중도 진영 간 기 싸움이 본격화할 것이 뻔한 데다, 밖으로는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게다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등 거물급 지도자들의 어젠다가 제각각인 만큼, ‘미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이 자기 색깔을 명확히 한채 국정을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게 신 교수의 진단이다.
신 교수는 “2년 후인 2022년 예정된 중간선거에서는 통상 (집권당 심판론이 우세할 수밖에 없는 만큼) 민주당이 지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의 조기 레임덕을 우려했다.
신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사회적 대유행) 대응, 경제 양극화 등 국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여서 외교 문제는 당분간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 정부를 향해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당장 종전선언이나 대북(對北) 제재 완화 같은 북한 문제 등을 미국 측에 먼저 압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바이든에게 외교는 자신 있는 분야인 만큼 (북한문제를) 챙길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의 ‘외교 쇼’ 같은 건 없을 것이며, 분명히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할 것인 만큼, 한국 정부에게는 껄끄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걱정되는 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라며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를 고려해 추정해보면, 내년 상반기쯤 도발이 예상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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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선거 불복으로 논란이 거세다.
△미국에는 중앙선관위가 없다. 그동안 언론이 당선인을 발표하면 승복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트럼프가 이를 따르지 않는 거다. 트럼프의 법적 대응은 법으로 보장된 권한이다. 바이든 승리라는 표현은 전적으로 주류 언론의 시각이다. 엄밀히 따지면 바이든은 아직 당선인 신분이 아니다.
△민주당 측은 ‘2000년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와 엘 고어 간 법정 다툼이 단 한 개(플로리다) 주에서만 이뤄진 반면, 이번에는 여러 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소송을 이기기 불가능한 만큼 어차피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는 논리를 편다. 반대로 공화당은 ‘2000년 당시 민주당도 법적 대응이라는 기회를 받지 않았느냐. 이번에도 (트럼프의 소송전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반박한다. 결국, 소송전은 확실하게 진행될 거다.
-트럼프가 승패를 뒤집을 수 있을까
△물론 승패가 뒤집힐 가능성은 작지만,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아직 선거의 모든 단계가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 측은 선거인단을 꾸리는 12월 8일까지 소송 결과가 안 나오면 주류언론과 함께 ‘바이든 승리’를 기정사실화해 밀고 나가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이날까지 소송이 기각된다면 바이든 승리는 확실해진다. 반면 트럼프의 전략은 최대한 시간 끌기다. 이날까지 선거인단을 꾸리지 못하면 그다음 단계는 하원이기 때문이다. 하원의 대통령 투표는 주(州)마다 1명씩 투표하는 방식이어서 (의석수는 적지만, 더 많은 주에 의석을 둔) 공화당에 유리하다.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다.
-트럼프가 2024년 대권을 노린다는 시각도 많다.
△가능성이 크다. 지금 승복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는 이번에 지더라도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식의 프레임을 만들어야 정치를 계속할 수 있다. 이번에 승복해버리면 차기를 노리기 어려울 거다.
-4년 후를 노리는 니키 헤일리(전 유엔주재 미국대사), 마이크 폼페이오(국무장관), 마이크 펜스(부통령) 등 차기 주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7000만표 이상을 모았다. 지분을 과시했다. 공화당 측 대부분이 트럼프에게 승복하라고 맞서지 않는 배경이다. 트럼프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 공화당도 위험해진다. 소송전은 트럼프 혼자만의 싸움이 아닌 공화당 전체의 싸움이 될 거다.
-트럼프의 위력을 높이 평가하시는 것 같다.
△만약 트럼프가 선거국면에서 코로나19에 안 걸렸다면 이겼을 거다. 바이든은 주류언론, 전문가들과 합세해 반(反) 트럼프 연합군 사령관 역할을 하며 가까스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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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분열상이 심각하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분열의 정치’로 4년을 더 밀고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정권이양도 힘들어질 거다. 원래 지금쯤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 이런저런 정권이양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데, 빨라야 12월이나 돼야 가능할 것 같다. 정권 이양 시간이 채 한 달도 되지 않을 수 있다.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트럼프식(式)으로는 가지는 않을 거다. 그러나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중국에 더 까다로운 존재였다. 겉으로는 거칠지 않겠지만, 지금보다 좋게 변화하지도 않을 거다. 위구르·티벳 등에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되레 상황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
-오바마는 한·일 관계 개선에 꽤 적극적이었다. 바이든은?
△바이든은 오바마의 뒤를 따를 것이다. 국제관계를 중시하지 않는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외교 베테랑이다. 사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조지 W(아들) 부시, 트럼프 등 최근 미 대통령 대부분 외교 경험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바이든은 전통적인 외교정책을 펴며, 한·미·일 공조 강화를 모색할 거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문제보다도 한일 관계 복원을 먼저 해야 할 거다.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너무 앞서 나가면 안 된다. 미국에서 볼 때 한·미 동맹, 북한 비핵화 등의 문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경제 양극화 등 해결해야 국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한국 정부는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신기욱 교수는…△연세대 사회학과 △미국 워싱턴대 사회학 석·박사 △미국 아이오와대, UCLA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장 △한·미 정책포럼 의장 △‘슈퍼피셜 코리아: 화려한 한국의 빈곤한 풍경’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 ‘하나의 동맹, 두 개의 렌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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