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국군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 방송 중계에서는 군가 ‘멸공의 횃불’ 가사가 멸공이 아닌 ‘승리’로 수정돼 눈길을 끌었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인사들이 멸·콩 챌린지까지 벌인 것과 대조됐다.
| ‘멸공’이 ‘승리’로 개사된 자막. KBS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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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 KTV 등은 이날 오전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날 기념식 행사를 중계했다. 행사 후반에는 현역 장병은 물론 군필 예비역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육군 군가 ‘멸공의 횃불’을 연주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그런데 중계 영상 자막에는 제목부터 ‘멸공’이 아닌 ‘승리의 횃불’로 소개됐고, 후렴구 중 나오는 ‘멸공의 횃불’ 가사도 ‘승리의 횃불’로 수정돼 있었다. 다만 자막과 달리 현장 제창은 ‘멸공’ 가사가 그대로 나왔다. 갑작스런 개사 자막에 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경위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방부는 행사에 “일부 초청된 외빈 및 외국군 대표를 고려해 멸공 대신 승리 용어를 쓴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송 신호 제작에 사용된 개사 자막 외에 현장 제창은 ‘멸공’이 그대로 들어가 행사 준비를 둘러싼 의문은 그대로 남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이마트 장을 보고 공개한 사진. 멸치, 콩을 사 당시 정용진 회장이 촉발한 ‘멸공’ 챌린지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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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멸공’ 가사 공개를 피한 행사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인사들이 ‘멸공 챌린지’에 참여했다는 의심을 산 바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평소 보수적인 정치관을 SNS를 통해 내비치는 일이 잦았던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당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 멸치, 콩 등을 달았는데, 이것이 고전적인 보수우익 이념의 상징인 ‘멸공’을 나타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후 윤 대통령(당시 후보)이 신세계 그룹 소속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멸치와 콩 등을 구입하는 장면이 사진으로 공개돼 정 회장 메시지를 이어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의혹을 부인했으나 정 회장 발언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는 부분”이라며 사실상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고, 국민의힘 다른 인사들이 이에 가담하면서 한동안 논란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