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배 ‘여정’(사진=장은선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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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반짝반짝하게 잘 닦인 발사 직전의 로켓. 둥근 몸통에 긴 팔과 긴 다리가 달렸고, 머리도 있다. 조종석 격인 그 머리 위 뚜껑이 덮이면 어디로든 날아오를 판이다. 먼 길이 될 건가 보다. 코끼리 한 마리가 구슬 모양의 손끝에 올라 배웅 중이니.
끝없는 얘깃거릴 빼내게 하는 이 반질한 ‘깡통’ 로봇은 작가 김근배(51)의 상상력에서 나왔다. 작가의 작품세계가 꽉 배인 한 점인데, 늘 어디론가 떠날 태세란 거다. 자전거·기차·배 등 탈 것을 준비하고, 돌고래·코끼리까지 동원하면서 말이다. 여기에 집과 나무, 물과 연기 등을 배경으로 깔아 온기가 폴폴 풍기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색색을 입힌 구리, 매끈하게 다듬은 대리석, 반질반질한 스테인레스스틸을 가장 서정적인 소재로 탈바꿈시킨 비법이라고 할까.
굳이 알려주지 않는 건 한 가지뿐이다. 과연 어디로 향할 건가. 그래도 짐작은 간다. 돌고 돌아도 마지막 종착지는 ‘우리집’이 될 거란 것을. 그게 바로 ‘여정’(2019)일 테고.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서 박선영과 여는 2인전 ‘행복한 집으로 가는 여정’에서 볼 수 있다. 스테인리스스틸·대리석. 50×48×37㎝. 작가 소장. 장은선갤러리 제공.